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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터뷰]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 “농업의 가치… 문화예술 콘텐츠로 싹 틔울 것”

농사 체험부터 전시·음악회 등
지역사회 협업·해외 협력 강화
연중 획기적 프로그램 추진
‘품격 있는 박물관’으로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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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농업박물관에서 할 수 있어?’ 이런 놀람이 농업의 가치와 역사, 미래에 대한 관심으로 마음에 가닿아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곳. 2022 년 12월15일 수원시 서둔동 옛 농촌진흥청 자리에 들어선 국립농업박물관이다. 백지나 다름없던 박물관의 초대 관장으로 부임해 농업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그리고 명확한 색깔을 입혀내고 있는 황수철 관장(66)을 만나 박물관이 전하려는 농업의 가치와 문화적 함의를 물었다. 그는 “로컬에 대한 기대, 농촌으로의 회귀가 코로나 이후 새로운 문명에 대한 희구로 나타났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조화를 깨뜨리면 위기라는 걸 절실히 배우는 이때, 국립농업박물관이 매우 시의적절 하게 문을 열었다”며 “단순한 재미 요소를 넘어 농업과 작물이 사람들에게 친숙해지고 그 가치가 서서히 마음에 녹아드는 과정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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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조주현기자

 

Q. 국립농업박물관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A. 농업의 역사와 가치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0여년의 준비를 거쳐 2022년 12월 개관했다. 박물관이 자리한 이곳, 수원시 서둔동 일원은 한국 농업의 메카로 유서 깊다. 조선 후기에는 새로운 농사법 등을 활용한 농업 개혁의 꿈이 펼쳐진 곳이고 우리나라 농업 연구의 총본산이라 할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농과대학이 있었다. 박물관 뒤편 ‘여기산’에는 한국 근현대 농학 연구의 선구자인 우장춘 박사의 묘가 있다. 우리 농업 역사를 대표하는 상징적 장소에 박물관이 개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Q. 초대 관장으로 토대를 닦으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동안의 성과가 궁금하다.

A. 2022년 2월 부임하고 10개월 정도 박물관 개관 준비에 매진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개관 이후 농업을 문화·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조명한 전시, 교육, 문화 행사 등을 활발히 진행했다. 또 기후위기 등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알리고 야외 경작존 등을 선보이며 점점 수원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자평한다. 내부적으론 학예와 농업, 행정의 세 파트가 서로 발을 맞춰 나가도록 박물관 내 포럼을 매달 개최했다. 농업 관련 특정 주제, 학예 관련 주제를 서로 학습하고 맞춰 가는 과정을 만들었다. 그런 정성들이 하나둘 모여 7월 기준 누적 관람객 82만명을 돌파했다. 농업의 역사와 농경문화의 보고(寶庫)로 국민 모두를 위한 교육과 힐링의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Q. 다채로운 농업을 보여주기 위한 국립농업박물관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나.

A. “생각한 것과 딴판이다.” 관람객들에게 이 말을 듣고 싶었다. 농업 하면 떠오르는 보편적인 이미지들이 있지 않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고품격 문화예술의 터로 만들고자 했다. 즉, 지역 농업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전시나 내부 구성을 탈피하는 게 숙제였다. 그래서 제1회 기획전시도 농업을 문화예술로 풀어내려 했다. 전시명을 ‘농(農), 문화가 되다’로 지어 차별화된 유물과 작품들을 선보였다. 직원들도 품격 있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농업이란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면서도 이미지메이킹하는 전시 제목, 현대적인 색깔 등 관람객들이 농업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Q. 사회와 농업 간 괴리가 크다. 국립농업박물관이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가.

A. ‘나’와는 별개의 일로 치부하던 농업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농업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사시사철 포근하고 정겨운 농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랑이논밭에서는 농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를 위해 직접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박물관은 사라져 가고 잊혀지는 농업유산을 보전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그 부분과 관련해 1만5천점가량의 농업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의 중요한 기능인 자료수집·보존을 위해 아카이빙도 올해부터 진행한다.

 

Q. 올해 주요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

A. 현재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4년 제1회 기획전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을 진행 중이다. 전시동 중앙홀에서는 감자 전래 200주년을 기념한 테마전시 ‘추앙하라! 감자’를, 오는 8월18일까지 여름방학맞이 특별곤충전시 ‘알록달록 누에와 곤충마을로 떠나요!’를 진행한다. 8월 말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박물관에서 농업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9월 이후에는 연중 행사인 국립농업박물관 문화제, 제2회 기획전도 있다. 발효, 장류를 주제로 ‘기다림의 맛’을 준비 중이다. 이와 연계한 행사와 영화제, 음악회, 장터 등등 다양한 볼거리도 집약적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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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조주현기자

 

Q. 경기도, 수원에 자리 잡은 최초의 국립농업박물관인 만큼 지역사회와 연계한 협업도 중요할 텐데.

A. 박물관은 지역사회와 유리돼서는 존속할 수 없다. 스타필드 수원, 수원문화재단 등과 협업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 유관기관, 일본과 유럽 등 해외 농업기관들과의 교류·협력도 강화하며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발돋움하려 한다. 특히 외국의 많은 국가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배우려고 오는데 기능은 익힐 수 있으나 정신과 문화는 없다. 여기 박물관에서 농업의 그 정신과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축만제 주변에 숙소를 마련하고 그 주변을 농업 메카로 다시 만들면 수원이 세계적인 농업 교육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경기도와 수원 역시 농업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Q. 국립농업박물관의 지향점이 궁금하다.

A.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재미있고, 젊고, 품격 있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스밈 혹은 스며듦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억지로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박물관이어야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곳이다. 직원들에게도 강조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우리는 문화와 예술의 관점에서 농업에 접근해야 하고, 무엇이든 최고의 품격을 담아 전시와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Q. 한쪽에선 지방 소멸, 농촌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농업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생태와 생명이 화두가 되는 세상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존 산업문명의 한계가 분명해졌고 새로운 생태문명 내지는 새로운 생명문명의 모색이 세계 모든 나라의 당면 과제가 됐다. 생태위기,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이슈를 도외시하고는 농업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시대다. 새로운 생태문명의 시대는 지구생태계와 인류의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 농업의 다양성이 극대화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 유기농업, 순환농업 등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명의 성과도 최대한 활용되는 방식의 농업이 활발해질 것이다. 다양성과 공생이 미래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라 본다.

 

Q. 결국 그 미래를 보여주는 게 박물관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이자 목표 아닌가.

A. 물론이다. 우리 박물관도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활동해 나갈 것이다. 가령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 국립농업박물관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관 1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후위기 시대, 공생의 길을 묻다’는 그 일환이었다. 박물관 야외 논에서는 생물다양성 교육 관점에서 토종 벼를 심고 있으며 다랑이밭에는 퍼머컬처(permaculture) 텃밭을 조성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수직농장(vertical farm)을 통해 스마트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식물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의 식생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의 전시와 교육·체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우리가 가야 할 미래임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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