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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지의 아주 오랜 이야기…‘땅의 기록, 흙의 기억’ [전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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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산수인물도. 국립농업박물관 제공

 

땅과 흙은 우리 삶의 터전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조상들은 오랜 시간 농업의 기반인 땅을 일구며 먹고 살았고 땅 때문에 웃고 울었다. 농경에 대한 조상들의 기록을 그림과 문자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수원시 권선구에 소재한 국립농업박물관은 흙이 모여 땅을 이뤄 만든 농경지의 오랜 이야기에 주목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8월 25일까지 이어지는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이다.

 

농업의 기반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땅’은 어떤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을까. 전시는 누구나 알지만 쉽게 정의하기는 어려운 땅과 흙의 의미를 담아 총 4부로 구성했다. 농경지에 대한 문자 기록부터 유물, 영상, 사진, 시 등 142점의 자료가 전시됐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일군 농경지인 진주 대평리 밭을 만난다. 대형 화면으로 마주하는 농경지와 밭 위의 흙 밟는 소리, 촉감. 청동기시대 농경지의 흔적과 흙이 가진 무한한 이야기를 몸으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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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에 설치된 지역별 농요 듣기 체험을 통해 땅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정자연기자

 

제1부 ‘흙에서 농경지’로에서는 농사짓기 좋은 땅을 끊임없이 모색해 온 선조들의 기록과 회화 작품이 전시됐다. ▲백제시대 대사촌 마을의 농경지 형태와 생산량, 소출량 등이 적힌 ‘백제 촌락문서 목간’ ▲조선 후기 밭을 매매하며 작성한 한글 계약서 ‘밭 매매명문’ ▲부채에 무성하게 자란 벼와 여름철 논의 모습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 등은 흙에서 농경지로 땅을 활용해 온 선조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제2부 ‘땅과 사람’에선 사람들이 땅을 일구고 생명을 지켜온 과정을 영상, 뉴스, 시, 사진으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제3부 ‘땅, 먹거리, 재화’는 땅이 농경지로서 국가 경제의 기반으로 활용된 과정과 한정된 농경지의 소유와 분배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다. ▲조선 후기 토지의 소유 및 활용, 측량에 관한 기록 ▲대한제국기 근대적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토지소유권을 증명해 준 문서 ‘관계(官契)’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토지제도 개선안이 담긴 ‘여유당전서’ ▲농민의 농지 소유권이 최초로 인정된 ‘제헌헌법’ 등의 기록 자료를 통해 경제적 가치의 땅이 가진 여러 함의를 알려준다.

 

제4부 ‘다시, 흙으로’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해 흙의 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한 현대의 다양한 활동을 살폈다. ▲농경지 관리 지침을 널리 알리기 위한 표어 ▲1980~90년대 건강한 흙과 농업생태에 높아진 관심으로 발간된 유기농, 환경농업 관련 간행물 ▲유엔에서 선포한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유엔농민권리선언) 등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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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측량의 편의를 위해 농지의 모양별 면적을 구하는 방법을 적은 문서인 전형도(절첩본). 국립농업박물관 제공

 

전시에선 그동안 접하기 쉽지 않았던 유물이 공개됐다. 조선시대 농경지의 모양과 측량법을 노래로 적은 길이 2.3m에 달하는 대형 전형도(田形圖), 중국 시인 왕유가 읊은 농촌 풍경에 관한 시를 감상하며 부채에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가 최초 공개됐다.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처음으로 명시된 1948년 제헌헌법도 만날 수 있다.

 

전시실의 문이 제각각인 점도 흥미롭다. 조상들은 농경지의 각 모양별로 면적을 구했는데 ‘전형도 절첩본’에는 땅의 모양별로 면적을 구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전시실의 문은 전형도 나온 공식을 반영해 농경지의 모양을 형상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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