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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맞춤양복 재봉사

세상에 단 한벌… ‘품격’ 살리고 편안함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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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재봉사 1일 체험에 나선 주영민 기자가 인천 남동구 구월동 맞춤양복점 그랑브로스에서 양복 원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양복재봉사 1일 체험에 나선 주영민 기자가 인천 남동구 구월동 맞춤양복점 그랑브로스에서 양복 원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영화 킹스맨에서 콜린 퍼스의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핏에 반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킹스맨의 아지트로 등장한 곳은 다름 아닌 영국 런던 새빌로(Savile Row)에 있는 맞춤양복점으로 대를 이어 옷을 짓는 유서 깊은 새빌로는 ‘새빌로 스타일’이란 패션 용어를 탄생시킨 역사적인 곳이다. 

그중 1894년 문을 연 ‘헌츠맨’은 새빌로 비스포크협회(SRBA) 멤버로 영화 킹스맨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재단과 가봉, 바느질 등 19가지 과정을 핸드메이드로 제작, 클래식한 디너 재킷부터 경쾌한 라운지 슈트, 스포티한 트위드 재킷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계단엔 영화 촬영 당시 사용한 킹스맨 금색 현판이 남아 있다. 

영화 속 맞춤양복점에는 폭탄으로 쓸 수 있는 라이터와 기관총 겸 방호벽이 되는 우산, 발 앞굼치에 독이 묻어 있는 칼날이 나오는 옥스포드화 등 킹스맨을 위한 각종 첨단(?) 무기가 즐비하다. 신사의 나라 영국답게 영화속 맞춤양복점은 남심(男心)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한민국, 그것도 인천에서 영화속 킹스맨 아지트를 생각나게 하는 맞춤양복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인천시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랑 브로스(GRAND BROS)가 바로 그곳이다.

■ 1960년대 맞춤양복 업계 호황… 1982년 기성복 등장으로 설 자리 잃어

196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소도시 중심가에도 맞춤양복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1967년 스페인 국제기능올림픽 맞춤 정장 부문에 출전한 홍근삼씨가 금메달을 수상하고 1969년 벨기에 기능올림픽에서는 신두호씨가 금메달을 수상한 것을 신호탄으로 맞춤 양복 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맞춤 양복의 찬란했던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82년 기성복이 한국 시장에 본격 등장하며 맞춤 양복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교복마저 대기업이 만든 기성복을 입지만, 기자의 기억속 첫 맞춤정장이나 다름없는 교복을 맞춤양복점에서 맞춰 입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교복점 주인이 이제 갓 초등학생을 벗어난 기자의 어깨너비를 줄자로 잴 때의 느낌이 여전히 어깨 한 폭에 남아 있다. 

하지만, 아쉬운 기억은 2차 성징이 이뤄지는 시기라 1달만에 키가 1㎝씩 자랄 때였기에 맞춤교복은 내 몸 치수보다 더 크게 맞춰져 나왔다. 이 맞춤교복이 딱 맞게 된 때는 이미 옷감이 해질 데로 해어진 뒤인 3학년이 되서였다. 그렇게 기자의 첫 맞춤정장이나 다름없는 맞춤 교복은 기억속에서 잊혀졌다.

양복재봉사 1일 체험에 나선 주영민 기자가 인천 남동구 구월동 맞춤양복점 그랑브로스에서 원단 재단을 하고 있다.
양복재봉사 1일 체험에 나선 주영민 기자가 인천 남동구 구월동 맞춤양복점 그랑브로스에서 원단 재단을 하고 있다.

■ 남자의 로망 그랑브로스… 젊은 청년 대표의 꿈 실현

인천시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과 주점이 즐비한 남동구 구월남로 한켠에 맞춤양복점 그랑브로스가 있다. 남자의 로망이 숨쉬는 곳. 단순히 일일체험을 위한 발걸음이라기보다는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남자만의 액세서리가 가득한 그랑브로스로 들어서는 발걸음은 여느때보다 가볍기 그지없었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영화속 킹스맨 양복점보다 더 클래식했다. 밖에서 통유리에 비친 그랑브로스는 그냥 조그만 보통의 맞춤양복점이었지만, 안에서 본 그곳은 영화속 킹스맨보다 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지하를 갖추고 있었다. 하루 동안 이곳에서 양복재봉사(테일러, tailor)가 돼 손님을 맞을 생각을 하니 가슴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콩닥거렸다.

