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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들여다보기] 허수아비 의전문화는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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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는 ‘새 또는 다른 동물들이 씨, 어린싹, 열매 등 농작물을 쪼아 먹지 못하도록 경작지에 세워 놓은 장치’를 말한다. 제구실을 못한 채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을 일컫는 ‘허수(虛首)가 달린 아비’에서 허수아비가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후자는 ‘가짜’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제구실을 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람 사는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독버섯 같은 존재를 일컫는다.

완전히 다른 의미의 두 가지 허수아비는 그 의미만큼이나 완벽하게 반대 상황을 대변한다. 가짜지만, 경작지 위에 세워 놓은 허수아비는 봄부터 여름까지 노동의 땀방울을 고스란히 품은 채 풍요로운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의 간절한 꿈을 담고 있다. 그런데, 제구실은 하지 않으면서 호랑이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리고 자리만 보전하려는 허수아비는 인간의 꿈과 희망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사고만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 방송과 언론의 주목을 얻기에만 온통 신경을 쓰는 정치인, 고관대작 등등을 거론하고 싶다.

최근 416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헬기가 의전 때문에 본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채 터무니없이 사용된 사례가 논란을 낳고 있다. 위독한 상태인 승선자 중 한 학생을 구조했는데도 세 번이나 배를 갈아타며 이송하느라 5시간이나 걸려 병원에 도착했고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위해 준비된 구조 헬기는 높은 분들을 모시는 의전용 헬기로 둔갑해 맹활약을 펼쳤다 한다. ‘허수아비’ 구조용 헬기였던 셈이다.

문화예술계의 의전문화 폐해 역시 전방위적으로 펼쳐진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 열정을 가지고 공들여 준비한 축제는 엉뚱하게도 개막 행사의 의전 문제로 시작부터 김을 빼기 일쑤다. 지나친 의전 행사의 진행은 시민과 예술계의 빈축을 사고 축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있지만 개막행사만 되면 등장하는 허수아비들은 아랑곳 않는다. 이 높은 분, 허수아비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한 말씀’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집요한 집중력은 고도로 발휘된다. 때로는 참가한 시민들의 야유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축제를 준비하는 기획자들은 개막식 및 폐막식의 의전용 단계 요소를 과감하게 배제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고 행사의 본질을 스며들게 하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지만, 그럴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이나 재정 지원 감소 등의 반대급부를 감수해야만 한다.

전국 곳곳에서 가을 축제가 한창이다. 폭염과 태풍과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라는 악재를 딛고 가을의 풍요와 행복한 꿈을 담아내는 의미 있는 지역 문화예술계의 한 해 농사들이다. 이런 축제가 개인의 정치적, 상업적 목적을 위해 숟가락 하나 올려놓는 못된 허수아비들의 축제로 전락하는 중은 아닌지 걱정이다. 허수아비들의 쇼만 있는, 쇼가 끝나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는 축제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가을 들판에 홀로 선 허수아비가 그립다.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낸 이 가짜가 농부의 꿈뿐만 아니라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소박하고 넉넉한 꿈을 지켜주니 말이다.

세월호 의전 논란이 문화예술계 허수아비 의전행사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연결되길 바란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 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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