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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의 그늘, 치매환자 100만명 눈앞] 1. 어느 치매노인의 세상

모든 기억 앗아간 질병… 더이상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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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약 81만 명이 앓고 있는 치매는 더이상 남의 일도,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치매환자가 발생한 가정은 환자 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큰 고통을 겪는 만큼 범국가적인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지역 한 요양원에서 관계자들이 치매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시범기자
고령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약 81만 명이 앓고 있는 치매는 더이상 남의 일도,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치매환자가 발생한 가정은 환자 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큰 고통을 겪는 만큼 범국가적인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지역 한 요양원에서 관계자들이 치매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시범기자

오늘날 전국 60세 이상 인구 1천130만 명 중 81만 명(7.1%)이 치매를 앓고 있다. 3년 뒤인 2022년엔 1천300만 명 중 95만 명(7.3%)이, 30년 뒤인 2049년엔 2천200만 명 중 299만 명(13.5%)이 치매환자가 된다. 현재 경기도에선 60세 이상 고령인구 1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렸다. 3년 뒤엔 14명 중 1명이, 30년 뒤엔 12명 중 1명이 치매환자가 될 전망이다. 빨라지는 고령화만큼 치매환자 수 역시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치매환자들은 사회의 부정적 인식 탓에 주변에 유병 사실을 쉽사리 알리지 못하거나 혹은 스스로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며 하루하루의 기억을 잃고 있다. 더이상 ‘남 일’이 아닌 치매, 환자 및 가족의 보호와 치료 여건 조성을 위한 제도ㆍ개선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치매의 실상을 진단하기 위한 환자와의 인터뷰는 기자로서 생소하면서도 막막한 경험이었다.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 자체도 문제였지만, 인터뷰에 응한 두 어르신과의 대화도 종잡을 수 없이 흘러서다.

이들이 기억을 더듬어 전하는 말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겠어 이번 인터뷰가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으나 “예전처럼 많은 일을 해야 할 텐데…”라는 끝말이 지워지지 않아 소매를 붙잡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변두리에서 가족도 없이 홀로 살다 2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아 입소했는데 어느덧 3년이 흘렀네”라며 말문을 연 김 할아버지(81)는 “60대 때는 무역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는데 어떤 물건을 독점 판매했는진 기억이 안 나. 그나마 기억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과거 온전할 때처럼 많은 일을 해야 할 텐데…”라며 멀리 떨어진 침상을 멍하니 바라봤다.

뒤늦게 알았지만 이 기억은 사실이 아니다. 서울 동대문구 이목동에 거주하던 김 할아버지는 한 명의 형제를 두고 있으며, 2017년 치매 증상으로 길을 잃고 헤매다 지자체의 도움을 얻어 요양원으로 오게 됐다. 요양원이 파악한 김 할아버지에 대한 정보에도 그가 무역업에 종사했다는 내용은 없다.

1946년에 태어난 양 할머니(74)는 “47살 큰아들과 52살 큰딸, 그리고 52살의 작은딸과 1990년생 막내아들을 두고 있는데 모두 마흔이 넘었어요. 그동안 어미를 살뜰히 보살피느라 고생이 많았지”라며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막내아들의 나이를 다시 묻자 양 할머니는 “달력을 봐도 몇 년도 몇 월의 달력인지, 시간을 봐도 어떻게 읽는지 헷갈려. 1990년생이니 마흔이 넘은 게 맞지?”라며 “치매에 걸린 이후 나날이 따분해. 좋아하는 음식도, 즐기는 취미도 없어 그야말로 ‘그냥’ 살아요”라고 전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지정기관인 안산 A 요양원에서 만난 두 어르신은 1시간이 넘게 진행된 인터뷰 내내 과거와 현재, 혹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을 전했다.

허리 외에 아픈 곳이 없다는 김 할아버지는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받아 오른쪽 눈에 안대를 차고 있었고, 아침식사를 마친 양 할머니는 배가 고파 며느리가 준비한 생일 떡을 먹어야 한다고도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표정 역시 시시각각 변했고 즐겁게 미소 짓다가도 이내 한순간에 굳거나 인상을 썼다.

김 할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치매(노인성)를, 양 할머니는 레비소체 치매(혈관성)를 겪고 있다.

A 요양원 관계자는 “치매환자들은 최근 기억부터 잃는다. 시간이 갈수록 20년 전, 30년 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 같은 특징 때문”이라며 “점점 말하는 법, 먹는 법, 걷는 법을 잊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치매’로 인한 고충이 이어지기 때문에 사회 각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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