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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5. 성남 ‘큐브미술관’

3층 상설전시실 ‘2020년 신소장품’...지역 미술인 작품 구입 ‘기 살리기’
저렴한 가격에 대여사업 ‘일석이조’...‘8·10 성남 인권운동 50주년 기념전’
성남시 역사 관통 도시의 미래 성찰, 다양한 기획전 통해 ‘지역문화’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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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성남큐브미술관’은 지난 2012년 9월에 등록, 재개관한 지역의 유일한 공립미술관으로 지역의 신진작가를 발굴, 소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남큐브미술관 전경. 윤원규기자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자리 잡은 성남아트센터(대표이사 노재천)는 2006년에 문을 연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큐브미술관은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앙상블시어터와 함께 성남아트센터에 속한 공립미술관이다. 큐브미술관은 3개 전시실로 구성된 본관과 2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반달갤러리’가 있다.

큐브란 이름을 가진 까닭이 궁금하다. 여섯 가지 색의 플라스틱 주사위 27개로 된 정육면체의 각 면을 같은 빛깔로 맞추는 장난감을 말하는 것일까? “아트센터의 건물디자인이 큐브처럼 보입니다. 시민공모를 통해 확정한 이름이지요.” 신창근 과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웰컴 투 성남아트센터’란 글귀가 새겨진 간판의 배경조차 큐브를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반달갤러리 맞은 편 벽에 남자아이가 꽃밭에 물을 주고 있다. 성남의 문화예술을 풍요롭게 가꾸어갈 미래세대의 상징으로 읽힌다.

기획전시관에서 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50주년 기념전 'Future is Now'가 열리고 있다. 윤원규기자

■ 성남미술은행, 미술인을 키우는 은행

‘2020년 신소장품’전이 열리는 3층 상설전시실에 들어선다. 입구에서 ‘성남미술은행(SNAB)’이라는 흥미로운 이름과 마주한다. 신 과장이 성남문화재단에서 발행한 소책자를 건네준다. “성남미술은행은 저렴한 가격에 미술작품을 대여, 감상할 수 있는 아트 쉐어링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지역 미술인의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고자 지역 작가의 작품으로 한정해 계획보다 앞당겨 진행했지요.” 지역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여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소장한 미술품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사업이라니,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성남아트센터의 철학이 엿보인다.

굵은 붓으로 검은 먹물을 휘갈긴 듯, 여인의 치렁치렁한 머리가 출렁이는 듯 율동이 살아있다. 이현배의 ‘검은 화면’이 건네는 말이 강렬하다. 김호민의 ‘캠핑 희망도-박연폭포’와 ‘한계령’을 살펴보다가 입 꼬리가 올라간다. 한계령 산속은 물론 황진이가 놀았던 박연폭포 앞에도 텐트가 처져 있다. 산 위를 나는 비행기와 폭포 앞에 주차한 자동차,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울린다. 이윤정 작가의 ‘독도’와 ‘기억의 층’은 먹물을 머금은 레이스 ‘끈’을 통해 그려진 것임에도 산과 바위의 주름, 새가 자연스럽다. 모니터 안 유리컵에 신선한 오렌지 주스가 채워진다. 손을 뻗어 컵을 꺼내 주스를 마실 수도 있다! 장은의의 ‘맛있는 그림’이다. ‘열 개의 원’은 둥근 접시에 담긴 아홉 개의 토마토의 신선한 빛깔이 기분을 밝게 해 준다.

이지연의 ‘심심한 상상’은 집을 선과 색으로 단순화시켰지만, 휴식이라는 집의 기능을 선과 색으로 표현하고 공간을 분리하고 연결되는 선을 통해 이웃과의 소통을 시도하려는 듯하다. 안현곤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가까이서 보면 영문으로 어지럽지만 조금 떨어지면 꽃이 보인다. ‘예측할 수 없는 상상’이란 뜻처럼 “늘 정착하지 못하고 고뇌하는 정체성의 부재”를 표현한다. 귤과 무화과와 모과와 사과가 가득한 푸른 과원에 벌과 나비가 날고 무당벌레가 앉아있다. ‘과일나무숲’에 노는 아이들의 응시하는 두 눈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작가별로 두 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한 점이 미술관에서 구입한 소장품이다.

