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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8.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2014년 장흥면에 개관… 장욱진의 작품세계 고스란히 형상화한 건물 눈길
5개의 전시실과 영상실·강의실·아카이브 라운지 갖춘 복합적인 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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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기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욱진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조주현기자

양주시 장흥면 산속에 자리 잡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미술관이다. 하늘에서 미술관을 바라본 미술관 전경이 놀랍다. 건축가 최성희-로랑 페레이라가 장욱진이 호랑이[虎]와 까치[鵲]를 그린 ‘호작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이 건축물은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형상화해 놓았다는 평을 받는다. 2014년에 개관한 장욱진미술관은 국내외 전문건축가들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하고, 한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7’에 선정되었으며, 영국 BBC ‘2014 위대한 8대 신설(new) 미술관’에 선정되었다. 건물 한가운데 마름모꼴의 정원이 있는 독특한 구조의 장욱진미술관은 지하1층, 지상2층 규모인데, 5개의 전시실을 비롯하여 영상실, 강의실, 아카이브 라운지를 아우른 복합적인 공간이다. 미술관 밖이 조각공원이란 사실과 계곡을 끼고 있다는 사실도 자랑이다. 미술관 바로 옆에 임진왜란의 영웅 ‘권율장군의 묘’가 자리하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유서 깊은 곳이다.

새와 아이를 즐겨 그린 장욱진(張旭鎭, 1917~1990)은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의 거장이다. 충남 연기가 고향인 장욱진이 어떻게 양주와 인연을 맺었을까? 보통학교 3학년 때 ‘전국 어린이 미술대회’에서 일등상을 받고, 양정고보에 재학하던 1938년 ‘전국 학생 미전’에서 ‘공기놀이’로 최고상을 받으며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장욱진은 일본 제국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다. 해방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근무하고,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부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나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6년 만에 교수 자리를 벗어던진다.

서울을 떠나 전기불도 없는 양주 덕소에 작은 화실을 마련한 그는 1974년까지 양주에서 작품 활동에 전념한다. 이것이 양주시에 장욱진미술관이 세워지게 된 배경이다. 이후 서울 명륜동과 수안보, 용인 마북리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그는 1990년 74세로 운명한다. 장욱진이 자주 했던 “나는 심플하다”라는 말은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말이다. 한평생 10호 미만의 작고 단순한 그림을 즐겨 그렸던 장욱진은 어른 아이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화가’다.

조주현기자
장욱진의 작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따뜻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는 ‘하우스 스토리’. 조주현기자

■ 진진묘, 아내의 시선으로 거장들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다

특별기획전 ‘진진묘(眞眞妙)’는 흥미롭다. 8월 24일부터 10월 24일까지 진행되는 ‘진진묘’는 장욱진을 비롯한 김기창, 문신, 민복진, 백영수, 이응노의 예술세계를 아내의 시선에서 조명한 기획이다. 장욱진이 서점을 운영하여 자신의 예술 활동을 지원했던 아내 이순경(1920~)의 초상화를 금동불을 연상케 하는 보살로 표현한 작품 ‘진진묘’를 비롯해 김기창의 ‘화가 난 우향’, 조각가 문신의 ‘무제’ 시리즈, 조각가 민복진의 ‘부인상’, 서양화가 백영수의 ‘가족’, 서양화가 이응로의 ‘군상’은 아내의 영향력이 돋보이는 대표작품들이다. 김명훈 학예사의 안내를 받아 미술관을 둘러본다. “장욱진의 생애와 ‘진진묘’가 탄생한 사연을 그린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김 학예사의 설명처럼 장욱진의 생애가 영상으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안내 책자에 실린 ‘장욱진의 말’이 눈에 들어온다. “부부가 서로를 이해한다면 정신세계의 방향이 일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대화 중에 깊이 공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순경이 쓴 ‘장욱진의 그림편지 선물’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나를 생각 말고 그를 생각하는 마음과 행동으로 예술가를 좀 더 편하게 함에 내가 부족했던 게 아니었던지 하는 생각은 요즈음도 들 때가 있다.” 누런 바탕에 그려진 그림은 마치 수묵화 같다. “화면 오른편 아래쪽에 놓인 그릇은 장욱진이 인사동에서 구입하여 부인에게 선물한 향합입니다.” 해설을 들으니 그림이 더욱 새롭다.

