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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32. 오산시립미술관

도심 속 ‘문화 오아시스’… 오산 시민들 ‘힐링공간’
2012년 ‘문화공장 오산’ 문열어… 2020년 1종미술관 등록
현대미술 연간 특별기획전·어린이 체험전·지역작가 초대전
미술관 주변에 예술공원 조성… 전시 감상 기회 문턱 낮춰
‘교과서에서 만난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화가들’展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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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인상파 화가의 <인상: 해돋이>를 비롯한 다양한 레플리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교과서에서 만난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화가들’ 전시가 오는 11월까지 열린다. 윤원규기자

오산역환승센터 광장에서 미소를 짓게 하는 재미난 조형물과 만난다. 방귀대장 뿡뿡이가 책을 읽고 있고, 번개맨이 사람보다 몇 배나 큰 연필을 잡고 서 있다. 뿡뿡이가 앉은 의자 뒷면에 ‘오산, 대한민국 교육도시’라 쓰여 있다. 오산시립미술관은 ‘교육도시 오산’이란 이름과 썩 잘 어울리는 곳이다. “오산시립미술관은 2012년 ‘문화공장 오산’으로 시작해 2017년 미술관으로 정식 등록하고 지난 2020년 9월에 1종미술관으로 등록한 오산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입니다. 현대미술을 중점으로 연간 특별기획 전시와 어린이 체험 전시, 지역작가 초대전을 열고 있지요. 미술관 주변을 예술 공원으로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지 전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한 것이 특징입니다.” 위아름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미술관으로 들어선다. 4천154㎡ 부지에 연면적 3천165㎡ 규모의 오산시립미술관은 1층 체험실과 2~3층에 전시실이 있다. 조각전시와 야외컨테이너 전시가 열리는 야외조각공원도 빠트릴 수 없다. 운송에 쓰이는 컨테이너를 개조하여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 내일을 여는 미술관

코로나19는 미술관의 변화를 앞당겨 주었다. 2020년 하반기 기획전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미술’전은 대면과 비대면이 가능한 전시였다. 이때 증강현실 기법을 활용하여 작가의 여러 작품을 수록한 ‘AR책자’를 만들어 오산시 관내 여러 가정과 학교와 여러 단체에 우편으로 배포했다. 거리 가로등, 현수막을 이용한 ‘거리미술’도 선보였다. 상상력과 창작력을 자극하는 전시도 기획했다. 올봄에 열린 ‘三월 三인’은 늦깎이로 그림을 시작한 영화배우 김규리, 2015년에 개최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을 계기로 해외에도 알려진 중견 작가 임현락, 2020년에도 퍼포먼스를 선보인 작가 배달래가 참여한 전시였다. 시대적 문제의식도 놓치지 않는다.

올여름에 연 현대미술로 본 여성 인권 이야기 ‘행진 #오산’ 전과 ‘제주4·3의 진실과 평화-봄이 왐~수다’가 이를 대변해 준다. ‘행진 #오산’ 전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잊힌 여성독립운동가들, 강제로 끌려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일본군 위안부들의 고난에 찬 삶을 참여 작가의 시선으로 표현한 전시로 회화, 미디어아트, 설치 작품 등을 다양하게 감상하는 기회였다. ‘제주4·3의 진실과 평화-봄이 왐~수다’는 전국의 작가 5인이 참여하여 입체적으로 제주 4·3의 진실을 알린 특별한 전시였다. 예술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차려주는 ‘희망의 밥상’이기도 하다. ‘샐러리맨이 되고 싶은 샐러리맨’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지금 이 시기를 극복하자는 뜻에서 기획한 전시였다.

(왼쪽부터)발레리나를 비롯한 드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용호 작가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처용무 II. AR기술(증감현실)을 활용,시민들이 휴대폰을 통해 디지털화된 처용이 미술관 야외에서 ‘처용무’를 추고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1층에 마련된 오픈갤러리에서 어린이들이 그림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 빛의 화가들을 만나다

