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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4.오산 유엔군 초전기념관·스미스 평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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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시작이었던 곳에서 평화의 시작을 함께해요.”

 

지난 2013년 개관한 유엔군초전기념관이 관람객에게 건네는 인사말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2024년 6월 현재, 남과 북의 대결 상황은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6·25전쟁 74돌을 맞아 평화의 소중함을 절절하게 알려주는 곳,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을 찾았다. 평화공원에 자리한 유엔군 초전기념관과 스미스 평화관이 나란히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특별전 관람에 앞서 무장애평화숲길을 걸으며 죽미령의 특별한 지형을 살피고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의 무장애평화숲길은 어린이는 물론이고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몸이 불편하거나 취약한 사람들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조경이 아름다워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흥미로운 점은 어린이와 동행한 젊은 부부들이 유난히 많다는 뜻밖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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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지상군으로 참전한 미군 스미스 특수임무부대가 북한군과 최초로 전투를 치룬 죽미령전투 현장에 스미스 부대원들의 희생을 기리고자 현 위치에 유엔군 초전기념관, 스미스 평화관, 죽미령 평화공원을 조성했다. 홍기웅기자

 

 

■ 전쟁이 시작됐던 곳에서 꿈꾸는 평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선발대로 파병된 미국 제24사단 소속 스미스 특수임무부대가 1950년 7월5일 오산 죽미령에서 북한군과 첫 전투를 벌인다. 이 전투의 지휘관이 스미스 중령이다. 인류가 참혹한 전쟁을 통해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산시가 유엔군 첫 전투지와 지휘관의 이름을 딴 기념관과 평화관을 죽미령 평화공원에 세운 것은 매우 훌륭한 결정이다. 평화공원을 산책하며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고 느끼도록 설계됐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540개의 돌로 쌓아 올린 구 유엔군 초전기념비 및 6시간15분 동안 벌어진 죽미령 전투와 참전 용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시계 및 햇살 모양의 조형물을 비롯해 평화공원 내에는 조형적으로도 멋진 기념물을 여럿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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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 초전기념관 초입부에는 6.25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스미스 특수임무부대원들이 전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홍기웅기자

 

죽미령에 진지를 구축한 스미스 부대는 105㎜를 주력 무기로 삼아 T-34 전차 33대 및 인민군 5천여명과 맞서 싸운다. 이 전투에서 스미스 부대는 전차 6대를 파괴하고 북한군 127명을 사상하는 전과를 올렸으나 끝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인원이 전사하고 적잖은 병사가 포로가 됐다. 그러나 북한군의 진격을 잠시 늦추고 적군의 전투력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소중한 성과였다. 죽미령 정상에 올라 지형을 살피면 누구나 스미스 부대가 이곳에 진지를 구축한 까닭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커다란 태극기가 펄럭이는 죽미령 정상을 지나면 쌍안경으로 적의 동태를 살피는 스미스 중령이 나타난다. 스미스 중령의 동상 옆에 서니 오산시의 전경이 훤하게 펼쳐진다. 특별전을 보기 전에 죽미령을 탐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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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람객이 유엔군 초전기념관의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 참전의 용기와 평화의 의미를 ‘동감’

 

“이번 특별전 ‘동감(同感)’은 개관 이후 개최되는 첫 소장품 전시입니다. 죽미령에서 발견돼 유엔군초전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전투의 흔적들과 개관 후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 수집해 온 소장 자료를 통해 참전의 용기와 평화의 의미에 대한 참전 용사의 마음에 동감해 보자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특별전을 기획하고 준비한 유엔군초전기념관 고아라 국장의 안내로 전시실에 들어서니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6·25전쟁 당시에 전투를 벌인 부대의 군기(軍旗)들이다. 6·25전쟁 때 헌신한 노무단, 학도의용군, 여군, 반공유격대, 철도 종사자 등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숨은 영웅들에 대한 소개도 흥미롭다.

