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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루(砲樓)는 왜 벽돌로만 지었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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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 진지인 포루는 전체를 벽돌로 만들었다.

 

성역 당시 벽돌은 고급 자재이고, 제작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설계와 시공 책임자인 감동당상 조심태의 입장과 발주자인 임금 정조의 국가경영 입장으로 나눠 살펴본다.

 

포병 진지인 포루는 모두 벽돌로 만들었다. 이강웅 고건축가 제공

 

포루(대포)는 화성에 동, 서, 남, 북동, 북서포루 등 5곳이 있다. 북성에만 2개인 이유는 방어에 취약한 수문 화홍문을 위해 북동포루를 특별히 배치했기 때문이다. 구조는 “성의 몸체에 돌출되게 집을 지었는데, 높이는 포(집)와 같다. 3층으로 해 그 속 내부를 비운 점이 마치 공심돈의 구조와 비슷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치, 포루(군졸), 공심돈의 세 가지 구조적 특색과 장점을 모두 갖춘 시설물이다. 가장 큰 특징은 3층 내부 모두를 비워 놓고 수많은 포혈을 낸 것이라 하겠다.

 

성에 벽돌을 사용한 것은 한국에서 화성이 유일하다. 암문, 수문, 봉돈, 노대 등은 벽돌과 돌을 함께 사용했으나 포루는 전체를 벽돌로 지었다. 당시에는 벽돌이 고급 자재였다. 어제성화주략에 “우리나라 사람은 벽돌 굽는 데 익숙지 못하고 또 벽돌 굽는 땔나무를 구하기도 어렵다”란 내용이 있다. 성역 당시 벽돌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기록이다. 그럼에도 포루는 왜 벽돌만 사용했을까? 이 또한 화성 미스터리다.

 

포루는 속을 비워 3층을 만들고 실내를 사용한다. 이강웅 고건축가 제공

 

먼저 포루만이 가진 유일한 점을 찾아보자. 첫째, 지상부터 성 높이까지 사용하는 유일한 시설물이다. 화성 시설물은 대부분 치성 위에 짓는데 포루는 지상에 짓는다. 즉, 다른 시설물은 치상축(雉上築)이고 포루는 성 밖 원지반 바닥에 세운 유일한 시설물이다. 둘째, 3면 벽체에 많은 구멍이 뚫려 있다. 지상에서 성 높이까지 돌출 벽체 3면에 총혈, 포혈 등 구멍이 가장 많이 뚫려 있다. 1개 포루에 최대 38개까지 뚫었다.

 

셋째, 비어 있는 실내를 사용하는 유일한 시설물이다. 다른 모든 시설물은 지상에서 성 높이까지 흙으로 채워져 있다. 포루만 유일하게 속을 비워 놓고 실내공간처럼 사용한다. 이상과 같은 포루만의 건축적 특성을 통해 포루는 왜 벽돌만으로 지었을까? 알아보자.

 

포루는 지상부터 사용하고, 내부가 비어 있고, 구멍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강웅 고건축가 제공

 

■ 조심태의 입장을 알아보자

 

조심태는 감동당상으로 화성성역의 현장 총책임자다. 설계와 시공 모두를 담당한 입장에서 시공성에 관심을 뒀을 것이다. 첫째, 벽 안팎 모두 마감 처리를 해야 한다. 포루는 내부 공간 활용이 중요한 시설물이다. 내부에 기둥을 세우고, 마루 깔고,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그리고 군사가 머물며 적을 정탐하고 대포를 쏘는 공간이다.

 

이 말은 벽체 안쪽이 모두 수직으로 매끈하게 마감돼야 군사가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울퉁불퉁한 돌 마감으로는 기둥조차 세우지 못하고 실내 사용에 무척 불편하다. 포루 내부를 비워 실내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돌보다 벽돌이 최상의 재료이고 선택이다.

 

둘째, 다양한 각도로 많은 구멍을 설치해야 한다. 포루는 기능상 많은 구멍을 벽에 내야 한다. 정탐하고, 대포를 쏘기 위한 구멍이다. 구멍 수량보다 다양한 각도로 뚫어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같은 각도가 하나도 없다. 더구나 포루는 벽 두께가 1.2m에서 1.8m에 달한다. 돌로 된 벽체라면 불가능하다. 벽체에 여러 각도로 많은 구멍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벽돌이 최상의 재료이다. 정리하면 시공 총책임자 조심태는 포루 벽체를 돌로 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포루에 최적의 솔루션으로 벽돌을 선택한 것이다.

 

기둥, 마루,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하므로 벽면은 매끈하게 마감돼야 한다. 이강웅 고건축가 제공

 

■ 정조의 입장을 알아보자

 

발주자인 정조의 입장에서는 사용자 입장과 건설 경영에 관심을 두었을 것이다. 설계자, 시공자의 입장과 다른 차원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첫째, 사용자에게 좋은 디자인을 제공하려 했다. 성에는 대부분 돌이 사용된다. 시각적으로 성 전체가 동일한 색상, 텍스처, 형상을 보여준다. 여기에 벽돌은 큰 변화를 줬다. 변화와 미관을 군사와 백성에게 제공한 것이다.

 

둘째, 벽돌 제작기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원했다. 성역 당시 벽돌 제작과 쌓는 숙련공인 벽돌장은 드물었다. 정조는 포루에 벽돌을 사용하게 해 제작기술의 발전을 기대했을 것이다. 굽는 가마와 굽는 방식을 새로이 고안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화성은 벽돌의 대량생산과 기술 발전의 시발점이다.

 

셋째, 공기 지연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포루는 화성에 5곳이 있고 돌출 길이도, 높이도, 두께도 가장 크다. 성과 시설물 모두 돌 한 종류로만 설계한다면 화성 성역은 돌 하나에 영향을 받게 된다. 자재인 돌과 인력인 석공의 수요가 일정 기간에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수요 피크 때 공급을 못하게 되면 공사가 지연이 되는 것이다.

 

자재가 돌 하나라면 자재와 석공의 공급에 부하가 많이 걸려 공기 지연의 원인이 된다. 이강웅 고건축가 제공

 

이런 점을 알고 있는 정조는 화성성역 주재료를 돌 한 종류에서 돌과 벽돌 두 종류로 전환한 것이다. 주인력도 석공 한 직종에서 석공과 벽돌공 두 직종으로 분산시킨 것이다. 분산 전략을 채용해 자재와 인력의 수요 공급 부하를 낮춘 것이다. 이는 공기 지연 리스크를 없애고 오히려 공기 단축의 효과를 얻게 된다.

 

벽돌은 시공이 쉽고, 공사 기간을 줄여주고, 까다로운 구멍 뚫기도 가능하고, 미관이 수려한 점 등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한 포루의 토털 솔루션이다. 기능성, 시공성, 미관성을 넘어 공사 기간에 예상되는 리스크 관리까지 고려한 것임을 알았다. 포루 자재로 벽돌을 선택한 정조의 경영 전략을 엿보았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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