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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예비 아빠, 미리 쓰는 육아일기

육 아독박 한나절, 절로 실감
아 이는 한시도 눈 뗄 수 없어
만 만찮네 휴~ 순간 미소 한방
세 상 피로 싹~ ‘딸 바보’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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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육아체험에 나선 예비아빠 송승윤 기자가 소리나는 그림책을 들고 혜령이와 놀아주고 있다.
일일 육아체험에 나선 예비아빠 송승윤 기자가 소리나는 그림책을 들고 혜령이와 놀아주고 있다.
10개월간의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이달 중순, 어여쁜 딸을 가진 아빠가 된다. 딸의 태명은 ‘찰떡이’, 바깥세상을 구경하기 전까지 뱃속에서 찰떡처럼 잘 붙어 있으라는 의미다.

 

대형마트라도 갈 때면 전혀 관심도 없었던 아기 옷을 자꾸만 쳐다보게 되고, 기저귀는 뭐가 좋은지 요즘 인기 있는 유모차는 어떤 것인지 검색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얼마 전에는 지역 맘 카페까지 가입하면서 예비 ‘딸 바보’ 대열에 합류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아기를 돌본 적이 없던 나는 여느 대한민국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육아는 엄마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고 있었다.

 

그러나 10개월 동안 임신의 고통을 혼자 감내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이 같은 생각은 변화됐다. 이후 주말이면 아내와 같이 아기용품을 보러 다니고 틈날 때마다 뱃속의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근처에서 ‘베이비 페어’라도 열리는 날이면 한달음에 달려가 어떤 제품이 새로 나왔는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따져가며 마치 취재라도 하듯 아이를 위한 용품 사재기에 열을 올렸다.

 

으아 ~ 앙 이 삼촌 누구야? ㅠㅠ
으아 ~ 앙 이 삼촌 누구야? ㅠㅠ
사랑하는 딸 찰떡이를 맞을 준비는 이제 다 끝났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바로 아기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모른다는 것. 육아용품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아기를 돌보는 법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내가 한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어디서 아기 돌보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직접 아이를 맡아 하루만이라도 육아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 “육아, 까짓것…” 쉽게 봤다가 큰 코 다쳐

아내의 도움을 얻어 하루 동안 초보 아빠의 딸이 돼줄 아기를 수소문했다. 주인공은 생후 17개월 된 이혜령양. 이제 막 걷기 시작한 혜령이를 만나기 전 매일같이 ‘기저귀 가는 법’, ‘우는 아이 달래는 법’ 등을 검색하며 육아를 글로 배웠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상황에 대처하는 상상까지 하면서 이미 육아의 달인이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혜령이를 만나기 전날, 잘할 수 있겠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애 보는 게 뭐가 그리 어렵냐”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아내는 “두고 보라”고 짤막하게 대답하며 코웃음을 쳤다.

 

본격적인 육아체험이 시작되자 자신만만했던 내 발언을 주워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혜령이 엄마 서명순씨(39ㆍ여)에게 주의사항을 듣고 기저귀 가는 방법과 아이를 씻기는 방법 등을 배울 때까지만 해도 큰 걱정은 없었다. 1시간 가량 혜령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인형, 동화책 등을 갖고 놀아주며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엄마가 떠나고 나서도 혜령이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육아체험은 순탄하게만 흘러가는 듯 보였다.

 

혜령이와 단둘이 남게 된 이후 제일 처음 했던 것은 아이의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블록놀이였다. 집에 있던 젠가(보드게임)를 블록처럼 쌓았다가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면서, 블록이 와르르 무너질 때마다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혜령이의 모습에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하지만 30분도 안 돼 블록놀이에 싫증이 난 혜령이는 새로운 놀잇감을 찾아 온 집안을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흥, 한번 먹어줘? 말아?
흥, 한번 먹어줘? 말아?
얌전했던 혜령이는 갑자기 악동으로 돌변했다. 집안에 있는 서랍이란 서랍을 다 열어보는가 하면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모두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부드러운 말로 타일러도 보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소리가 나는 동화책의 버튼을 연신 눌러대며 애써도 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끝내 혜령이는 감전 사고를 막기 위해 미리 콘센트 위에 붙여놓은 물티슈 뚜껑까지 떼면서 콘센트를 향해 손을 뻗었고, 놀란 나는 큰소리로 “안돼!”라고 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혜령이의 손을 낚아챘다. 