 

그랑브로스는 우리말로 위대한 형제다. 인천에 고품격 테일러숍(tailor shop)을 만들어보자며 젊은 청년 둘이 잘나가던 대기업을 관두고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이날 기자를 맞은 이는 송영범(37), 장희철(35) 그랑브로스 공동대표중 동생인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2013년 1층에서 시작한 그랑브로스는 위대한형제는 저희가 위대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숍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멋있는 남자를 만들어 드리겠다는 의미를 담아 만든 것”이라며 “형(송 대표)과 함께 테일러숍을 만들게 된 이유는 둘다 옷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대 중반부터 맞춤정장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당시만 해도 인천에 맞춤정장을 하는 숍이 별로 없어서 서울 강남이나 종로로 맞추러 다녔다”며 “결국 우리 둘은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웃음) 인천에 제대로 된 테일러숍을 만들기로 했고 서울의 숍들을 직접 찾아가면서 정장 한두벌씩 맞추는 등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친 뒤 2013년 인천에 그랑브로스의 문을 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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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약만 가능… 프라이빗룸에서 펼쳐지는 맞춤정장의 세계

그랑브로스는 1층보다 5배 정도 넓은 지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지하 매장에는 3개의 프라이빗룸(private room)과 손님들이 차를 마시며 상담할 수 있는 공간, 각종 슈트가 걸려 있는 공간, 간단한 재단을 할 수 있는 공간, 남성 구두를 비롯한 다양한 액세서리가 있는 공간이 갖춰져 있다.

 

남자만을 위한 신세계가 따로 없을 정도였다. 장 대표는 이제 막 입사한 기자에게 예약부터 상담, 치수재기, 재단, 원단나르기 등 테일러숍 직원이 해야 하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장 대표는 “테일러숍은 예약을 해야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며 “기성복처럼 10분만에 옷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치수를 재야 하는 것은 물론, 옷의 용도가 무엇인지, 결혼 예복인지, 평상복인지, 옷을 입어야 할 장소는 어디인지 등 상담만 최소 1~2시간은 걸린다”고 했다.

 

장 대표의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곧바로 실전에 투입된 기자는 먼저 재단을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맞춤정장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직접 줄자와 초크(chalk, 옷감의 재단선을 표시하는 데에 쓰는 분필)를 들고 원단을 재단하고 가위로 자르는 것을 배웠다. 실제 테일러들은 숍이 아닌, 경기도 모처에 있는 공장에 있지만, 바지단 줄이기 등 간단한 재단은 이곳에서 이뤄진다는 장 대표의 설명에도 마치 테일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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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만의 트랜드 만들기… 맞춤정장의 매력

간단한 재단을 배운 뒤 본격적으로 상담을 위한 기술과 손님에게 최적화된 맞춤정장을 제공하기 위한 치수 재기에 들어갔다. 흉내만 내야 하는 기자를 위해 그랑브로스 직원이 가상의 손님 역할을 해 줬지만, 줄자를 들고 사이즈를 재는 손이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초보의 모습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체크지를 들고 가상의 손님의 목과 어깨, 화장, 소매장, 팔통, 손목, 중동, 허리, 힙, 허벅지, 무릎, 종아리, 셔츠장, 총장, 하의장, 상의장, 신장 등 맞춤정장 1벌을 위해 사이즈를 재야 할 신체부위는 정말 많았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치수를 잰 이후에는 손님의 체형을 파악해야 했다. 어깨가 어떻게 쏠려 있는지, 팔길이는 어떤지, 배가 나왔는지, 양쪽 다리 길이의 차는 없는지 등등 손님의 체형을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된 맞춤정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맞춤정장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는 고객 자신만의 트랜드를 만들기 위한 테일러의 노력이 담겼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누군가 똑같은 옷을 입는 게 아닌 나만의 옷이 바로 맞춤정장이고 이는 개성을 중요시하는 젊은층의 니즈와 맞물려 새로운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고객 자신만의 트랜드를 만들어 줘야 하는 게 바로 우리의 업”이라며 “사람마다 다리길이, 힙, 가슴둘레 등 신체 사이즈가 다르고 심지어 피부톤도 다르다 피부가 붉은톤이 돌면 회색과 밤색 계열의 색상은 피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 사람만을 위한 옷을 만들고 그것을 입은 사람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매력이 고객으로 하여금 기성정장이 아닌, 맞춤정장으로 이끄는 힘이 아니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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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민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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