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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26.양평군립미술관

‘지역작가’ 작품 전시 예술 세계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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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립미술관은 시즌별(사계절, 특별기획 등) 다양한 전시를 통해 2011년 12월 개관한 이후 지역 주민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관람객이 방문한다. 양평군립미술관 전경.

■세 번 놀라다

양평군립미술관(관장 배동환)은 ‘군립’이라는 선입견을 시원하게 벗겨준다. 미술관 초입부터 신선한 발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미술관 입구에 예쁘게 색칠한 세 개의 컨테이너는 작은 미술관이다.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여 지역민과 관람객들을 예술의 세계로 인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인 셈이다.

알루미늄주물에 채색한 백재현 작가의 ‘그들이 남긴 흔적’ 작품.

홍보문화기획팀 이승근 선생의 안내로 미술관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개관부터 현재까지 기획 전시한 내용이 무엇인지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책자들로 빼곡한 책장이 발길을 붙들었다. 미술관이 만만치 않은 이력을 한눈에 짐작할 수 있다. 빨강과 파랑 원색으로 칠해진 전시장 벽면은 작품에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마력을 가졌다. 흰색이 주는 안정감 대신 원색이 전달하는 강렬한 효과가 놀랍다. “매번 전시할 때마다 공간 분할을 새롭게 하여 이전에 방문한 관람객들에게도 새로운 기분이 들도록 배려합니다.” 고정된 것처럼 인식되는 대상을 색과 분할로 변화를 주어 새로운 공간으로 만드는 발상이 참신하다.

밝고 쾌적한 지하 전시실을 둘러보고 2층 전시실로 올라가는 복도에서 한 남자를 만났다.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이 어디선가 본 듯한 중년 사내를 닮았다. 철망으로 만들어진 몸통 속에 손금이 생생한 커다란 손이 있고, 심장이 있어야 할 곳엔 주먹만 한 돌이 들어 있다. 작가의 의도가 머릿속에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사내는 아침에 거울 앞에서 본 사내다. 그 뒤로 예쁜 날개가 달린 인조인간이 서 있다. 우리 시대를 풍자하는 것일까. 역시 철로 된 여인은 차갑다. 모서리에는 안내를 돕는 직원이 단정하게 서 있다. 전시 작품을 해설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어 잠시 발길을 멈춘다. 섬세한 배려가 엿보이는 장치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두 남자상을 지나 2층에 들어서면 전시공간이 펼쳐진다. 포근한 느낌을 주는 신화적인 그림과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살에 햇볕이 반사되는 것 같은 세련된 그림 한 점이 붉은 벽면에서 사내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옆에는 파란 벽에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봄날의 따뜻한 풍경을 표현한 그림들에서 계절마다 달라지는 시간의 흐름을 되새겨 본다. 전시실 곳곳에는 의자가 놓여 있다. 마음에 드는 그림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과 말 걸기를 시도해 보라는 미술관의 배려일 듯싶다.

■문턱이 낮은 행복한 미술관

“세상에, 매년 8번이나 기획전을 열고 있다고요?” 이처럼 수준 높은 기획 전시를 매년 여덟 차례나 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궁금증은 이형옥 학예연구실장을 만나면서 풀린다. “미술관 직원이 아홉 명뿐이지만, 모두가 자가가 맡은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럴 것이다. 전국 최고 수준의 미술관으로 인정을 받는 비결은 미술관 구성원들이 부단히 발품을 팔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며 노력해야 가능할 것이다. 최신의 미술 동향이 어떤지, 어떤 작가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불편함’이란 키워드로 작업한 김승욱 작가, 안경문 작가의 ‘힙합’

등이 전시되고 있는 3전시실 부분.

인구 12만의 친환경 도시 양평은 인구비례 예술인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의 고장이다. 수려한 자연과 서울과 가까운 소도시라는 지리적 환경이 작가들을 양평으로 불러들였다. 양평을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각인시킨 공로의 절반 이상은 양평군립미술관이 아닐까. 양평군립미술관은 2011년 12월에 개관하여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현대미술기획과 창의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2019년 말에 누적관람객수가 130만을 넘어섰을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특별기획전을 열고, 다양한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앞에서 소개했듯이 연간 8개의 전시기획과 전시연계 창의교육 및 문화공연, 별별 아트마켓은 미술관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이다.

