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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여의도의 꽃 ‘국회의원 보좌관’

입법·민원·홍보 ‘팔방미인’… 의정활동 ‘숨은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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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본보 구윤모 기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박정 의원실에서 박 의원에게 일정을 보고 하고 있다.
16일 본보 구윤모 기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박정 의원실에서 박 의원에게 일정을 보고 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삶은 그들이 단 금색 배지 만큼이나 화려하다. 

항상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으며 그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언론매체, SNS를 통해 국민에게 알려진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빛날 수 있게끔 헌신하는 ‘보좌관’들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잘 알지 못한다. 

아직 국회출입 7개월 차에 불과한 기자 역시 보좌관의 업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1일 현장체험을 통해 이들의 삶을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 하루의 시작… 국회의원 일정 챙기기 최우선
지난 16일 국회의원 보좌관으로서의 특별한 하루가 시작됐다. 시작은 평소와 다를 것 없었다. 출근길 ‘지옥철’을 타고 국회의사당역에 내려 국회 정문에 다다랐다. 기자실이 있는 국회 본관을 한번 힐끔 쳐다본 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국회의원 사무실이 모여 있는 의원회관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3층에 멈춰 서고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파주을)의 사무실로 향하는 동안 긴장감이 몰려왔다. 그래도 인사만 잘해도 절반은 간다고 했다. 처음 회사에 입사할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선배 보좌관들에게 밝게 인사했다. “신입 보좌관 구윤모입니다”안상범 보좌관(47)은 “오늘 할 일이 좀 많으실 텐데”라며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실제로 안 보좌관을 비롯한 보좌진은 주간 회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박 의원과 보좌진은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 주간회의를 진행한다. 

의원 총회에서 박 의원에게 청와대 방문 일정 변경 사실을 알리고 있다.
의원 총회에서 박 의원에게 청와대 방문 일정 변경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이날은 박 의원이 정부 대표 자격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신 실크로드) 국제 협력 정상 포럼’에 참석했다가 전날 자정 한국에 도착한 탓에 화요일에 회의하게 됐다. 안 보좌관은 나에게 기존에 계획된 일정과 변경 사항 등을 꼼꼼히 설명해 준 뒤 회의시간에 박 의원에게 보고하라는 첫 임무를 맡겼다.

회의가 시작됐다. 박 의원은 우선 “중국 지도부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크고 신뢰가 있다”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진일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며 방중 소감을 보좌진에게 전했다.

다음은 기자의 차례였다. 다행히 실수 없이 일정을 설명했고 변경사항은 특히 더 강조하며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정책, 입법, 지역·민원, 홍보·공보를 맡은 담당 보좌관들의 보고가 이어졌다. 

어느새 시계는 9시50분을 가리켰다. 이날은 오전 10시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었다. 박 의원은 마지막으로 방중 결과에 따라 중국 관련 정책들을 재정리해보라는 지시를 내리며 회의를 마쳤다.

■ 연속 돌발 상황… 정확·신속한 보고·대처는 필수
회의가 끝난 후 박 의원은 서둘러 의총 장소로 향했다. 기자도 수첩과 자료를 들고 박 의원을 따라나섰다. 회의장으로 가는 길에 박 의원과 각종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비로소 진짜 보좌관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민원과 관련된 예산안 자료를 살피고 있다.
민원과 관련된 예산안 자료를 살피고 있다.
회의장 안에는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양옆에 기자들이 빼곡하게 앉아있었다. 그들을 보며 잠시 정체성의 혼란이 오던 찰나, 함께 갔던 김윤명 보좌관(44)이 급히 기자를 불렀다. 박 의원의 일정을 담당하는 성민채 비서(26)에게서 오늘 예정된 방중 관련 청와대 보고 일정이 변경됐다는 연락이 왔으니 박 의원에게 급히 보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기자는 수많은 인파를 뚫고 박 의원을 찾은 뒤 달려가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박 의원은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며 신입 보좌관의 열정을 칭찬해줬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수행을 담당하는 고승우 비서(38)에게 변경 사실을 알리고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 연락해 출입에 필요한 추가적인 조치를 받고서야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를 끝낼 수 있었다.