순간, 혜령이는 코를 몇 번 찡긋거리는가 싶더니 등을 뒤로 젖히며 큰 소리로 서럽게 울어댔다.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고 손에 젤리를 쥐여준 것도 모자라 동요가 나오는 유아 TV 프로그램을 틀어주고서야 울음을 그쳤다.

 

■ 난생 처음 갈아본 기저귀… 40분 동안 ‘씨름’

그러나 다음에 닥친 난관에 비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혜령이 엄마는 혜령이를 맡기기 전 “밥을 먹이고 온 직후라서 따로 밥은 주지 않아도 된다”며 “하지만 대변을 볼 수도 있으니 잘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대변을 봤는지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묻자 혜령이 엄마는 “굳이 들춰보지 않아도 알게 돼 있다”고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의 의미를 나는 곧 알게 됐다. TV를 보던 혜령이를 두고 잠시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수상한 냄새가 풍겨왔다. 혜령이가 대변을 본 것. 

거~참, 퍽 난감하군.
거~참, 퍽 난감하군.

기저귀 가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운 뒤라 자신 있게 방수 패드 위에 혜령이를 눕히고 기저귀를 풀었다. 

양이 얼마 되지 않을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기저귀를 펼치자 생각보다 거대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혜령이의 두 다리를 들어 올리고 배운 대로 물티슈를 가지고 위에서 아래로 흔적들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꾸만 몸을 비틀고 엉덩이 쪽으로 손을 갖다 대는 탓에 결국 세면대로 데려가 하반신 전체를 씻길 수밖에 없었다.

기저귀 하나 가는 데만 자그마치 4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어느새 이마에선 굵은 땀방울이 뚝뚝 흘러내렸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 고된 육아전쟁… 아이 미소 하나로 ‘사르르’

기저귀를 갈자 이번에 혜령이는 자꾸만 칭얼거리며 보채기 시작했다.

 

아기 띠까지 동원해 업어주고 안아주며 달래 봐도 울음은 계속됐다. 졸려서 잠투정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해 토닥이며 재우고자 노력했지만 혜령이는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결국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 나는 육아 체험 5시간 만에 혜령이 엄마에게 SOS를 요청했다.

 

잠시 후 엄마가 도착하자 혜령이는 거짓말처럼 울음을 뚝 그쳤다. 이어 엄마 품에 안겨 언제 그랬느냐는 듯 생글생글 웃기까지 했다.

 

육아체험 전, 아기 돌보기가 뭐 그리 어렵냐며 큰소리를 뻥뻥 치던 나는 “몇 시간 만에 왜 이렇게 수척 해졌느냐”는 혜령이 엄마의 물음에 고개를 숙인 채 대답 대신 괜스레 뒤통수를 긁으며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과자가 맛있어서.. 삼촌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과자가 맛있어서.. 삼촌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그냥 놀아주기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5시간 내내 아이에게 눈을 뗄 수 없었다. 육아를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매일 이렇게 아이와 전쟁을 치러야 하는 모든 엄마들에게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완전히 녹초가 된 나는 그제야 벽에 기대 조금 쉴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혜령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혜령이는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와 내 무릎 위에 걸터앉았다.

이어 나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신기하게도 그 웃음을 보는 순간 5시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듯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고작 5시간의 육아체험으로 그 고됨을 다 알 수는 없다. 이번 육아체험은 육아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맛보기로 경험한 예고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곧 태어날 사랑스러운 내 딸 ‘찰떡이’를 위해 육아 고수가 되기로 마음먹은 동시에, 육아는 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될 영역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송승윤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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