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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뉴스] 세상에 묻힐 뻔한 수원 세 모녀 - 떠나간 사람, 남겨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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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1일 ‘수원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났던 집의 4일 오후 모습. 김정규기자

■ ‘세 모녀’ 동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따뜻했던 예전의 동네 그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4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던 세 모녀가 살던 집은 현재 폴리스 라인도 걷히고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사건 당시만 해도 경찰과 기자들이 몰려와 동네는 한바탕 떠들썩했지만, 한 차례 파도가 밀려간 뒤 동네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대다수 주민들은 취재진의 질문을 회피하거나 대답을 거부했다.

질문에 답한 일부 주민들은 당시를 회상하며 ‘잊힐 권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민 A씨는 “그 집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경찰이 출동하고 기자들이 하나 둘 오고 나서, 보도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니 충격적이었다”며 “문득 그 때 생각이 나는데 하루빨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그 분들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게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자살 동네’란 낙인이 찍힌 것 같다”며 “지금 사는 집에서 계약이 끝나면 기간 연장을 하지 않고 바로 이사를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 주변 이웃들에 대한 사후관리 절실

‘세 모녀’ 사건과 같은 고독사 발생 시 지자체가 사건 현장 주변의 이웃들에 대한 심리적 트라우마 지원 등 선제적 사후관리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정신질환자 치료비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각 시군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심리적 외상에 따른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해 정신건강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고독사 사건을 겪은 주변 이웃들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 이를 이용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사후관리 등 선제적 지원체계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산에서는 ‘자살사망 사후관리 지원체계 구축사업’을 실시해 극단적 선택 사건을 겪은 주변 이웃이나 임대인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산 영도구는 올해부터 주변의 극단적 선택 사건으로 심리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영도구민의 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시범적으로 해당 사업을 실시 중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는 자살 위험성 평가 등 내부 심의를 거쳐 소득기준과 무관하게 1인당 3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이와 함께 사후관리 측면에서 특수청소 지원도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개 무연고자의 경우 집주인 등이 후 처리 책임을 지게 돼 사후 처리가 지연되는 문제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앞서 수원남부경찰서는 세 모녀 사건이 일어난 집에 대해 특수청소 지원을 내부적으로 논의했지만, 이 같은 지원은 범죄피해자지원제도 상 범죄 피해자에게만 지원이 가능해 불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원시도 특수청소 등은 지원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이곳에 대한 특수청소는 집주인이 남은 보증금으로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독사는 한 번 치르게 되면 주변 이웃들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고독사 사건 발생 시 심리치료나 특수청소 등의 과정을 지원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 같은 지원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구 구조상 고독사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라도 주변 이웃들에 대한 심리·경제적 지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정신 건강 및 특수청소 지원 등 고독사 사건을 겪은 주변 이웃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시 차원에서도 주변 이웃이나 임대인 등에 대한 지원을 제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양휘모·이정민·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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