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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번지수 찾기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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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란 건물이나 토지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는 숫자를 의미한다. 번지수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어디든 길을 잃지 않고 곧바로 찾아갈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뜻의 ‘번지수를 제대로 찾다’는 관용어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번지수는 부정적 의미가 더욱 많다. 어떤 일에 들어맞지 않거나 엉뚱한 데를 잘못 짚는 경우 당연한 듯 번지수를 소환한다. 특정 사안을 두고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섣불리 의견을 밝혀 망신을 당하거나,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님에도 애꿎은 사람을 비난해 민폐를 끼칠 때도 늘상 따라붙는 말이 바로 ‘번지수를 잘못 찾다’거나 ‘번지수가 틀리다’이다.

 

원조는 역시 정치권이다.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짚은 온갖 실언들이 판을 치며 가뜩이나 버거운 서민들의 삶에 불쾌지수만 높이고 있다. 문제는 한없이 가벼운 언행이나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성 카더라식 폭로조차 정파적 이익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면죄부가 주어지는 웃픈 현실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지만 그로 인한 대가는 달콤하다.

 

이는 단순히 정치권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위 공인이라는 사람들이 던진 말 한마디가 나비효과처럼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것 역시 일상 다반사다. 최근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한 선수가 자신의 SNS에 일본식 한자로 쓰여진 ‘국제선 출국(일본행)’ 전광판 사진을 올린 뒤 “한국에 매국노 왜케 많냐”며 저격성 글을 남긴 건 대표적 예이다. 확인 결과 해당 사진의 주인공은 광주 소재 일본풍 식당이었고 급기야 해당 식당은 친일 논란에 휩싸이며 악성댓글로 인해 큰 고초를 겪어야 했다. 문득 우리 국민이 일본식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매국노라는 것인지, 일본행 출국 전광판을 통해 일본 여행객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최근 세태를 가리켜 매국노라 하는 것인지, 글쓴이의 의도가 궁금하다. 하지만 둘 중 어떤 경우에도 ‘매국노’란 단어를 붙일 수 없다는 점에서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것이다. 뒤늦게 공개사과를 하긴 했지만 오랜 기간 힘들게 쌓아온 소상공인들의 삶을, 매국노 한마디로 평가절하했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무엇보다 번지수를 잘 알고 찾아가는 것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취업이 고민인 청년에게 ‘너 같은 인재를 몰라 주는 사회가 문제’라며 무책임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 아닌, 취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 냉정하게 지적해주는 따뜻한 용기가 더욱 대접받을 때야말로 번지수 찾기의 긴 여정은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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