■ 매달 두차례 민원인의 날… 격의없는 ‘주민 소통의 장’
사무실로 돌아와 염민규(28)·기건희 비서(26)와 함께 원내부대표 임기를 마친 박 의원의 소감을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는 작업을 마무리한 뒤 다음 날 예정된 ’민원인의 날’준비에 들어갔다. 박 의원은 매달 2·4째 주 수요일 ‘민원인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특별히 이번 행사 전에는 남경필 경기지사와의 면담이 예정됐다. 평소 당적을 떠나 남 지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박 의원은 이번 기회에 미군 반환 공여지인 캠프 그리브스 활용과 선유리 도로 확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방침이었다.

 

특히 선유리 도로 확장 건은 시민들의 민원이 가장 많이 오는 사안이며 도의지원이 절실한 사업 중 하나다. 기자는 정책을 담당하는 조인용 비서관(39)을 도와 도청과 최종적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막바지 자료 제작에 힘을 보탰다.

다음은 기자의 자존심을 걸고 보도자료 작성에 도전했다. ‘그래도 기잔데’라는 생각으로 도전했지만 의외로 만만치 않았다. 기자는 보통 보도자료를 보고 필요한 부분을 추려서 기사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홍창훈 비서관에게 보좌관 업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홍창훈 비서관에게 보좌관 업무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런 탓에 많은 내용을 자세하게 담아야 하는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것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홍창훈 비서관(41)은 고전을 면치 못하던(?) 기자에게 “세세하게 쓰는 것은 물론이고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글의 흐름을 구성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조언해줬다.

■ 국회의원·보좌관 ‘너는 내 운명’
어느덧 시간은 저녁때가 가까워 왔다. 하지만 보좌진은 이틀 후 예정된 ‘지역 선거 평가’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지역구를 세부적으로 나눠 투표율과 득표율 등을 분석하고 지역 민심을 되돌아보는 작업이다.

한창 작업 중이던 안·김 보좌관과 김정선 비서(38)는 기자에게 오늘 하루 수고했다며 시원한 커피 한잔을 건넸다. 그러면서 보좌관의 삶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가 먼저 보좌관으로서 느끼는 보람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안 보좌관은 “비록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상관없어요. 우리 의원의 성공이 곧 보좌진의 성공입니다”라며 “우리가 함께 만든 법안이 통과되고 국민의 생활이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일 때 느끼는 뿌듯함은 우리밖에 모를 거에요”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김 비서는 “을지로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을 도와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현장을 누빈 적이 있었어요”라면서 “몇몇 분들이 고맙다며 저에게도 전화를 주셨는데 그 말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풀리더라고요”라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구 기자가 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장소로 이동하며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 기자가 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장소로 이동하며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 보좌관은 보좌관으로서 힘들었던 경험을 들려 주기도 했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박 의원과 함께 파주 지역 유세를 도느라 집에 가지 못하고 찜질방에서 숙박을 해결했어요.

 

그러나 시설이 안 좋아서 그런지 너무 춥더라고요. 그래서 찜질방 구석에서 전기장판을 깔고 잤다니까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웃음기 가득 담긴 이들의 말속에 보좌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민이 지워준 책임만큼이나 국회의원의 업무 역시 방대하다. 톱니바퀴처럼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보좌진이 없다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국회의원도 탄생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좌진들과의 유쾌한 대화를 마치고 의원회관을 나오는 길, 어느덧 밖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의원회관 사무실 곳곳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아직도 보좌진들은 남은 업무가 많은가보다. 의원실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이 모여 건물이 밝게 빛났다. 

국회의원들의 금색 배지 만큼이나 화려하게 빛나 보였다. 

구윤모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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