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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는 왜 성안으로 반이 들어왔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철두철미한 정조의 전술, 방어 넓혀 아군 지킨 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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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는 반이 성 안으로 들어왔다. 사진은 북서적대. 이강웅 고건축가 제공

 

북문인 장안문은 화성의 정문으로 우리나라 성문 중 규모가 크다. 규모뿐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문루와 옹성이다. 6·25전쟁으로 유실된 것이 안타깝다. 문, 수문, 암문은 성에서 가장 취약한 곳으로 수비를 위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암문은 위급 시 돌과 흙으로 문을 메워 버리는 구조로 계획했고 북수문은 철전문을 설치하고 두터운 벽첩을 덧대 포루를 만들었으며 남수문은 장포를 설치해 수백 명의 병사가 머물 수 있게 했다. 문의 경우 문루, 옹성, 적대를 설치해 시스템 방어를 구축했다. 문루는 상부에서, 옹성은 앞쪽에서, 적대는 좌우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적대는 의궤에 “높은 대 양쪽 가장자리에서 적을 좌우로 살피면 적이 곧바로 성 아래로 다가오지 못할 뿐 아니라 굽은 살이나 비껴 쏘는 탄환이라도 대 위에 있는 아군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높게 만들어 달려드는 적에게 위압감을 주는 전략적 설계다. 치성 중 높은 이유다.

 

그리고 구조에 대해 의궤는 “대의 반쯤은 밖으로 나갔고, 반쯤은 성 안으로 벋게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주 독특한 구조다. 장안문 양옆에 있는 적대를 가보니 확실히 대의 일부가 성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내탁부 위 통로 공간을 잡아먹으면서 왜 적대의 반이 성 안으로 들어왔을까? 화성 미스터리의 하나다. 탐험을 떠나보자.

 

성 안으로 들어온 적대의 모습이다. 사진은 북서적대 성 안 쪽. 이강웅 고건축가 제공

 

적대는 성에서 가장 취약한 문을 방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높은 대 ‘고대(높은 대) 전략’과 넓은 대 ‘광대(넓은 대) 전략’이다. ‘높은 대’는 오늘의 주제가 아니다. 추후 게재할 예정이다. 왜 ‘넓은 대’를 선택했을까? 하나는 적대의 방어 범위가 의외로 넓기 때문이다. 앞쪽으로 옹성에서 뒤쪽으로 문루까지가 범위다. 다른 하나는 방어 범위가 넓은 만큼 많은 양의 무기와 병력을 운용해야 할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길이가 모든 돌출 시설물 중 가장 긴 47척이다. 어마어마하다. 모두 돌출시키지 왜 성 안으로 반을 끌어들였을까?

 

치, 포루(군졸), 적대는 성 밖으로 돌출시켜 성으로 접근하는 적의 옆구리를 양쪽에서 공격해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성 밖으로 길게 나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00척 길이로 길게 돌출시킨 치성을 생각해보자. 너무 길게 돌출되면 치성의 기능을 잃고 오히려 적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된다. 원성에는 8m가 넘는 내탁 공간이 있으나 돌출된 치성에는 고작 2m 내외의 공간만 있기 때문이다. 여장 뒤 공간은 무기와 병력의 비축과 이동 공간으로 넓이 자체가 방어력을 의미한다.

 

반대로 10척 길이로 아주 짧게 돌출시키면 치성의 역할을 못 하고 원성에 방해가 된다. 짧은 길이는 병사 한두 명만 배치할 수 있어 적의 측면을 공격하는 기능이 약화된다. 양옆 원성에서 보면 오히려 감시각에 장애물이 된다. 효율적인 치성의 역할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돌출 길이가 가장 효율적인가 판단해야 한다. 길면 오히려 적의 집중 공격을 받는 곳으로 바뀌고 짧으면 치의 기능을 못 하고 아군의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전략적으로 돌출 길이는 얼마까지일까?

 

성 내로 들어온 동북노대다. 들어온 길이는 11척이다. 이강웅 고건축가 제공

 

최대 돌출 길이는 사실상 돌출 상한선이다. 화성에 치성은 치 8곳, 포루(군졸) 5곳, 동북노대, 남공심돈, 서북공심돈으로 16곳이다. 치성의 최대 돌출 길이를 찾아보자. 현재 돌출 길이를 보면 치에서는 동1치가 23척8촌으로 가장 길고 포루(군졸)에서는 동1포루로 23척, 서북공심돈 23척, 동북노대는 20척5촌이다.

 

이 중 전체가 성 밖으로 모두 돌출된 치성 중에서는 동1치가 가장 길다. 돌출 길이가 23척8촌이다. 이 이상은 없다. 따라서 이 수치가 바로 돌출 상한선이 된다. 즉, 치성의 최대 돌출 길이는 24척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치성의 경우 돌출 길이가 24척이 넘으면 안 된다. 만일 24척이 넘으면 일정 부분을 성 안으로 들여 넣어야 한다. 화성에서 24척이 넘는 치성은 동북노대뿐이다. 동북노대는 돌출 상한선을 지키기 위해 11척이 들어오고 밖으로 20척5촌만 돌출시킨 것이다. 24척 이내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제는 치성 16곳 외의 돌출된 시설물을 파악해 보자. 적대 4곳, 봉돈, 포루(대포) 5곳을 말한다. 앞의 치성과 마찬가지로 원성에서 돌출된 길이를 보자. 적대는 29척, 봉돈은 18척, 포루(대포)는 29척이 돌출됐다. 따라서 치성 외 돌출 시설물의 최대 돌출 길이는 29척이 된다.

 

봉돈도 성 안으로 16척이나 들어왔다. 이강웅 고건축가 제공

 

따라서 적대는 29척을 넘기지 않으려고 18척을 성 안으로 들였고 봉돈은 16척을 안으로 넣어 18척만 돌출시켰다. 그리고 포루(대포)는 돌출 길이를 29척으로 계획한 것이다. 정리하면 화성에서 시설물 중 치성은 돌출 한계가 24척이고 치성 외의 돌출 시설물은 29척임을 밝혔다.

 

성 안으로 들어온 부분은 무엇으로 쓰였을까? 주로 보조공간으로 쓰였다. 적대에서는 활, 화살, 화창, 동북노대에는 깃발, 북, 활, 쇠뇌, 뇌목, 포석, 비, 화기의 저장 공간으로 쓰였고 봉돈은 군졸의 거처와 기계 창고로 사용됐다. 적대, 동북노대, 봉돈이 왜 성 안으로 들어왔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내탁부 통로를 잡아먹으면서 돌출 상한선을 지킨 화성 시설물에서 정조의 엄격한 전략적 기준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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