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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칼럼] 5만원권 발행과 부정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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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5만원권 발행이 시작된 2009년 이전에 발행을 놓고 활발하게 논쟁이 벌어졌었다. 당시 본인의 강의 시간에 학생들이 5만원권 발행에 대해 어떤 의견이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본인은 분명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반대의 명분은 첫째, 우리나라의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어 비리를 더욱 저지르기 쉽게 할 것이라는 점(2004년 기준 한국의 청렴수준 47위), 둘째 고액권의 발행은 우리나라와 같이 인플레가 심한 나라에서는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 셋째 우리는 증여세율과 상속세율이 높아 고액권이 탈세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고 퇴장될 수도 있다는 점, 넷째 인터넷뱅킹이나 카드 사용이 일반화되고 있는 시점에 굳이 고액권을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본인은 과거 가계종합예금이라는 제도가 있어 가계수표를 즐겨 쓴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인터넷뱅킹이 활발하지 않던 때라 은행에서 수표 30장을 받아와 활용하면 거의 은행에 갈 일이 없어 편하게 이용했던 적이 있다. 10만원권 수표 발행이 낭비적이고 불편해 고액권이 필요하다고 주장들을 했으나 잘못된 것이다. 1997년 미국에 객원교수로 갔을 때 은행에 예금을 했더니 수표를 200여장 주면서 앞으로 세금이나 각종 거래에 이 수표를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수표에 사인만 해 지급하면 각종 공과금이나 거래대금으로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받아오기는 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가 걱정거리였다. 금고도 없는데 도난 당하면 어떡하나 하고 외출할 때면 이들 수표를 감추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러던 차에 지인들한테 어찌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무 데나 놔둬도 아무도 가져가지도 않으며 타인은 전혀 쓸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비로소 안심하고 아무렇게나 놔두고 외출하곤 했다. 이것이 바로 신용사회라는 점을 이때 깨달았다.

부가가치세제하에서는 카드 거래를 하면 매출실적에 잡히나 현금 거래를 하면 거래액이 탈루된다. 그러므로 업자들은 카드보다는 현금 거래를 선호하게 되고 이 또한 세금 탈루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국세당국은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카드 이용에 대해 일정의 소득공제 혜택을 줘 카드 이용을 장려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거래의 편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5만원권을 발행한 것은 전혀 잘못한 처사였다. 탈세, 돈세탁, 비리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다.

5만원권이 등장하면서 금고의 수요가 대폭 늘었다고 하며 금고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라는 이야기가 시중에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2021년 1만원권의 환수율은 90~100%인 반면 5만원권 환수율은 17.4%였다고 한다. 결국 5만원권은 금고나 장롱 속으로 퇴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내게 한다. 과거 차떼기 정치자금 얘기가 있었는데 5만원권이 생겼으니 이제는 차떼기까지는 필요 없고 등산백이나 조그만 상자만 있으면 족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야당 두 국회의원 집에서 수억원의 현금이 나왔다고 하는데 5만원권이 매우 요긴하게 쓰였을 것 같다. 은행에 넣어 두면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하더라도 이자도 붙고 인터넷이나 카드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로 집에 그런 거액의 자금을 넣어 뒀을까. 수상쩍다. 도둑이 안 들었기 망정이지 남 좋은 일 시킬뻔했다. 무리한 억측일지는 몰라도 과연 이들 두 명의 국회의원에게만 이런 일이 있었던 걸까. 5만원권 발행이 정치인들이나 검은돈을 갈구하던 사람들, 탈세에 용이하게 쓰이게 했다면 참으로 잘못된 처사다. 돈이란 돌고 돌아야 하는데 요긴하게 쓰여야 할 돈이 비리와 부패에 이용되거나 퇴장되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5만원권 발행은 섣부른 정부의 정책 판단이 아니었나 싶다.

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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