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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세상, Today] 감염병의 그늘, 요양병원에서 벌어진 참극

여덟 번째 이야기 : 면회 막힌 요양병원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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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 대한 면회가 통제되며 보호자는 환자의 상태에 대해 알 길이 없지만, 정부는 별다른 점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요양병원에 대한 면회가 통제되고 있다. 그렇게 닫힌 문 너머에선 환자의 안위를 위협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보호자는 알 길이 없다. 환자 역시 피해를 당해도 외부로 알리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단절된 시설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점검조차 하지 않고 있다. 끝 모를 감염병이 시설의 ‘폐쇄성’에 방아쇠를 당긴 지금, 경기일보는 요양병원의 환자 관리 실태를 낱낱이 조명한다. 편집자주

#1. 요양병원에서 6개월 만에 아버지 모셔온 그날, 딸은 가슴을 쳤다


얼마 전 상(喪)을 치른 송지연씨(46·가명)는 참아왔던 울음이 터져나올까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떨리는 손으로 처참했던 아버지의 생전 사진들을 어루만질 뿐이었다. 요양병원에 모신 뒤 6개월 만에 만난 부친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온몸의 각질이 허물처럼 벗겨졌고 살갗은 갈라지다 못해 피딱지가 맺혔다. 그렇게 ‘아빠’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큰딸의 가슴에 사무쳤다.

일흔에 다다른 송씨의 아버지는 폐암을 앓던 중 골반을 다쳤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병세가 악화되자 가족들은 지난해 4월19일 부친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A 요양병원에 모셨다. 100개 이상의 병상을 운용하는 노인전문 요양병원이었다. 무엇보다 송씨는 ‘최상의 의료시스템과 최선의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병원의 말을 굳게 믿었다.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건 지난해 6월29일, 당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정부는 면회를 통제하고 나섰다. 이때부터 가족들은 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로만 아버지의 상태를 짐작했다. 그러던 중 케모포트(항암치료제를 중심 정맥에 투여하는 데 사용되는 관의 일종) 부근의 염증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고, 지난해 12월10일 퇴원 수속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19로 면회가 통제된 뒤 6개월 사이 환자 손바닥의 각질이 갈라지고 벗겨져 있다. 독자 제공

엉망이 된 아버지를 마주한 가족들은 곧장 병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의료 과실은 아니라는 답만 돌아왔다. 항의가 계속되자 그제서야 ‘간병비는 환불해줄 수 있다’고 했다. 정작 간병인은 ‘할 만큼 했다’며 역정을 냈다.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 가족들이 가장 분노한 대목이다. 이 병원은 특정 간병협회와 협약을 맺고 간병인을 공급하는 중이었다. 간병인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송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12월31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A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지 꼭 3주째 되던 날이었다.

송씨는 “간호일지에는 매일 피부 청결을 유지하고 보습제를 도포했다고 기록됐지만, 간병인은 제대로 씻기지 않았다고 실토했다”며 “피부가 이렇게 될 때까지 병원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말도 못하고 아파했을 아버지를 생각하면 원망과 죄책감이 몰려온다”며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환자가 겪은 고통에 대한 책임을 느끼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팔달구보건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1일 A 요양병원에 대한 민원을 접수한 뒤 곧장 현장을 점검하고 행정지도 처분했다”며 “의료법에 저촉되는 사안이 아니라서 법적으로 처벌을 내리긴 어렵지만,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성이 있어 향후 지속적인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 요양병원 관계자는 “의료적인 과실은 아니지만 환자 관리에 일부 소홀한 점이 있었다는 걸 인정한다”며 “보호자에게 환자의 피부 문제가 고지되지 않은 건 치료까지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계속 사과드리고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며 “다만 병원은 간병인을 직접 교육할 권한이 없어 난처한 점이 많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로 면회가 통제된 뒤 6개월 동안 갈라지고 벗겨진 환자의 피부 상태. 독자 제공
코로나19로 면회가 통제된 뒤 6개월 동안 갈라지고 벗겨진 환자의 피부 상태. 독자 제공

#2. 환자 방치한 뒤 간병비 환불해준다는 병원, ‘정부 인증기관’이다


환자의 피부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보호자에게 고지하지 않아 물의를 일으킨 요양병원은 ‘정부 인증기관’으로 확인됐다. 의료적 배경지식이나 병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이용자 입장에선 국가의 보장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 인증의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요양병원은 지난 2018년 12월 이틀에 걸쳐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조사를 받고, 이듬해 2월 ‘평가 인증’을 획득했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인증을 신청해야 하며, 인증의 유효기간은 4년이다. A 요양병원은 오는 2023년 2월까지 ‘인증의료기관’으로서의 자격을 행사할 수 있다.

