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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어린이집 조리 교직원

우리아이 급식이니까… 정성 가득 참먹거리
냠냠 꼭꼭 꿀~꺽 반찬 투정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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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 제2어린이집에서 급식 도우미 일일체험에 나선 본보 강현숙기자가 수저사용이 서툰 아이들을 위해 점심식사를 도와주고 있다.
엄마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이 기자는 아플 때, 힘들 때 그러니까 힘내서 세상과 치열하게 싸워야 할 일 있을 때 엄마 음식 생각이 난다. 

 

먹고 싶은 음식도 뭐 별것 아닌 것들이다. 삶은 팥을 곱게 갈아 만든 진한 팥 국물에 두툼한 칼국수를 넣고 끓인 팥 칼국수, 직접 주운 도토리로 쑨 도토리묵, 봄철에 제격인 간식 쑥 개떡, 그리고 추운 자주 먹던 담백한 소고기 뭇국… 뭐 이런 것들이다. 

 

이 아무것도 아닌 음식들, 막상 사 먹으려고 하면 마땅한 곳이 없다. 직접 해먹기엔 절대 쉽지 않은 음식들이라 꼭 엄마를 찾게 된다. 

 

엄마가 해 주는 음식 먹고 나면 힘이 난다. 그러나 요즘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가족 중심의 밥상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급식문화가 대신하고 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생활이 빨라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먹는 급식이 제대로 나오는지, 영양은 고른지, 자극적이진 않은지 등등 걱정이 많다. 

 

초등학교 예비 학부모인 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어린이집에서의 급식은 식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첫 단체급식으로서, 균형된 메뉴, 올바른 식사 습관과 더불어 건강한 먹을거리를 통한 감사의 한 끼가 되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그래서 22일 성남시 국공립 판교제2어린이집 1일 조리 교직원으로 나섰다. 단체급식소에서 체험을 위해서 분당보건소를 방문해 건강진단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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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성된 음식을 그릇에 담고 있다.
■ “아이들 먹거리 만큼은 절대 양보 안해요”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위치한 판교제2어린이집(원장 이문옥)은 성남에서 먹거리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이 어린이집은 학부모들에게 언제든지 밥 먹으러 오라고 권한다. 또 지역 정치인이 예고 없이 찾아와 급식을 먹어보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이다. 이문옥 원장은 “판교제2어린이집은 영양사, 조리사를 통한 철저한 위생관리와 과학적인 영양관리를 실천하고 있어요. 계절에 맞는 자연식과 양질의 식자재를 이용해 직접 조리해 제공하고 있으며 철저한 위생관리지침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고 무엇보다 조리실 식구들의 손맛과 정성 그리고 팀워크가 최고다.”고 평가했다.

 

과연 그렇다면 판교제2어린이집 원생 138명과 교직원 25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손창미 영양사, 라정희ㆍ김숙희 조리사의 비밀병기는 무엇일까? 22일 오전 8시에 만난 손창미 영양사는 “어린 시절 밥을 먹는다는 건 단지 배를 채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렸을 때의 식습관은 쉬 바뀌지 않고 어른이 돼서도 지속되기 때문에 오늘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의 체험이지만 신속, 정확하게 그리고 우리 가족 식사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이날 점심 메뉴는 마파두부밥, 유부장국, 브로콜리숙회, 김치. 여기서 끝이 아니라 오전 간식으로 떠먹는 요쿠르트와 오후 간식 고구마와 우유까지. 오전 10시, 간단하게 오전 간식을 마치고 나서 점심 식사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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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을 식판에 담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라정희, 김숙희 조리사는 메인 메뉴인 마파두부밥에 들어갈 양송이 버섯의 껍질을 깠다. “그냥 물에 살짝 헹궈서 쓰면 되는데 왜 귀찮게 일일이 까세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라정희 조리사는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내 자식들 먹이는데 귀찮은 게 어디 있어요. 우린 아이들 먹는 것만큼은 절대 양보 안해요. 비싸더라도 좋은 식자재 쓰고, 힘들어도 사과 한쪽도 그냥 내주는 법이 없어요. 토끼 모양으로 사과를 잘라 주면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요. 이게 다 교육인데.”

