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김도성
생강꽃 산수유꽃
노랗게 핀 산 숲길
손끝에 솔잎 뜯고
휘적휘적 걷는 길
누군가
따라오려나
돌아보니 오솔길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봄은 가만히 앉아 있기엔 아까운 계절이다. 무엇보다도 설레는 가슴을 그냥 둘 수 없다. 어디든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오솔길은 봄을 맞이하기에 딱 좋은 길. 그것도 혼자라야 맛이 난다. 이 동시조는 새봄을 맞은 이의 설레는 마음을 오솔길에 펼쳐 놓았다. 재미있는 것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꾸 뒤를 돌아다보게 된다는 것. 누군가 자기를 따라온다는 느낌.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오솔길이었다는 것. 이 동시조를 읽다 보니 장욱진 화백의 「자화상」이란 그림이 떠오른다. 황금 들녘 사이로 오솔길을 유유히 홀로 걸어가는 신사의 모습. 한 손에는 모자를 들고 또 한 손에는 우산을 든 모습이 마치 먼 길이라도 가려는 듯, 단순함을 추구했던 그의 그림 세계와 이 동시조의 간결함을 같은 선상에 놓고 싶다. ‘생강꽃 산수유꽃/노랗게 핀 산 숲길’의 장화백의 저 황금 들녘과, ‘손끝에 솔잎 뜯고/휘적휘적 걷는 길’은 어쩜 그리도 같은 심상의 표현인가.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여기서 이 동시조의 제목을 ‘오솔길’이 아닌 ‘자화상’으로 바꿔도 좋지 않을까? 김도성 시인이 걸어온 삶의 길로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시인은 최근 가곡과 대중가요 가사 창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건투를 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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