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세대공감, 이야기세상] 60년 삶이 묻은 곳… 시간 속에 묻히다

마지막 달동네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 일대’엔 건물만 덩그러니

카지노 도박 사이트

image
13일 인천의 ‘마지막 달동네’인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 일대가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을 위한 철거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전도관’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철거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전도관’ 일대는 인천의 ‘마지막 달동네’다. 경인국철 도원역 역세권에 속한 이 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동네 전체가 철거를 앞둔 빈집 들로 가득하다. 지상 3층, 1천여㎡ 규모의 전도관은 이동네 중심에 있다. 구한말 조선에서 활동하던 미국 공사인 호러스 알렌의 서양식 별장 자리에 1957년 한국예수교전도관부흥협회에서 세운 예배당으로 공식 명칭은 천부교다. 1987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예루살렘교회(현 예수중심교회)가 사용했다.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이젠 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13일 오후 경인국철 도원역 3번출구. 도원역과 전도관 재개발구역 펜스 사이 1차선 도로인 석정로107번길을 따라 걸으면 다 떨어진 ‘강화미용실’ 간판이 걸린 오래된 2층 상가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을 끼고 왼쪽 언덕으로 이어지는 새천년로5번길을 따라 걸으면 좌측 재개발 펜스 너머로 ‘전도관’이 보인다. 낡은 전도관은 보는 이의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을씨년스럽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쌍팔년도 서울 쌍문동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전도관 일대 골목길 사이사이 즐비한 단층집과 2층 집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들은 예전 서울 남산 밑 해방촌과 드라마 속 쌍문동을 뒤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전도관을 중심으로 둘레에 이어진 골목을 따라 걸으니 송림동 주택가가 나온다. 골목이 나뉘는 삼거리엔 이미 망한 한아름 마트가 보이고 이곳을 오른쪽에 끼고 언덕길을 오르면 송림3동 경로당이 허름한 모습을 드러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던 이 동네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난 곳. 유지열씨(85)는 경로당 맞은편 2층집에 살다 올해 초 서구 석남동으로 이사했다고 했다. 그는 60여년 전 20대 때 군대를 갔다 온 뒤 이곳 전도관 일대에 정착, 3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고 자부한다.

유 씨는 “이곳이 재개발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일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잃는 기분”이라며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 담긴 곳이라 철거하기 전까진 이곳을 계속 올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경로당을 뒤로하고 우각로 147번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송림교회다. 교회 앞 건물 옥상 난간에 ‘금송구역 추억의 사진 기증받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빛바랜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교회를 등지고 전도관을 향하는 골목길 곳곳에는 옛 브라운관 TV와 컴퓨터 모니터 등이 쓰레기와 함께 쌓여 있다. 문이 열린 빈집 중 한 곳에 들어서니 거실로 보이는 곳에 액자에 담긴 아기 돌사진과 화도진중학교 2002년 졸업앨범, 대헌공업고등학교 졸업앨범 등이 주인을 잃은 채 버려져 있다. 금송로 78번길을 따라 계속 오르니, 드디어 전도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물 정면 벽엔 ‘인천예수중심교회’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입구 좌측 ‘임마누엘 슈퍼’는 텅 빈 채 간판만 남았고 그 옆에 바랠대로 바랜 ‘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 속 주인공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은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전도관 입구에서 만난 김옥순씨(65·여)는 “전도관도 올해가 지나면 자취를 감출 것”이라며 “남들에겐 낡고 오래된 이곳이 흉물로 보이겠지만, 내겐 30년 삶이 묻어 있는 소중한 곳이다. 윗분들이 전도관 건물이라도 보존할 방법을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하소연했다.

주영민기자

© 경기일보(committingcarbicide.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