 

죽미령 전투를 다룬 미국 잡지가 눈길을 끈다. 전시 공간 세 곳에 설치된 도장을 모두 찍으면 삼색으로 된 이파리 모양의 24사단 부대 마크가 새겨지도록 한 것도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대한제국 광무 1년, 즉 1897년 제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무공훈장이 ‘자응장’이라는 사실도 이곳에서 배운다. 시선이 고정되는 전시물이다. 죽미령 전투 현장에서 발굴된 유물은 그날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북한군이 사용했던 따발총 탄창에는 7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총알이 온전한 모양으로 꽂혀 있다. 생각 없이 지나칠 만한 유물도 있다. 자세히 보니 앞부분과 뒷부분이 끊어진 낡은 신발이다. 낡은 허리띠와 허리가 잘린 해진 신발에도 전쟁의 아픔이 묻어 있다. 보존 상태가 좋은 대검도 보이는데 기념관 근처 외삼미동에 거주하는 시민에게 기증받은 사실을 들려준다. 푸른 바탕의 유엔기, 붉은 바탕에 별을 넣은 북한기 및 낫과 망치와 별을 새긴 소련기가 나란히 전시됐다. 평양을 탈환했을 때 참전 용사가 발견한 것이라는데 기념관의 대표 유물에 속하는 것이다. 두 장의 사진은 충격적인 사연을 들려준다. 포로가 된 스미스 부대원들이 총으로 무장한 북한군의 감시를 받으며 군중대회에 동원된 모습이다. 날짜까지 뚜렷하다. 전투를 치른 지 3일이 지난 1950년 7월8일, 서울시청 앞에 대열을 지어 앞줄에 앉아 있는 스미스 부대원들의 불안한 표정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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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 초전기념관에는 오는 11월 24일까지 특별전시로 ‘동감’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참전용사의 소장품과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에서 발견된 소장품들을 전시한다. 참전한 부대 마크와 인식표 등이 전시돼 있다. 홍기웅기자

 

해병대나 맹호부대, 백마부대는 익히 들었지만 맹호부대가 수도사단이고 백마부대가 보병 제9사단이라는 사실도 특별전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다. 1950년 9월6일 창설된 여군의 활약상, 낙동강 방어전투에서 활약한 학도의용군, 노무자부대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기념관이 제시한 ‘숨은 영웅을 위한 군기를 만들어 보아요!’라는 체험은 관람객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유엔군초전기념관의 특별전 ‘동감’의 공간의 구성이 독특하다. 작은 공간을 채운 것은 스미스 부대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과 기념품, 죽미령에서 발굴한 유물이 전쟁의 흔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6·25전쟁 당시의 숨 막히는 상황을 작은 공간을 채운 흑백사진을 통해 체험한다. 잠시 사진을 응시하면 사진이 말을 걸어온다. 7월5일, 그날 이곳 죽미령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스미스 부대원들의 평화로운 모습도 보여준다. 칠면조가 그려진 1949년 가을 추수감사절 카드, 그날 만찬 음식을 만들었던 취사병들의 활짝 웃는 모습, 2차대전을 끝내고 그리운 가족을 만날 순간을 기대했을 병사들의 표정은 들떠있다. 갑자기 수송기를 타고 이름도 낯선 코리아 부산으로 실려와 대전을 거쳐 오산에서 적을 막기 위해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하는 모습도 보인다. 1950년 7월 5일, 그날을 기억하는 오산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들으며 분단 현실과 전쟁 불감증에 걸린 한국인들의 오만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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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 초전기념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남긴 6.25전쟁 메세지와 태극기가 기념관 한 켠에 전시돼 있다. 홍기웅기자

 

■ 그들이 바라던 내일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처음 만나는 기념물이 ‘구 유엔군 초전기념비’다. 전투 시간을 형상화한 평화 시계와 스미스 부대원들의 행진 모습을 형상화한 미러 폰드, 540명의 병사 이름이 새겨진 기념물과 그들이 타고 온 C-54 더글러스호도 평화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기억의 소재다. 카페 ‘평화’에 들러 차를 마시며 주변의 풍광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화공원 안에는 유아들의 놀이터가 있다. 유엔기가 펄럭이는 ‘평화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젊은 부부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스미스평화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오산 죽미령 전투, 6·25전쟁, 유엔군 참전용사, 평화의 소중함에 대한 다양한 주제와 만난다.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한 전시실이 스미스 평화관의 특징이다. 부산에 상륙한 스미스 특수임무 부대원들이 기차를 타고 대전에 도착하는 과정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을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첨단 장비로 다양한 체험을 생생하게 경험하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놀이터를 갖춘 유아휴게실과 수유실을 갖추고 있는 카페 ‘평화’도 쉼터로 훌륭하다.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평화를 기도한다. 평화는 우리 민족이 서둘러 반드시 이룩해야 할 최고의 가치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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