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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 리더의 선택

조영민 인천산업디자인협회 회장·인하대 디자인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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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대회의실, 테이블 끝 대표자의 자리와 좌우로 임원진들의 자리가 눈에 띈다. 최종 프로젝트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다. 초조함과 긴장감으로 경직되면서도 중요한 결정의 자리인 만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발표를 이어나간다. 다행히 박수를 받으며 발표를 마무리하고 회사 대표자가 발언을 이어간다. ‘내용에 대해 질의나 의견 주세요.’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김○○ 이사님 어떠신가요, 이○○ 이사님은 어떠세요.’ 모두의 의견을 들어볼 분위기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마지막, 대표자가 발언한다. ‘모두가 좋다 하니 일단 A 방향으로 갑시다.’ 모두가 좋다 하면 좋은 결정일 수 있을까. 모두가 좋다고 안 한다면? 대표자는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아닌 모아진 의견을 통해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자리가 아닐까. ‘어느 것이 좋을까’, ‘무엇을 고를까’,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매일, 매순간 선택을 통해 인생을 살아간다. 디자인 프로젝트의 마감이 다가오면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옴을 직감하며, 긴장감과 어려움이 밀려온다. 하지만 연구실랩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결정의 몫은 온전히 연구책임자인 나의 것이라 여기고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선택의 순간들이 다음 단계에서 나에게, 연구팀에 남김없이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디자인 연구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미팅을 진행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들, 분석과 콘셉트들이 나오고 형태와 표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여과 없이 승부를 겨루기 위해 튀어나온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광고대행사라는 곳에 취업하고 사회인으로서 벅찬 가슴을 안고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던 때를 생각하면 그 당시는 나의 아이디어와 콘셉트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그 곱의 책임이 더해진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사회 초년생, 디자이너의 업무와 할 일을 알려주시던 사수의 눈빛에 들어있었을 고뇌와 번뇌를 그때는 알지 못했다. 밑의 직원이 내놓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세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최종 소비자와 광고주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예상해 준비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심오함을 알기에는 성숙하지 못한 것이 당연한 것일까.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 철학을 다룬 ‘일 벨 디자인(Il Bel Design)’에서 지금까지도 알레시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사랑받는 ‘알레산드로 M’을 그가 디자인하며 무엇인가 창조한다는 것에서 ‘캐릭터가 너무 빼어나도 문제다. 디자인은 사라져버리고 캐릭터만 남기 때문이다. 또 캐릭터가 좋지 않으면 더 문제다. 싸구려 캐릭터 상품으로 전략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에는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는 균형감을 가지고 최종 판단을 거쳐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작업 아틀리에에는 멘디니 외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협업하고 있다. 그들의 창의성과 표현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대표 디자이너인 멘디니이지만 최종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도 멘디니인 것을 이해한다면 ‘새로운 창조는 판단과 결정의 연속이며 그에 대한 모든 책임과 소비자들의 반응도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그의 이야기가 상당한 무게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새로움이라는 이름으로 무책임하게 세상에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 생각, 결과물들이 보인다. 그것들은 온전히 누군가가 책임감 있게 선택한 것일까.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한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직접 보여주고 만들어주기 전에는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며 새로운 창조를 통해 그들을 일깨워주고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의식과 책임감은 세상을 변화시켰던 혁명가, 발명가, 위인들만 필요한 것일까. 민생을 위한다는 정치인, 경제를 이끈다는 경제인, 백년지대계 교육을 펼친다는 교육자 등 모두가 작은 선택과 결정으로도 그 다음 모든 단계와 결과들이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는 무서움을 알고 처신할 때 비로소 사회와 국가가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따라서 누구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와 함께 누구나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의 결정은 리더라는 자가 책임을 지고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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