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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인천] 바보야! 문제는 콘텐츠야

박희제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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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종도 ‘씨사이드파크’ 중간의 송산 주변 생물들은 괴롭다. 탁 트인 바다 경관이 빼어난 해발 91m의 야트막한 야산과 어울리지 않게 설치된 인공물 때문이다.

 

송산 갯벌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물떼새들의 터전으로 유명하다. 인천 깃대종인 흰발농게는 산 아래 돌 속에서 은거하다 갯벌로 드나든다. 붉은색을 띠는 도둑게가 갯벌에서 산허리까지 상륙하는 모습도 종종 본다.

 

그런데 이곳의 새와 절지동물, 곤충들은 송산 남쪽 경사면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에서 발광하는 빛과 소음 공해를 두려워한다. 산허리에 콘크리트 덧칠로 조성한 건물 외벽의 LED 조명과 빔프로젝터 영상물과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칠 것 같다. 매일 송산 갯벌 일대를 도보 탐방하는 생태활동가들로부터 이 시설의 영향 탓으로 흰발농게의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는 목격담을 듣는다. 울창했던 덤불숲과 관목들이 사라졌고, 이상한 콘크리트 오염물질도 새어 나온다고 한다. 생뚱맞은 시설물이 아직 본격 가동되지 않은 채 시험 운행 단계인데도 야생동식물 서식환경이 변하고 있다.

 

송산과 유사한 미디어파사드가 인천 동구 화수부두에도 몇 년 전 설치됐으나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빛의 항구’라는 기치로 흉물스러운 철제 설치물을 세워 라이팅 쇼, 빔프로젝션, 조명사인 등의 경관 콘텐츠를 시연한다. 그러나 “맥락 없는 홍보성 전시물”이라는 혹평을 듣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3D 미디어아트 영상시설은 화려함의 극치를 뽐내고 있다. 최신 기술과 자금, 예술인을 잘 결합해 상업성을 띠면서도 차별화된 미디어아트 영상물을 꾸준히 선보여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불린다.

기술 발달 속도에 발맞추기 힘든 시대인 만큼 미디어아트의 핵심은 다양성과 창의성이다. 매년 7~8월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보덴호에서 열리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이런 가치를 잘 살리고 있다.

 

호수 위 무대에서 오케스트라 클래식 연주와 오페라 공연을 펼치고, 자연과 어울리는 설치미술과 미디어아트는 너무 독창적이라 관람객들을 그야말로 ‘뿅’ 가게 한다. 중국 항저우 시후(西湖)호에서 펼쳐지는 장이머우 감독 연출의 ‘인상서호(印象西湖)’도 브레겐츠 아류일 수 있지만 극찬받는 공연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영종도에서 미디어아트를 구현하려면 송산 아닌 바다와 섬 경관을 살릴 수 있는 적지가 수두룩하다. 연간 1억명가량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경정장이나 인스파월드 주변의 호수, 광활한 오성산 절개터 같은 곳에서 예술적 창작력과 결합하면 지속가능한 인천형 미디어아트를 탄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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