다음 달 말까지 열리는 특별전 ‘교과서에서 만난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화가들’은 19세기 미술사를 빛낸 인상파 화가 여섯 사람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원본과 똑같이 만든 복제품(레플리카)이라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제1전시실은 모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위아름 큐레이터가 모네의 ‘인상, 해돋이’ 앞에 멈춰 선다. “1874년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가 개최한 살롱전에서 낙선한 젊은 화가들이 모여 낙선전을 열었습니다. 이 전시를 관람한 한 비평가가 모네가 출품한 ‘인상, 해돋이’를 보고 순간의 인상만을 그렸다며 조롱했지요. 이때 낙선전에 참여한 화가들을 ‘인상파’라고 부르게 되었고 ‘인상주의’라는 말이 쓰이게 됐습니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떠오르는 붉은 해가 “인상적”이다. 1877년 작인 ‘생 라자르 역’은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진기와 튜브 물감의 발명과 함께 기차는 화가들에게 도시 교외의 자연에 나가도록 충동질했다. 모네를 성공으로 이끈 작품이 ‘건초더미’ 연작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일출 때의 건초더미와 일몰 때의 건초더미가 나란히 전시돼 있어 바로 비교해 볼 수 있다. 모네 하면 역시 ‘수련’이다. 죽을 때까지 수련 250여점을 그린 모네는 빛만큼이나 물을 사랑한 화가였다. 모네의 그림을 보다가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 느낌이 전혀 다르다. 모네와 달리 르누아르가 사람을 즐겨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책 읽는 여인’과 ‘두 자매’ ‘책 읽는 소녀’에서 보듯 여인과 어린이를 사랑스럽게 표현한 르누아르의 작품 앞에 서면 절로 마음이 밝아진다. 전시실에서 흑백 영상으로 창작에 몰두하는 모네와 르누아르를 만날 수 있다. 심한 관절염으로 마비된 손목에 붓을 감아 그림을 그리는 르누아르의 뜨거운 예술혼에 감동한다.

제2전시실은 분위기가 또 다르다. ‘후기인상주의’를 대표하는 고갱과 고흐, 세잔의 작품들은 훨씬 강렬하다. 해바라기와 밀밭, 별이 빛나는 밤 풍경을 즐겨 그린, 그러다 끝내 정신병원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 빈센트 반 고흐의 불타는 예술혼, 문명을 거부하며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에 들어가 원주민들의 건강한 생명력을 담아낸 폴 고갱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에 감동하게 된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누구나 호흡을 고르기 마련이다. 천재 화가 피카소와 마티스의 존경을 받았던 세잔을 만난다. 그가 그린 사과 그림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현대 미술과의 만남도 두려워할 까닭이 없다. “익숙한 작품들만 전시한 것이 아니라 ‘아르장퇴유의 센 강 지류’(모네) 같은 작품도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모네를 공부하다가 모네의 인간적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2012년 미술관을 개관했을 때부터 관람객에게 작품을 해설해주는 서인옥 도슨트의 말이다. 처음에는 1층에서 3층까지 오르내리며 홀로 해설을 맡았으나 현재는 4명의 도슨트가 일하고 있다.

오산시 은계동에 위치한 오산시립미술관은 미술관 주변 전체를 조각 및 공원으로 꾸며 지역 주민들의 휴식공간 및 문화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산시립미술관 전경 윤원규기자

■ 까마귀와 땅을 나는 용, 그리고 시민들이 가꾸는 정원을 거닐다

오산천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미술관 마당으로 나서자 컨테이너가 나타난다. 안을 들여다보니 그림이 걸려 있다! 미술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비해 작품을 전시할 공간은 늘 부족하다. 야외컨테이너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실무자들이 찾아낸 대안이다. 작가들에게 전시할 기회를 넓혀주려는 실무자들의 아이디어가 빛난다. 잔디밭에 거대한 용이 날고 있다. 머리와 꼬리 부분은 보이지만 몸 대부분은 땅에 숨겨져 있다. 푸른 잔디밭이 구름인 셈이다. 동판을 보니 ‘2020 오산시립미술관 AR(증감현실) 정원’이라 새겨져 있다.

지난해 가을에 열린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AR조각 정원-디지털처용무’ 전에 출품된 지용호의 작품인데, 작가가 미술관에 기증한 것으로 전염병을 물리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處容) 설화’를 모티브로 폐타이어를 이용해 제작한 작품이다. 어미 말과 망아지가 마주 보는 조각도 있다. 나란히 서 있는 돌기둥 위에 까마귀가 앉아 있다. 날개를 펼쳐 곧 비상하려는 놈, 날개를 접고 휴식하는 놈도 보인다. 태양 안에 산다는 삼족오(三足烏)와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사자성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까마귀는 고대인들에게 길조였다.

오산(烏山)이 까마귀와 인연이 깊다는 것은 그만큼 역사가 깊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천연기념물 수달이 돌아왔다는 오산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낀다. 군락을 이룬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구역마다 정원지킴이가 정해져 있는 ‘오산천 작은 정원’이 정겹다. 쑥부쟁이가 무더기로 활짝 핀 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오산지회가 지킴이를 맡은 정원 이름을 보고 놀란다. ‘지베르니’는 43년간 가꾼 정원을 그리다 실명에 이른 클로드 모네의 정원이 있는 마을 이름이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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