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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35. 남양주 ‘우석헌자연사박물관’

동심 사로잡는 공룡세상...‘쥐라기파크’로 시간여행
1988년 설립 남산타워 수석·광물전시관이 모체
2003년 지금의 장소로 이전… 지역명소 발돋움
46억년 지구 역사 간직한 화석·광물 테마별 전시
생생한 공룡 모형 눈길… 아이들 산교육장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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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공룡화석 등 전시물을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주현기자
관람객들이 공룡화석 등 전시물을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주현기자

동서양의 귀족이나 부자들이 희귀한 물건을 수집해온 역사는 오래되었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자신의 저택에 지질학과 생물학에 관련된 수집물들을 전시해놓는 유행이 시작되었다. 취미나 과시용에서 벗어난 최초의 자연사박물관은 1793년에 설립된 프랑스 파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이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의 촬영지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이나 진화론을 정립한 다윈이 수집한 표본들이 보관되어 있는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이 유명하다. 자연사박물관은 우주의 탄생비밀과 인류가 등장하기 전 지구의 모습은 물론 지구에서 탄생하고 사라져 간 수많은 생명체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국립 자연사박물관을 갖추지 못한 나라이다. 박물관의 수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지만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없다는 사실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남양주 진접읍 금강로에 자리 잡은 우석헌자연사박물관은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20여마리의 공룡 모형 등을 만날 수 있는 쥐라기파크. 조주현기자
20여마리의 공룡 모형 등을 만날 수 있는 쥐라기파크. 조주현기자

■“광물은 신이 만든 시들지 않는 꽃”

3천300㎡규모의 박물관 상설전시실에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 시대별로 정리해 놓은 다양한 광석들과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암모나이트와 각종 원석 등 2천7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46억년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도록 여섯 가지 색을 따라가는 구성과 관람자가 다양한 각도에서 유물을 관찰할 수 있도록 전면을 개방하는 전시 방식이 신선하다. 

생명의 역사에서는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표준화석을 통해 생명의 기원과 역사를 이해하고, 다양한 종류의 화석들을 관찰하면서 생명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도록 구성했다. 다양한 종류의 암모나이트가 하나의 모암에 보여 지는 표본은 암모나이트의 생태적 습성을 말해주는 화석으로 학술적 가치가 아주 높다. 검치호랑이 호석은 200㎝ 이상의 검치를 가진 신생대 홍적세 때의 타르 못에 빠져 만들어진 화석이다. 매머드의 이빨과 털이 전시된 공간이 멋지다. 사방에서 관람할 수 있는데, 특히 정면에서 보면 곧 튀어날 듯 유물이 입체적이다. 전시실을 안내하던 한 관장이 ‘공룡알둥지 화석’과 ‘오비랩터의 유정란 화석’ 앞에 멈추어 섰다. “지구상에 발견되는 알은 거의 대부분 무정란이죠. 유정란은 1천개 중 2개 정도인데 이것이 유정란 화석입니다.” 공룡알 화석만으로 전시된 곳 앞에서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세계적으로 27종이 발견된 공룡알 화석 중 우리 박물관이 22종을 보유하고 있어요.” 공룡이 알을 품은 흔적이 남아 있는 화석도 있다. “공룡도 인간처럼 모성애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어요.” 모성애를 가진 공룡도 있었다는 한 관장의 설명에 놀라며 다시 화석을 살펴본다. 

공룡 알 화석이나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 하나에 수만 수십억 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암석, 광물, 보석, 운석 등을 편광사진과 더불어 전시하고 있는 지구과학관은 더욱 강렬하다. 놀라운 빛을 발하는 보석광물과 희귀광물 앞에 서니 자연의 신비에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암석의 생성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암석코너도 흥미롭다. 중앙의 보석코너는 황홀한 빛깔과 신비로운 모양의 보석원석들이 가득하다.