양평군립미술관이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짧은 기간임에도 2014년과 2015년에 경기도 내 공사립 미술관 187개 중 평가사업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고 2018년에는 제14회 자랑스러운 박물관인 큐레이터상을 수상했다.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이 선정된 ‘동네방네 예술가’ 사업은 지역의 작가들이 지역주민과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받은 프로그램으로 2020년에도 재선정되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미술의 초보자도 접근하기 쉽고 관람하기 자유로운 ‘낮은 문턱의 미술관’을 지향하며 다시 오고 싶은 미술관, 생각하는 미술관이 되고자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기획 전시의 비중이 매우 크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미술 작가를 파악하고 작품 경향과 흐름을 분석하여 매번 알찬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형옥 학예연구실장은 양평군립미술관을 국내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세종문화회관 전시팀장과 성남아트센터에서 미술 전시를 담당했던 경험을 가진 그는 양평군립미술관의 지역적 특수성을 살려 9년째 미술관을 지휘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전시 기획력이 탁월한 것은 입증되었다. 우리나라의 주요한 공공 미술관의 예산과 인력에 비교하여 양평군립미술관이 펼쳐온 기획전시의 풍부하고 충실한 내용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가 미술관 직원들과 함께 펼쳐낸 격조 높은 전시 기획력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고,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강력한 힘이다. 이 실장은 휴관일이면 서울 인사동부터 지방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전시를 찾아 작품을 만난다. 좋은 기획을 위해 헌신하고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다.

정일영 작가의 ‘평범한 풍경’ 등이 전시된 2층의 제3전시실은

70~80년대를 기반으로 한 출생 작가들이 선보이는 전시공간이다.

■다시 찾는 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은 양평지역 주민이나 여행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지리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을 다시 찾는 것은 미술관의 전시내용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양평군립미술관은 특별하다. 대중들은 현대미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대중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도록 친근한 작품을 위주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관객의 반응을 세밀히 살펴 무엇을 보완하고 무엇을 빼야 할 지도 고민한다. 한해에 기획전을 8회나 연다는 것은 정말 성실하고 깊은 애정이 없으면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전시회를 하나 기획하려면 준비하고 구성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력과 비용과 정성은 실로 엄청나다.

양평군립미술관이 벌이고 있는 전시연계교육도 주목된다. 주말어린이창의예술학교를 비롯하여 특별교육, 맞춤형교육, 문화가 있는 날 교육, 별별 아트놀이, 미술관 탐험대에 6,046명이 참여했다. 찾아가는 창의예술교육, 찾아가는 예술공연 등 대중과 만나는 작업도 적극 벌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문화가 있는 지역특화 프로그램인 ’동네방네 예술가’는 찾아가는 예술가, 작가의 작업실, 꼬물꼬물 예술놀이, 미술관 해프닝, 미술관음악회 등에 지역작가와 주민이 신나게 어울리는 문화공동체를 만들었다. 이처럼 양평군립미술관은 특별한 기대를 갖지 않고 방문한 군민이나 여행자들에게 지역미술관이란 편견을 깨고 현대미술의 재미와 역할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지역 정체성을 든든하게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평지역작가 아카이브를 구축하면서 작고 서양화가 하인두를 비롯해 서예가 여원구, 조각가 정관모, 한국화가 류민자 등 15인의 작가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전시한 이들의 자료를 영구 소장하고 있다.

 

정일영 작가의 ‘평범한 풍경’ 등이 전시된 2층의 제3전시실은<br>70~80년대를 기반으로 한 출생 작가들이 선보이는 전시공간이다.<br>
현재 양평군립미술관은 ‘포스트양평’이란 키워드로 양평에서 활

동 중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희망 꿈, 미술관의 장래

양평군립미술관의 성공은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있는 전국 시군의 미술관을 자극하는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지역에서도 참신한 기획과 열정으로 대도시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문화경영의 성공사례를 선보인 것이다. 이형옥 예술감독은 미술관이 거둔 성과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동안 거둔 성과는 우리 미술관이 추구하는 미술정책에 동의하고 헌신하는 직원들의 혼이 담긴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공간 분할과 색채의 변신으로 이전에 미술관을 찾았던 사람들에게도 새로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가을이 절정을 향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충전하는 데는 호젓한 여행이 좋다. 다행히 1단계로 조정되었으니 국내여행은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양평은 가을여행지로 최적격이다. 양평 여행 중에 양평군립미술관을 꼭 찾아보길 바란다. 기대 이상의 기쁨을 안겨줄 것이라 확신한다. 여행과 미술관 관람은 답답한 가슴을 씻어주고 엉킨 머릿속을 밝혀줄 묘약이 될 것이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 사진=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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