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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건강보험과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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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경열 두원공과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국민건강보험은 한국의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공공의료보험에 속한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기준에 따라 보험금만 납부하면 대부분의 진료비를 국가가 대납하고 환자는 일부의 본인 부담금만 내면 돼 몸이 조금만 편치 않아도 쉽게 병원을 찾는다. 통계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은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 1위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특징은 강제가입, 차등부과·균등수혜, 국가책임 등이다. 즉, 국민건강에 관한 한 국가의 일관적 제도를 적용하기 때문에 전 국민은 선택의 여지 없이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이러한 일관성은 국민의 건강관리 정책에 있어 긍정적으로 선진국들이 우리의 공공의료보험제도를 참조하고 있다.

 

선진국 중 후진적인 공공의료보험체계를 가진 국가가 미국이다. 한국이 의료보험을 의무 가입으로 정해 전 국민에게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해 미국은 메디케어(65세 이상 노령층에 의료비 50% 지원), 메디케이드(65세 미만 저소득층·장애인에게 의료비 전액 지원)만 국가가 운용하고 그 외는 민간 보험사에 일임하고 있다. 이에 상당수 젊은층은 매우 높은 의료비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2023년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16.6%로 우리나라(9.7%)를 크게 웃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은 그야말로 ‘의료천국’이다. 고도로 숙련된 전문인력, 최첨단 의료 장비, 잘 확립된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다른 나라라면 본인 부담이 큰 물리치료 등 긴급하고 직접적인 질병과 관련 없는 치료 또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외국 거주 동포들이 진료와 치료 목적으로 고국을 방문해 얻는 혜택이 매우 크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보장성’이 그렇다. 건강보험의 가치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혜택을 보는 것에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증 환자에 대해 그 보장성이 집중돼 있다. 이러한 사유로 인해 중증(혹은 응급 등)에 대한 보험의 보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필수의료 분야는 점점 낙후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증 환자는 전체 환자 대비 그 수가 적어 다수의 지지가 필요한 정치인들에게는 관심도가 적다. 오히려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비필수적인 의료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의료 포퓰리즘’에 정책 방향이 집중된다. 생명을 구하는 데 직접적이고 긴요한 의료보험의 적용도 보편적이어야 한다. 1차진료, 경증질환에 과도하게 공급되고 있는 비용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중증·희귀질환에 관련된 약재들을 급여화하거나 외과수술에서 의료자원의 통제를 완화해야 생명을 구하는 진정한 의료보험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우리의 의료보험제도는 건강할 때는 매우, 또는 필요 이상으로 우수하다. 그러나 정작 생명이 위급한 중증 응급질환에 대해서는 예상치 못한 구멍이 있다. 건강보험의 진정한 가치는 99마리의 파퓰러보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구하기도 어렵지 않아야 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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