상설전시실을 나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지구상에서 몸집이 가장 컸던 공룡이 전시된 야외전시실이다. 다양한 공룡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 쥐라기 파크는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공간이다.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육식 공룡, 새끼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어미 공룡 등 다양한 공룡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층 복도를 유리로 꾸며, 663㎡(250여평)에 이르는 아래층 수장고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계단을 통해 1층으로 걸음을 옮긴다. 연간 1~2회씩 새로운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기획전시실 맞은편에는 전 세계를 40년 가까이 탐험하며 수집한 수많은 표본들이 놓여 있는 수장고가 있다. 전면 유리로 국내에서 가장 큰 종유석을 비롯해 매머드의 머리와 검치호랑이 몸 전체를 복원해 놓은 표본 등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다. 

 

다양한 화석과 광물이 테마별로 전시돼 있다. 조주현기자
다양한 화석과 광물이 테마별로 전시돼 있다. 조주현기자

■미쳐야 미친다

박물관 설립자 김정우 대표는 ‘돌에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광물 수집에 평생을 바쳤다. 금융기관 중역으로 일하던 그가 처음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수석이었으나 단순히 보기 좋은 돌보다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광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1980년대부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광물과 화석을 수집한다. 남미의 아마존 정글을 비롯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인도네시아의 밀림에 이르기까지 방문한 나라만 해도 30개국이 넘는다. 죽을 고비까지 넘기며 수집한 것은 실로 엄청나다. 50톤이 넘는 중국의 종유석, 30톤이 넘는 인도네시아의 나무화석, 스테고돈(신생대의 코끼리과 동물) 화석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표본을 한국으로 들여왔다. 암모나이트 화석은 무려 4만점에 달한다. 

한국희 관장도 처음에는 남편의 수집벽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예물시계까지 팔아 유물을 구입하기까지 했다니 오죽했을까. 하지만 아이들에게 실물로 자연을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남편의 열정에 그만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남편의 권유를 받은 아내는 박물관 운영에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한 관장의 박사학위 논문의 제목은 <대중 참여 프로그램이 뮤지엄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우석헌자연사박물관 참여 프로그램을 중심으로>이다. 논문의 주제처럼 한 관장은 박물관도 ‘소통’에서 ‘참여’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득 옛말이 떠오른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不狂不及].” 

 

살아있는듯 생생한 물고기 화석.
살아있는듯 생생한 물고기 화석. 조주현기자

■아이들의 참여로 재능과 꿈을 발굴하는 4세대 박물관으로의 진화

“박물관 설립은 남편이 했지만 관리와 운영은 제 몫이었죠. 남편이 공을 들여 수집한 좋은 자료로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싶어요.” 한 관장은 암기와 입시 위주로 진행되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5년부터 4년 동안 도교육청과 함께 진행한 ‘사과나무숲 꿈의 학교’는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사과나무숲’은 인문학인 역사(史)와 자연과학(科)을 융합하는 교육으로 학생이 배움의 주체가 되고 학생이 원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다. “대학 입시에 맞춘 교사 주도의 주입식 교육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일수록 큰 상처받고 깊이 좌절하면서 폭력적으로 되어갑니다. 아이 안에 모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기에 교사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내재되어 있는 것을 끌어내는 것이지요.” 한 관장은 아이들의 타고난 재능을 ‘끌어내는 것’이 교육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꿈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죠. 사과나무숲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입시현장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을 위해 건너뛰고 잃어버렸던 교육을 되찾아주려 했어요.” 

올해 교육 프로그램이 꽉 차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프로그램을 전혀 진행하지 못했다. 막막할 때마다 옥상에 오른다는 한 관장은 자주 ‘소명’을 이야기했다. 그가 말하는 소명의식이 어려운 현실을 헤치며 최고의 박물관으로 만들어가는 힘의 원천일 것이다. 광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그의 말이 아직도 또렷하다. 

“석기시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석기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간다.” 

사라진 아프리카의 맹수 공포새 모형. 조주현기자
사라진 아프리카의 맹수 공포새 모형. 조주현기자

이경석(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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