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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치매 리포트] 母의 시간이 멈추자, 딸의 시간도 멈췄다

직장 다니며 치매 母 돌보는 딸...행여 다칠라, 놓칠라 매순간 긴장
환자 지원책 일일이 찾는 것도 일...도내 60세 이상 환자 17만6천명
2045년 68만명, 더는 ‘희귀병’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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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여기 기억 나?” 지난 주말<E06A> 가을햇살이 가득한 성남시 율동공원 호숫가에서 딸 이은경씨(47)가 치매판정을 받은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 옛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희준기자
 “엄마, 여기 기억 나?” 지난 주말 가을햇살이 가득한 성남시 율동공원 호숫가에서 딸 이은경씨(47)가 치매판정을 받은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 옛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희준기자

“엄마, 여기 연꽃이 참 많았는데 기억나?” 딸의 물음에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처음 와보는 곳이야.”

지난 주말 오후 2시께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성남시 율동공원의 호숫가. 딸 이은경씨(47)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연꽃이 가득했던 장소를 가리켰다. 그러나 함께 왔던 공원의 아름다움도, 같이 맡았던 싱그러운 꽃향기도 엄마의 머릿속에선 이미 하얗게 지워졌다. 엄마는 딸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는 대신 흐릿해진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

올해로 여든이 된 이씨의 모친은 지난해 11월 치매 판정을 받았다. 첫 증상은 가스불을 켜놓고 깜빡한 사이 냄비를 크게 태워 먹은 일이었다. 건망증이려니 했지만, 그날의 사고가 치매의 시초였다.

매일 화상통화를 하면서도 떨어져 살던 자식들을 만나면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릴 만큼 진행 속도가 빠르다. 다섯째 이씨까지 평생 육 남매를 키워온 엄마는 조금씩 어린 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엄마가 치매 판정을 받은 후 딸 은경씨 역시 엄마의 시간에 멈춰 있다. 병원 행정실에서 일하는 이씨는 매일 오전 8시 엄마를 노인돌봄센터에 모신 후 직장으로 향한다. 저녁 6시엔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뛰어간다. 노인돌봄센터에서 일과가 끝나면 요양보호사와 함께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엄마에게 1분 1초라도 빨리 가기 위해서다. 잘 때도 엄마의 곁을 지켜야 한다. 혹여나 잠결에 방을 나서 실수를 하진 않을지, 물건을 떨어뜨려 다치진 않을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또 3시간마다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탓에 매일 날이 선 상태로 밤을 지새운다.

이제 익숙할 때도 됐지만,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책을 일일이 찾는 것도 일이다. 이미 자신 역시도 중장년층인데다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보니 여간 짬을 내지 않고서는 지원책 하나를 찾기도 어렵다.

어머니의 남은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 직장을 그만둘 생각도 하고 있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 속에서 당장 그만두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씨는 “늘 밝고 똑똑하셨던 엄마가 치매에 걸릴 거란, 또 엄마의 낯선 모습을 우리가 지켜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이제야 치매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고, 언젠간 나도 엄마처럼 아이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로 치매가 꼽힌다. 기억, 언어, 판단력을 잃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치매는 본인은 물론 가족의 시간도 머무르게 한다.

본보 데이터텔링팀은 노인 인구 증가로 더는 희귀 질병이 아닌 치매를 들여다봤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중앙치매센터 치매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경기지역 60세 이상 치매 유병율(노인 인구 100명 당 치매 환자수)은 6.9명 수준이지만 평균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인구 증가로 오는 2045년에는 11.6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추정 치매 환자 수로 환산하면 17만6천470명(2020년)이다. 앞으로 인구 증가 속도 등을 반영하면 오는 2030년에는 치매 환자 수 31만명, 2045년에는 6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데이터텔링팀=정자연ㆍ채태병ㆍ김경수ㆍ이광희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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