성남의 지역 신진작가를 발굴하고 응원하는  '2020 신소장품전' 윤원규기자 

■어제의 기억은 모두의 미래다

‘미래는 지금이다’(The Future is Now)는 성남에서 활동한 작가 김태헌, 임홍순과 가천대 출신의 젊은 작가 모임인 신흥사진관(홍지연, 이해초, 황수라, 장유영)이 참여한 ‘8?10 성남(광주대단지) 인권운동 50주년 기념전’의 제목이다. 기념전의 내용을 파악하자 가슴이 저려온다. 살기 좋다는 분당과 판교를 품은 100만의 대도시 성남은 계획도시가 아니다. 성남은 한때 ‘광주대단지’로 불렸다. 50년 전, 성남은 광주군의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1960년대 말, 서울은 만원이 되었다. 1960년대 후반 무허가 판잣집이 18만에 육박하자 서울시는 그중 5만 채에 살던 사람들을 강제로 광주군에 이주시켰다. 1971년 8월 10일, 광주대단지 주민 수만 명이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정책과 졸속행정에 반발하며 도시를 점거했다.

급한 경사와 복잡한 골목으로 유명한 성남 태평동을 모티브로 구성된 임흥순,신흥사진관의 '공중정원' 윤원규기자

이렇듯 성남시는 공권력에 의해 하루아침에 벌판에 버려진 철거민들이 세운 도시다. ‘미래는 지금이다’전은 쉰 살을 맞은 성남시의 역사를 돌아보며 도시의 미래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8·10 성남(광주대단지) 인권운동 50주년 기념전’이 열리는 2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경직된 관공서 분위기가 풍겨난다. 중앙에 원형 평상이 놓여 있고, 벽에는 성남의 연대기가 그려져 있다. 부스 안에 놓인 물건 중에 눈에 익은 책이 보인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100쇄를 넘게 찍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소설책이다.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도 있다. 1970년대 도시빈민과 노동자들의 고난에 찬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 소설의 무대가 성남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전시실 한켠에 숫자가 가득한 커다란 천이 비스듬히 걸려 있다. 김태헌의 ‘금광1동 수인번호’에서 정부에 항의하다가 수감된 주민들의 분노가 느껴진다. 재개발로 사라진 과거 성남의 흔적들을 전시하는 공간도 이채롭다. 꽃이 그려진 의자와 지금은 볼 수 없는 1리터 용량의 커다란 코카콜라 빈병이 흘러가버린 과거를 잠시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모란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벽에 가득하다. 표정이 밝아 다행이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텐트를 연상케 하는 천이 드리워져 있고, 그 천으로 영상이 펼쳐진다. 이주 노동자, 탈북자, 여성 빈민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임홍순 작가의 ‘고향’이다. 그는 성남문화재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가난, 고향, 집, 그리고 시민이 생각하는 성남은 어떤 곳인지를 물어보고 싶었다고 밝힌다.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예술가의 임무는 무엇이며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모란장 사람들, 성남의 빛바랜색 등 성남의 과거를 표현한 김태헌 작가의 전시. 윤원규기자 

■마주 보기, 집은 언제쯤 사람의 얼굴로 보일까?

지난해 첫선을 보인 ‘성남중진작가전’은 성남지역에서 활동하는 45세 이상, 60세 이하의 중진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고 작품을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반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문현숙의 ’FACE TO FACE’전은 소통과 관계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든다. 2012년부터 2021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변화를 읽을 수 있도록 주요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문현숙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집들은 점, 선, 면으로 단순화되어 있다. 초기작을 살피며 작가의 해설을 들으니 작가의 시선과 생각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캔버스 위에 두껍게 물감을 덧칠해 입체적으로 표현한 집들은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에 놓여 있다. 작가는 집을 통해 사람과 사람, 나와 세상을 이으려 공을 들인다. 작가에게 집은 ‘연결’하고, ‘상상’하고, ‘사이’를 갖게 하고, ‘공유’하는 대상이다. 집들이 모여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고, 때로는 동물이나 특정한 현상이나 소리, 이미지를 발견하게 한다.

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성남중진작가전1 문현숙: FACE TO FACE 전시. 작가는 캔버스 위에 점, 선, 면으로 쌓아 올린 물건들을 사람관계에서 연결, 상상, 사이, 공유 주제로 담아내고 있다. 윤원규기자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전혀 의도하지 않은 형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닮아있다. 작가는 말한다. “서로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표정들, 삶 속에서 나타나는 희로애락의 표정들. 그런 얼굴들이 함께 모여 또 다른 형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과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작가의 최근 작품이 전시된 1층 전시실부터 관람하든 2층에 전시된 초기작부터 시작해서 작품이 변천해가는 과정을 살피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오래 머물며 가까이서 혹은 멀리서 지긋이 바라보다 보면 그림 속의 집들이 말을 걸어올 것이다.

성남문화재단은 최근 전국의 문화예술기관 중에서 최초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축제 운영’을 선언했다. 문화예술이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세상에 확산시켰듯이 우리 시대가 당면한 생태회복을 위한 행동에 앞장서기로 한 결정은 신선하다. 미술관을 나서며 큐브미술관의 전시계획을 살펴보며 새삼 놀란다. 매달 열리는 다채롭고 충실한 전시계획에서 성남예술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김준영(다사리행복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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