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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앙꼬 없는 찐빵

김규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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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당시 잘나가던 한 연예인이 던진 전설의 발언이 있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이 발언이 무엇이 문제냐고? 배경을 살펴보자. 이런 괴이한 발언이 나온 이유에 대해 그 연예인에 따르자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긴 했지만 취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음주운전을 한 것이 아니다’라는 의도였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본인은 제정신이었고 만취 상태로 운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 말도 안 되는 변명이기에 지금도 정황상 확실한 사안을 모순되는 말로 부인할 때 비유로 번번이 쓰이고 있다.

 

참고로 그 연예인은 그 사건 이후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면에서 쇠락의 길을 걸었고 사실상 재기도 하지 못한 채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올해 5월 또 하나의 음주망언이 나왔다. 경찰과 JTBC 등에 따르면 음주 뺑소니 의혹을 받는 김호중씨는 사건 초기 “유흥업소를 방문한 뒤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지는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랬던 김씨는 음주운전 사실을 줄곧 부인하다가 사고 열흘 만에 당시 소속사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음주망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시기를 기다리는 것인가.

 

그리고 결국 터질게 터졌다. 지난 18일 검찰은 ‘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김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정황상 언론에 수천번 나온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본 대다수의 국민들은 음주운전이 아니고서는 저렇게 운전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하며 김씨는 대한민국의 뜨거운 감자가 됐는데, 음주운전 혐의는 온데간데없다. 검찰은 “김씨 아파트와 유흥주점 등의 CCTV를 분석해 김씨가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음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당시 김씨가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역추산만으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번 사례를 통해 조직적인 거짓말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입법 미비가 있음을 재확인했다”며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의 허위 진술,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등 사법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앙꼬 없는 찐빵’. 우리는 흔히 어떤 일이나 생각 등에서 중요한 것이 빠졌을 때 이렇게 표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찐빵에 숨어 사는 무수한 법꾸라지들이 있다. 일반인은 (그럴 능력이 없어) 법의 심판을 그대로 받아야 하고, 그들은 비웃듯 법망을 피해 나간다. 국민들이 이 사건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제대로 된 법의 심판이 김씨도 살리고, 법의 권위도 드높일 기회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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