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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 들여다보기] 거리로 나온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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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거리로 나왔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거리예술축제가 한창이다. 거리마다 광장마다 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남녀노소 불문이며 펼쳐지는 내용은 아주 다채롭다. 간단한 길거리 공연의 대명사가 된 버스킹에서부터 거대한 구조물로 환상적인 공간과 장면을 연출하는 대형 공중곡예까지. 거리예술축제는 언제나 다양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맞춤하다. 예술에 대한 식견이 없어도 걱정 없다. 남사당패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신명나는 놀이판, 현대무용, 마임, 인형극, 아크로바틱, 현대적으로 진화한 서커스, 그리고 연극과 설치 미술 등 동서양 예술의 거의 모든 장르가 섞여 있어서 취향과 입맛에 따라 즐기면 그만이다. 직업적인 거리예술 전문가부터 일상에서 함께 생활하는 평범한 시민들, 생활 속에서 익히고 표현하는 생활예술인들까지 출연자 또한 다양하고 친근해서 심리적 거리감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혹시라도 지루하거나 재미가 없으면 슬며시 자리를 뜨면 그만이다. 거리예술이 축제의 중요한 콘텐츠가 되는 중요한 이유들이다.

거리예술은 인류의 문명과 생활 속에서 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건물 안에서 예술 자체의 형식과 내용에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예술 스스로가 기득권이 되고 관료화되었다. 예술을 위한 예술에 빠지는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예술은 대중과, 또 대중의 삶과 멀어지면서 소수 기득권층들의 전유물이 되어갔다. 더군다나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 과정에서 대중은 일에 매몰되고 예술은 점점 건물 안에 갇혀버려 예술도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1968년 독일과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유럽과 미국 전역으로 퍼진 68혁명은 권위주의·보수체제 등 기존 사회질서에 강력히 항거하는 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남녀평등과 여성해방, 히피운동, 반전운동과 같은 다양한 양상을 띠면서 전개되었다. 특히, 문화혁명으로서 대중문화의 엄청난 발전을 촉진한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비로소 개인이 탄생할 수 있는 발판이 놓였고, 이로 인해 예술이 삶의 현장인 거리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 공연장과 미술관, 박물관 등 제도권 건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예술이 거리로 나오면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실험과 모색은 현대 예술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프랑스는 거리예술을 문화정책의 주요한 과제로 삼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여 오늘날 거리예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거리예술은 바람직하지 않은 기존의 질서와 권위에 저항하며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문화민주주의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거리와 광장은 고립을 벗어나 타인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삶의 현장이자 플랫폼이다. 로마인은 이집트에서 터키에 이르는 방대한 로마로 향하는 길을 닦았다. 차마고도(茶馬古道)와 실크로드는 유목민과 상인들이 일군 대표적인 ‘길 문명’이다. 고립은 생존 불능을 의미한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필요와 협력을 중시하는 친구이자 동반자이다. 개방과 상호존중이 필요한 다문화, 혼혈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거리예술이 현대의 ‘길 문명’이다. 거리로 나온 예술이 현대문명의 컬쳐로드(culture road)가 되어 우리에게 일상의 활력과 특별한 체험을 누리게 하고 일상 세계를 변화시켰으면 좋겠다. 또, 이러한 관심과 인기가 거리예술이 체계적으로 발전하게 하는 문화정책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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