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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칼럼] 우리 사회에 내재된 위험·차별·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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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대테러안보연구원장·호원대 명예교수

한 달 전이다. 미국 텍사스주 쇼핑몰 총기난사가 벌어지고 몇 개의 보도를 시청하자 곧장 끼쳐온 심정은 이 사건의 트라우마가 내게 전이해 오는 것을 한사코 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관련된 보도를 더는 듣거나 보고 싶지 않았다. 며칠 뒤면 둘째 딸 가족의 미국 연수가 예정돼 약간의 공감이라도 마음에 일면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웃에게 아무 이유도 없이, 온몸에 총기난사를 당한 비극적 참사였다. 순진무구한 세살배기를 포함한 한인 교포 일가족이 갑자기 숨져간 그런 끔찍함은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항용 혐오와 증오범죄는 특정 인종이나 국적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겹쳐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텍사스 참사는 이보다는 근본적으로 다인종 사회의 구조적 불의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즉, 국가가 마땅히 기울여야 했던 인종차별과 혐오에 대한 주의와 대응역량의 퇴화가 근원일 수 있다.

 

이는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할 정도로 미국 사회의 다원성이 미국의 정신적 힘이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미국 사회를 언제든지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게 할 수 있고 국가적 권위를 약화시킬 수도 있는 또 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미치광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적 행위나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긴 백인 청년층의 박탈감이 배경인지 그 관점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국가 구성원들이 서로 믿음을 지니고 함께 살아야 하는 자유주의 사회에서 왜 미국의 정치권력은 백인 우월적인 혐오를 부추기고 편파성 공권력으로만 기능하게 됐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2023년 현재 미국에는 인종 혐오 그룹 784개가 적극 활동하고 있다. 만약 노예로밖에 안 보이는 흑인, 후진적인 유색인 이민자라는 백인 우월 사상이 계속된다면 미국 사회의 미래는 이번 사건과 같은 등잔 밑 재앙의 강한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비단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브렉시트 이후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중동에서도 종파 간의 테러가 길거리를 피로 얼룩지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 역시 온갖 이해관계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혐오와 증오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한 이주민들이 느끼는 차별에 대한 불만, 편견과 일자리 경쟁으로 인한 사회 갈등은 얼마든지 폭력으로 촉발될 수 있는 사항이다.

 

비단 사회적 약자로서의 이주민, 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에게 자유로운 역량 발휘 기회가 적은 사회 환경만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니다. 치열한 정치적 반목과 탐욕, 권력지향적 정치인들의 ‘내로남불’ 이중성은 더욱 위험한 국민적 분노 유발 요인이다.

 

“모두가 용이 될 필요는 없다”며 ‘가붕개’로 살아가라고 말하는 기득권 정치인들의 경악스러운 망언 역시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황폐화하는 치명적 독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소수자에 대한 배타적 분위기와 그들의 다양한 절규가 우발적인 사고를 촉발시킬 가능성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평등으로의 인권 가치는 차별과 적대가 아니라 ‘상호 간의 공존과 공영’으로써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발달한 민주주의는 갈등과 대립에 대한 긍정적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소수자의 신념이 극단화됨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역분열·이념 대립과 마이너리티에 대한 차별과 무시라는 사회적 질병에 필요한 것은 상처를 아물게 할 치료이지 상처를 덧나게 할 공격은 아닌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으로 불안해진 위기의 시대, 우리에게도 서로를 하나로 묶고 강한 나라를 만드는 게 가장 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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