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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깃든 사연 예술로 풀며... 끈끈한 정 잇다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지역주민들과 애정으로 가꿔낸 공간
일상 속 문화예술 피워내며 뜻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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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의 끈끈함이 서려 있는 행궁동 일대는 한 번 빠져들면 쉽사리 떠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곳이다.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자리잡은 행궁동엔 신풍동, 매향동 등 12개의 법정동 주민들이 함께 살아간다. 행리단길 등의 인기로 이 지역의 유입 인구가 많아지면서 지역의 정체성이 새롭게 재편됐지만, 오랜 기간 마을과 호흡해온 사람들이 마음에 맞는 이들과 구축해온 커뮤니티 역시 행궁동을 지탱해 오고 있다. 사람이 소통하는 곳에는 언제나 문화와 예술이 피어나기 마련인데, 특히 행궁 권역에선 관광 명소와 일상 공간 사이에 빈틈이 발견된다. 느슨하게 벌어진 틈새로 동네 곳곳이 품어온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에 만나볼 동행공간은 행궁동 주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복합문화공간인 근데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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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미술관에서 방문객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근데미술관 제공

 

④ 근데미술관

매향동의 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근데미술관. 2층에 올라 문을 열면 한 작가의 평범한 개인 작업실처럼 보이기도 하고, 군데군데 걸려 있는 그림과 각종 예술 작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상시 이곳에서 반려동물들과 시간을 보내고, 작업에 대해 생각하며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송은지 작가(42)는 펜드로잉 작업을 중심으로 작가 활동을 이어온 데 이어 동네 공동체 문화를 꾸려나가는 문화 기획자의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 얽힌 이름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생각보다 단순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여기가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으니 미술관인 거 같기는 한데, 그런데 마냥 미술관처럼은 안 보이고 근데 또 작업실이나 모임공간으로도 쓰이는 것 같기도 한...그런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나온 이름이죠.”

 

원래 근데미술관은 신풍동에 있었지만 지난해 1월 매향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작가들의 굿즈도 팔고, 작품도 전시하고 작업실이자 모임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던 신풍동 시절과 지금은 사뭇 달라진 공기와 상황이 그의 앞에 놓여 있다. 이사 이후 정신 없이 짐을 정리하고, 재정비하는 기간이 이어졌다. 매향동 근데미술관은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앞으로 나아갈 채비를 마쳤다. 송 작가는 신풍동에 ‘두석이네 미술관’이라는 전시 공간을 얻어 그의 철학이 두 거점 공간을 통해 확장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오는 4월1일부터 한 달간 동료인 김가리, 임은빈 작가와 함께 ‘워밍업; (둥근모서리)’라는 전시를 통해 주민들과 만나게 된다. 전시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덧칠되면서 근데미술관과 두석이네 미술관을 오가는 형형색색의 색채가 입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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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팔달구 매향동에 위치한 근데미술관 내부 전경. 근데미술관 제공

 

근데미술관의 역사는 곧 송 작가의 행보와 맞닿아 있다. 동네 주민을 만나고, 동네에 깃든 사연을 예술로 풀어내는 작업들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동참했다. 송 작가는 2020년 수원 공공미술프로젝트 ‘사람이 있다 미술로 잇다’에서 행궁 권역을 맡아 기획자로서 동료 예술가들과 작업을 했다. 당시 거점 공간인 근데미술관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활동을 준비할 수 있었다. 작가들이 시민들과 만나 만들어낸 창작 프로젝트, 동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 발간 등 마을 공동체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들이 그를 중심으로 피어났다.

 

지난해 10월에 진행됐던 ‘행궁동 마을시장: 행궁동 주민 공동체 문화를 위한 커뮤니티 마켓’은 ‘마을, 행궁동, 일상문화’라는 키워드로 각자의 일상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다. 평상시 생활 속에서 느꼈던 주차문제, 쓰레기나 담배꽁초 무단 투기 등의 고민과 애로 사항을 동네 주민들이 자주 가는 땅콩카페에서 털어놓는 소중한 마을 문화 형성의 장이었다. 이처럼 행궁동 주민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젠트피리케이션 문제를 비롯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적 사각지대 등 언제나 송 작가의 관심사는 일상에서 출발해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다.

 

언제나 그의 눈에 띄었던 건, 세련된 화이트큐브가 아니라 낡고 버려진 유휴공간이나 동네 사람들이 소박하게 모여드는 허름한 장소들이었다. 그런 마음이 쓸모 없고 버려진 소재들, 제로웨이스트 같은 친환경 이슈와 연결된다. 흔히 꺼내기 힘든 화두를 다루는 작업 역시 송 작가에겐 동네 주민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된다.

 

송 작가의 곁을 지켜줬던 사람들을 포함해 그의 삶에 불쑥 들어와 한 두 번씩 얼굴을 비치면서 가까워졌던 동네 주민들은 지금까지 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특히 송 작가가 20대 후반에 알게 된 노영란 작가(55)는 가족처럼 편안한 사이여서 시간 날 때마다 얼굴을 보고 있다. 노 작가는 “자주 보는 멤버 6~7명이 있다. 근데미술관에서 서로 즐겁게 대화도 하고 밤에는 술 한잔을 기울이며, 놀이터처럼 편안하게 시간을 보낸 적이 많다”고 말했다. 송 작가는 “만약 이들과 쌓아놓은 관계가 없었다면 근데미술관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애정으로 가꿔낸 공간에서 계속 마주할 수 있다는 기쁨이 근데미술관을 운영해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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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송은지 작가가 수원특례시 팔달구 매향동에 위치한 근데미술관에서 반려견 구리, 두부와 함께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인터뷰 근데미술관 송은지 작가 “주민들과 나누는 공동체 의식… 진솔한 내면 공유”

Q. ‘함께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A. 20대에는 개인전이나 그룹전 등 전시 활동에도 참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시만 위해 작업 활동에 몰두하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공동체 속에서 소통하는 작업을 기획하고 실천에 옮겨 현장의 공기를 만끽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가만히 엉덩이를 붙여 작업에 몰두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진솔한 내면을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마음이 맞는 동료 작가들과 전시를 할 때는 너무 즐겁다. 글을 쓰는 이,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이들과 함께 매체를 넘나드는 전시를 선보였던 적도 많다. 다양한 분야에서 테마를 공유를 할 수 있다면 다양한 매체, 표현 방식을 함께 품은 기획이 가능해진다.

 

Q. 행궁동에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A. 여기서 이 공간을 꾸려갈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주민들과 나누는 공동체 의식 덕분이다. 행궁 일대에 깃든 느릿한 시간의 미학, 이곳만이 가지는 이웃과의 관계가 있기에 공간을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건 공동체다. 공동체 문화가 없다면 저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수원역이나 인계동 일대에 작업실이 있었다면 현재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공간을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끼리의 끈끈한 정을 이어주는 이런 공간이기 때문에 결국 여기에 사람이 모여들게 되고 여기를 떠날 수 없는 이들이 생기고 사람과 사람이 계속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선순환 구조가 생겨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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