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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배고파 삼각김밥 절도... ‘현대판 장발장’ 고교생에 온정 밀물

안산상록署, 처벌 대신 ‘선도’ 결정⋯협력 봉사단서 졸업 전까지 쌀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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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유동수화백

 

지난 3월25일 오전 안산시의 한 편의점.

 

등교를 하던 고등학생 A군이 편의점에 들러 처음으로 삼각김밥을 몰래 훔쳤다. 급하게 입속으로 구겨 넣은 삼각김밥이 든든한 식량으로 느껴졌던 건지, 이날 이후부터 A군은 등교 전 수시로 편의점에 들러 몰래 훔친 삼각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그렇게 굶주린 배를 채워가던 A군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상습 절도범이 되어 갔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상품대에 진열된 물품이 계속 없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한 편의점 관계자는 폐쇄회로 (CC)TV 영상을 통해 A군의 범행 장면을 확인했다.

 

한 달이 넘게 이어진 A군의 절도 행각은 지난 2일 오후 11시께 A군 주거지 인근으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막을 내렸다.

 

수사를 개시한 경찰이 확인한 피해 물품은 오로지 ‘삼각깁밥’. 경찰은 해당 범죄가 여타 청소년 일탈 범죄와는 조금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안산상록경찰서는 A군의 ‘범죄’ 대신 ‘열악한 형편’에 주목했다.

 

A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원하는 다가구주택에서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어머니 밑에서 홀로 자라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 역시 조금이라도 가정형편에 도움을 주고자 소일거리를 찾아 나선 상황에서 아침밥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었다.

 

얼마 되지 않은 용돈마저 바닥이 난 A군은 힘겹게 살아가는 부모님에게 밥값을 달라고 말하지 못한 채 결국 생계형 절도를 시작하게 됐다.

 

아들의 소식에 누구보다 가슴을 치고 자책에 빠진 A군의 어머니는 A군의 손을 잡고 편의점을 찾아갔다. 정중한 사과를 한 뒤 업주와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후 A군은 경찰에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안산상록경찰서는 회의를 개최해 A군에게 처벌 대신 온정을 베풀자는 의견을 모았다.

 

경찰은 꿈도 피워보지 못한 청소년의 미래에 전과를 남기는 대신 청소년선도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사건을 즉결심판에 회부할 계획이다.

 

청소년선도위원회에서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 참작할 만한 상황이 있는 경우 선도 차원의 심의를 거쳐 처벌을 감경받을 수 있는 논의가 진행된다.

 

A군의 어려운 가정 형편을 반영해 처벌 대신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셈이다.

 

이와 함께 안산상록경찰서는 협력단체인 ‘천사봉사단’을 통해 A군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졸업하기 전까지 쌀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군에게 전달된 따뜻한 온기가 A군이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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