병원 입장에서 정부의 인증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신뢰를 담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A 요양병원은 병원명보다 인증평가기관이라는 걸 알리는 간판을 훨씬 크게 내걸고 있다. 인증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신뢰성 확보를 노린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보호자는 이런 인증을 믿고 환자를 맡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정작 A 요양병원은 갈라지다 못해 피딱지까지 생긴 환자의 피부 상태에 보호자가 문제를 제기하자 ‘간병인의 잘못이니 간병비를 환불해주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의료기관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보호자 측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병원에서 환자의 피부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양병원
요양병원

간호일지에도 의문 부호가 달린다. 취재진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10일 환자의 퇴원 시점까지 간호일지를 전수 확인한 결과, 시간대별 간호내용이 이른바 ‘복사+붙여넣기’처럼 대부분 동일했다. 피부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보습제를 도포했다는 내용도 매일 기록됐다. 어느 병원이든 특이사항 외 나머지 내용은 늘상 동일하게 기록한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내준 인증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든다. 경기일보 취재 결과, A 요양병원은 최초 인증 당시 <취약환자 권리보호> 항목에서 모두 상(上) 평가를 받았다. 조사항목은 ‘취약환자 권리 보호를 위한 규정이 있다’, ‘학대 피해자 발생 시 절차를 준수한다’, ‘직원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에 대한 지원체계를 알고 있다’ 등이었다.

인증 이후 인증원은 4년의 유효기간 중 1회 실시하도록 돼 있는 ‘중간현장조사’를 지난해 11월30일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지연씨(46·가명)가 부친의 상태를 확인하기 열흘 전이었다. 이때도 A 요양병원은 74개 세부 조사항목 중 70개 항목에서 상 또는 유(有) 평가를 받아 자격이 유지됐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동안 국가기관에서 조사를 벌인 결과다.

무엇보다 정부의 인증 및 조사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나 치료계획에 대한 보호자 고지 여부를 점검하는 항목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관계자는 “인증의료기관에서 사회적 논란 등 특정 요건이 발생하면 수시조사에 착수한다”며 “문제가 된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한지 검토해보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보호자에게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내용, 치료계획 등을 제공하는지 여부를 시범 관리하고 있지만, 아직 정식 조사항목은 아닌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3. 감염병이 만든 사회적 단절, 요양시설 ‘폐쇄성’에 방아쇠 당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부와 단절된 요양병원 및 시설에서 노인학대가 잇따르고 있다. 감염병이 ‘폐쇄성’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분석이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앞선 송지연씨(46·가명)의 피해 사례 외에도 최근 노인 생활시설이나 요양병원에서의 학대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고양시의 한 요양원에선 치매를 앓던 80대 노인이 요양보호사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또 대구 수성구의 어느 요양병원에선 허리를 다쳐 입원한 80대 할머니를 오랜 시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노인은 피부 괴사로 뼈가 드러날 정도의 욕창이 생겼지만, 병원 측은 끝까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2018년 1만5천482건, 2019년 1만6천71건, 2020년 1만6천973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해당 기간 학대사례 판정 건수도 5천188건, 5천243건, 6천259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그 증가폭은 2018~2019년엔 1.1%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유입을 기점으로 하는 2019~2020년엔 19.4%로 폭증했다.

노인이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생활시설 및 병원에서 발생하는 학대도 2019년 531건에서 2020년 558건으로 증가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다소 적지만, 주목할 점은 비중의 차이다. 2017~2019년 당시 비중은 7.7%, 8.6%, 10.2%로 해마다 늘었는데, 본격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2020년 들어 8.9%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노인

해당 시설들의 폐쇄적인 특성상 실제적인 노인학대 건수가 코로나19 이후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국 요양병원의 폐쇄적인 문화가 문제인 건데, 애초부터 외부와 소통하고 투명하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했다면 감염병 상황에서도 학대 문제가 불거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통계상 드러난 수치보다 은폐된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는 요양병원들이 학대를 가리기에 딱 좋은 알리바이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병원이나 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은폐된 학대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 서비스를 원만하게 제공하는지 꾸준히 점검해야 하며, 특히 요양병원에서 노인학대가 적발된 경우 강력한 행정 절차를 통해 한 번의 실수인지 지속적인 학대인지 가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해 11월17일을 기점으로 요양병원에서 ‘비접촉 면회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어겨도 마땅한 제재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24일부터 설 연휴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되며 그나마 시행하던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에 대한 비접촉 면회마저 다시 통제된다. 임종처럼 긴박한 경우에만 기관 운영자 판단 하에 면회가 허용된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비접촉 면회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되고 있으며, 현장의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규정을 어긴 경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며 개선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장희준·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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