 

기자는 눈치껏 왔다갔다하며 일손을 돕다 조리실 한 쪽에 붙어 있는 영유아별 알레르기 식품표를 발견했다. 김숙희 조리사는 “견과류, 갑각류, 우유, 파인애플, 우유 등을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거나 먹으면 안 되는 경우를 각 반별 원생 리스트를 만들어 참고하고 있어요. 

못 먹는 음식 대신 꼭 대체식품을 준비하죠.” 아이들 식성뿐 아니라 교사들의 입맛과 좋아하는 음식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히 꿰고 있는 이들은 요리하는 동안 어떻게 하면 맛있게, 정성스럽게, 예쁘게 해서 먹일까를 고민하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아이들 배꼽시계가 울리기 전인 12시 직전까지 허리 한 번 제대로 펼 틈 없이 바쁜 식사 준비가 이어졌다. 영유아기의 식습관이 성장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일생동안 식품에 대한 가치관 형성과 건강 유지에 큰 영향을 준다는 신념하에 이들은 뭐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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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식이 끝난 후 잔반정리 및 설거지를 하고 있다.
■ “깨끗하고 맛있고 정성스럽게”

점심시간에 맞춰 각 반으로 식사가 배달되고 행복한 식사시간이 이어졌다. 여기저기서 ‘브로콜리 더 주세요’, ‘김치 맛있어요’, ‘잘 먹었습니다’ 등 아이들의 맛평가와 귀여운 감사인사가 쏟아졌다. 급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님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 하신 말씀이 새삼 떠올랐다.

라정희 조리사는 “우리 아이들 맛있게 먹는 거 이쁘죠? 이 맛에 힘든줄 모르고 일해요. 집에선 먹지 않는 멸치볶음과 나물을 얼마나 잘 먹는지 몰라요. 어머님들이 어떻게 요리해서 주기에 집에서 먹지 않은 나물 등을 잘 먹냐며 레시피를 여쭤 보세요. 어린이집 급식은 철저한 교육입니다. 급식을 통해 심신발달은 물론 식사예절을 통한 편식교정, 올바른 식습관 형성 및 인성교육이 기여하는 것이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00명이 넘는 인원의 식사가 끝나자 설거지가 산더미같이 쌓였다. 조리실 식구들은 식은 죽 먹기처럼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 바로 오후 간식 준비를 시작했다. 기자가 설거지를 위해 고무장갑을 끼자 “어, 그 장갑은 설거지용이 아닌데….”라고 손 영양사가 다른 장갑을 건넸다.

 

“고기와 야채 도마를 달리 쓰고, 장갑도 식자재 세척용과 설거지용이 따로 있어요. 매일 행주도 삶죠. 아무리 먹을거리 품질이 좋아도 위생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매일 하수구 청소까지 해요.”

 

이처럼 판교제2어린이집 급식은 영양사와 조리사의 깐깐함과 밥상머리 교육에 대한 철저한 철학이 완성한 작품이다. 요즘 현실은 집밥을 허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맞벌이 가정이 대세여서 가정에서 밥을 먹는 횟수가 계속 줄어들고 외식문화로 인해 인스턴트 음식에 입맛이 길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린이집 급식을 통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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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의 식사를 통해 예절교육부터, 영양ㆍ경제ㆍ환경ㆍ공동체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와 조리사는 단순 아이들의 영양을 공급해주는 이들이 아니었다. 이들은 사랑과 정성으로 만든 음식으로 아이들의 몸과 정신 그리고 영혼을 살찌우는 귀한 사람들이다.

 

6시간 동안 체험을 하면서 찾아보려고 했던 특별한 비밀병기는 없었다. ‘우리 아이한테 먹인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단 하나의 원칙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문옥 원장은 “전 세계인의 0.3%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한 유대인들이 꼭 지키는 원칙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바로 가족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고 아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밥상에서는 절대 혼내지 않는다고 해요. 

사랑이 넘치는 식탁은 아이의 정서를 안정되게 해주기에 오늘도 우리 아이들에게 배부름은 물론 심리적 포만감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성남=강현숙기자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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