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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 들여다보기] 옛것이 새롭다! 뉴트로 문화와 법고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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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기간 동안 고궁은 한복을 입은 젊은이들로 넘쳐 났다. 무료입장이라는 혜택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수다. 명절뿐 아니라 평소에도 ‘한복 입고 고궁 나들이’라는 방식은 이미 젊은 세대에게 색다른 데이트 방식의 하나로 인기가 높고, 외국인들 역시 환호하는 한국 문화 체험 코스 중 한 가지이다. 수 백 년 전 지어진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거닐며 오래된 공간과 문화를 즐기는 이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인생 사진을 남기는 모습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흐믓하다.

최근 젊은 세대는 새로운 문화인 ‘뉴트로(New-tro)’를 즐긴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레트로의 경우 중장년층이 이미 경험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기반이라면, 뉴트로는 겪어보지 못한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움이나 신선함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트렌드 코리아를 연구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뉴트로는 단순히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복고풍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새롭게 재해석해서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작년 10월에 개봉하여 994만 명의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그리고 뮤지컬 ‘맘마미아’는 그룹 ‘퀸’과 ‘아바’가 낯선 젊은 세대들에게 커다란 인기를 끌며 반향을 일으켰다. 인쇄소 골목과 노가리 안주와 생맥주로 잘 알려진 서울의 을지로 골목은 빈티지한 감성을 즐기려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다. 이 열풍이 문화예술계 뿐만 아니라 식품, 패션, 주거, 도시 공간 등 우리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은 논어의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연암 박지원은 당대의 문장가들이 대부분 중국의 고전과 시를 토대로 안이하게 글을 쓰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제가의 초정집(楚亭集) 서문에 “문득 고어를 생각하고 억지로 경전의 뜻을 찾아서, 근엄함을 가장하고 글자 하나하나마다 위엄을 뽐낸다.”라고 일갈하며, 이러한 관행이 대상에 대한 참다운 묘사를 방해할 뿐임을 지적했다. 연암은 작가가 처한 현실을 배경으로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글을 쓸 것을 주장하였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글을 쓰는 것, 즉 옛 것을 그대로 따라 쓰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태도나, 창작을 한다면서 동시대적 보편성에 어울리지 않는 허황되거나 괴상한 글쓰기의 양단을 모두 경계했다. 고전을 기초로 하면서도 시대적 감성이 담긴 창의성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 박지원의 주장은 지금의 문화 전반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뉴트로 문화는 아날로그 감성에 디지털 문명의 옷을 입으며 생활과 문화를 새롭게 창조한다. 단순히 옛 것의 외형적인 형태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감각과 문명의 패러다임까지 결합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일과성 유행이 아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산업과 문화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균형과 안목이 중요하다. 고전과 인문학과 역사가 훌륭한 법고(法古)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 창신(創新)에만 집착하면 ‘특이한 발상’에만 머무르게 된다는 사실 역시 경계해야 한다. 옛 것이 보물이고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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