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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 들여다보기] 네가 곧 부처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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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모든 중생이 부처와 같이 일체 만법의 근본인 자성(自性)을 깨칠 수 있는 무한하고 절대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분별 망상에 가려서 성불하지 못할 뿐이라고 가르쳤다. 이 가르침은 인간을 절대적 존재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노력하고 개발해서 완전한 인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중생이 곧 부처, 우리 모두 불성을 가진 부처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지금 있는 그대로가 절대적인 진리의 세계임을 깨닫는 데에서 머무르지 않고, 수행과 노력을 통해 마음의 어두움을 밝히고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행복의 길로 가라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다. 이러한 불교의 진리를 깨우치고 성자의 반열에 도달한 사람들이 나한이다.

나한은 ‘arhan’이라는 말을 음역한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성자, 부처의 제자로 뛰어난 수행 끝에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일컫는다. 석가모니가 입적한 뒤 가섭을 비롯한 제자 500명이 모여 석가모니의 생전 말씀을 경전으로 만들었는데, 그 때 모인 500명을 ‘오백대아라한’이라 한다. ‘깨달음을 얻은 불제자’ 나한이 재앙을 물리치는 신통력을 갖춘 존재로 인식되면서 그림이나 조각으로 만들어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나한 신앙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가모니 부처의 십대 제자, 16나한, 500나한 등을 나한 신앙의 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큰 사찰마다 영산전, 나한전, 응진전 등의 별도의 전각에 나한을 봉안하는 등 역사적으로도 나한 신앙이 성행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해 춘천에서 3만여 명이 관람하고 전문가들로부터 압도적인 평가를 받아 국립중앙박물관이 뽑은 ‘2018년의 전시’로 화제가 되었던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창령사 터 나한상은 2001년 5월 영월에서 농사를 짓던 김병호 씨가 땅을 일구다가 우연히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강원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를 벌여 형태가 완전한 상 64점을 포함해 머리 118점, 신체 일부 135점 등 총 317점을 찾아냈다. 그 과정에서 ‘창령사’(蒼嶺寺)라는 글자를 새긴 기와를 찾아 그곳이 바로 고려 시대에 지어진 창령사가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됐다.

이 나한상들의 모습은 무엇보다 한국인의 얼굴이 고스란히 조각되어 있어 친근하게 느껴진다. 저 멀리 인도인의 모습을 지닌 부처가 아니라 우리의 얼굴이다. 밀랍처럼 생기 없이 썰렁한 모습의 조각상도 아니다. 숨소리가 들리고 체취가 느껴진다. 부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고 노력하여 성자가 된 보통 사람의 모습이 가슴을 벅차게 한다. 질박하게 정으로 쪼아 만든 조각에 투영된 부처를 향한 마음이 오늘날 서민의 얼굴로 다시 살아나 일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다.

“네가 부처다. 네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스스로 마음의 어두움을 떨치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밝고 희망찬 평화의 세상으로 나아가라” 창령사 터 오백나한이 부처님 오신 날 나에게 속살거린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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