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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유월이 선사하는 햇살과 바람의 이중주

김소영 한국외국어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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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유월의 중순이다.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이 왔음을 대낮의 뜨거운 햇살로 과시한다. 하지만 초저녁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야말로 유월의 매력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쫓겨 봄을 만끽하지도 못했는데 더위를 식혀주는 저녁 바람을 맞노라면 어느덧 유월이 왔음을 실감한다. 한낮의 더위와 저녁의 선선함이 전하는 유월의 날씨는 희로애락으로 가득한 기나긴 인생의 여정 같기도, 치열하게 일하다 지쳐 귀가하는 하루의 단면을 닮은 듯도 하다. 땀방울을 씻어주는 초저녁 바람은 자연이 전하는 잔잔한 위로와도 같다.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변한 나뭇잎을 바라보노라면 새해가 시작된 후 나의 삶이 얼마나 여물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시인 이채의 ‘유월의 꿈꾸는 사랑’에는 유월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사는 일이 너무 바빠/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청춘도 이와 같아/꽃만 꽃이 아니고/나 또한 꽃이었음을/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유월 같은 사람들아/피고 지는 이치가/어디 꽃뿐이라 할까.” 변덕스럽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유월은 늦은 봄과 이른 여름의 향기를 모두 지닌 찬란한 달이다. 매 계절과 매달을 지나며 이토록 무한한 자연에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임이 분명하다.

 

시가 아닌 음악에도 유월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음악이야말로 낮의 뜨거운 햇살과 초저녁의 싱그러운 바람이 어우러진 유월의 이중주를 잘 표현하는 예술이다. 1875년 작곡된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12개의 피아노 곡들로, 그중 ‘유월 뱃노래’는 아름다운 곡조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회를 비롯해 유월에는 멋진 클래식 공연이 많이 열린다. 특히 이달 내내 전국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는 임윤찬의 연주 목록에는 차이콥스키의 사계가 포함돼 있다. 원래 연주할 계획이었던 쇼팽의 에튀드를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무소륵스키의 곡으로 변경한 이유가 사뭇 궁금하지만 초여름 저녁의 낭만에 무척 잘 어울리는 곡임에는 틀림없다.

 

비단 시인의 시와 음악가의 연주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나만의 오감으로 나만의 입술로 이 매력적인 유월을 찬미해 보는 건 어떨까. 두 눈을 들어 유월의 아침 햇살을 바라보고 두 팔을 벌려 유월의 저녁 바람을 맞이하자. 초여름의 아름다움에 반응하는 나의 오감을 나의 입술로 노래해 보자. 모든 달이 소중하고 유의미하겠지만 한 해의 중도에서 맞이하는 유월을 그저 스쳐 지나가지 말기를 바라 본다. 잠시 멈춰 유월의 햇살과 바람이 선사하는 이중주를 만끽하기를. 그리고 남은 한 해를 기대하며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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