매직 마커로 보살을 그린 작은 그림에도 ‘진진묘’라 쓰인 한글이 보인다. “혼인하고 그 이튿날부터 난 그림 그리구, 우리 노보살은 경전을 읽었어. 그 일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 후년이면 금혼식을 맞는데도 말이야.” “장 선생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저는 한쪽에서 불경을 공부합니다.”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장욱진의 모습이 떠오른다. 장욱진은 작품 전시회를 아내에게 선물한다. 전시회 날짜를 결혼기념일 또는 아내 생일로 정했다니 그의 사랑법이 직설적하다. 김기창(1913~2001)과 박래현(1920~1976)은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부부 화가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예술에 대해 간섭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을 결혼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박래현도 한국의 여성이었다. 밤중에 그림을 그려 ‘부엉이’라 불렸던 박래현은 두 눈을 부릅뜬 부엉이 일곱 마리로 탄생한다. 그림 제목은 ‘화가 난 우향’이다. 짐작하듯 ‘우향’은 박래현의 호다. 이들 부부는 1947년 한국 최초로 부부전을 개최한 이후 해외를 포함하여 13회나 거듭한 ‘같은 길을 가는 예술가 부부’였다.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야외 조각전에 ‘태양의 사자’를 선보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조각가 문신(1923~1995)은 파리에서 화가 최성숙(1946~)을 만나 이듬해 결혼한다.

문신이 72세로 별세한 이후 문신의 고향에 세운 미술관을 지키는 최성숙이 들려주는 말이 놀랍다. “나는 문신이라는 거목을 키우는 정원사입니다. 물도 주고, 벌레도 잡아주는.” 우리 시대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발언이다. 문신의 조각 작품은 풍만하면서도 단정하다. 최성숙은 이 조각들을 보는 순간 모델이 자신임을 바로 알았노라고 고백한다.

조주현기자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 양주,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양주 출신의 조각가 민복진(1927~2016)은 한평생 ‘가족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품 세계는 ‘모자’나 ‘커플’과 같은 가족의 사랑을 주제로 이루어졌다. “나는 모자상, 가족상을 만들면서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공간을 창출했다. 이 인간애적 조각물이 시대를 초월한 전달자적 표상이 되어 모두의 가슴 속에 영원하기를….” 민복진의 ‘가족’과 아내 이인훈의 초상인 ‘부인상’을 바라본다. 곧 개관할 ‘민복기미술관’에 전시될 작품이다. 이응노(1904~1989)는 한자와 한글, 원시 문자와 고대 언어 등 다양한 언어의 형태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한 세계적인 작가이다. “고암선생님은 내게 예술이 무엇인지 문을 열어준 사람이었어요.” 아내 박인경(1926~)의 고백이다.

그의 울림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박인경이 우리나라 최초로 미술학부가 설립된 이화여대 제1회 졸업생이자 한국여성화가 1세대를 대표하는 화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자상으로 유명한 서양화가 백영수(1922~2018)의 ‘가족’은 자유롭고 평화롭다. 백영수가 아내 김명애(1948~)를 위해 그려준 ‘별’은 서정으로 가득하다. 별 보기를 좋아하는 아내가 겨울에도 매일 별을 보러 가자고 조르자 백영수는 ‘별을 그려줄 테니 그만 나가라’며 이 그림을 그려 선물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작품이다. ‘해’도 재미난 작품이다. 춥고 습한 노르망디에 거주할 당시,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 김명애가 벌벌 떨면서 들어오자 따뜻하게 해주겠다면서 즉석에서 합판을 잘라 그린 작품이다. 김명애는 ‘백영수미술관’을 설립해 남편의 예술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조주현기자
키오스크를 이용해 장욱진의 예술세계와 생애 전반에 걸친 활동 내용을 알 수 있는 ‘장욱진 라이브러리’. 조주현기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개관한 이후 2019년까지 5년간은 바탕을 다지는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2017년에는 ‘장욱진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진행하고, 2019년에는 개관 5주년 기념전을 열었지요. 2020년 공립 박물관·미술관 실감콘텐츠 제작 및 활용사업에 선정되어 10억의 지원비를 받아 미술관을 확 바꾸었습니다. 처음 찾는 관람객은 물론 이전에 찾았던 분들에게도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새롭게 단장하고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복진미술관’을 개관하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할 것입니다.” 미술관 관계자의 말처럼 산 깊고 물 맑은 양주시가 첨단의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조주현기자
장욱진의 작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따뜻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는 '하우스 스토리'. 조주현기자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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