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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리 칼럼] 수고가 있어야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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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묻는다. 아이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이웃들에게도 은근히 무엇을 기대하는 얼굴로 물어본다. “사랑해? 그럼 나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는데 ?”너무 단도직입적인 그 말을 들으면 누구나 웃는다.

그럼 나도 함께 웃어주지만 사실 그 말은 진심이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이 우러나서 저절로 무언가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닐런지.

 

언젠가 만난 아주머니 한분은 독거노인을 찾아다니며 이불빨래를 대신하고, 밑반찬을 만들어주면서 더없이 행복한 얼굴이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와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서 할머니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런 ‘수고’를 볼 때 가슴에선 감동이 차오른다. 이런 게 사랑이지. 하면서 혼자 말하게 된다. 그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천사를 보았다.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천사의 얼굴을 말이다.

 

사랑을 보여 달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늘 거창한 무엇을 생각한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 집을 주려하고, 몸을 쓸 수 없는 사람에게는 몸으로 하는 모든 일을 대신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다.그렇게 해야 비로소 사랑을 실천한다거나 누구를 돕는 일이 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집을 주거나 누군가의 몸이 되어주는 일은 쉽지 않으므로 봉사도 사랑도 먼곳에 있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밖에 없다.

 

몇몇 시설을 통해 다양한 후원을 만난다. 사람 사는 모양이나 형편은 모두 제각각이어서 남을 위한 봉사나 후원도 저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월급을 받을 때마다 매달 3만원씩 떼어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필요한 물건을 보내오는 이도 있고, 아예 작정하고 깜짝 놀랄 만큼 큰돈을 기부하는 이들도 있다.

 

기대 이상의 후원금은 놀랄 일이지만 액수가 크다고 해서 감동이 함께 커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나 역시 봉사를 시작하기에는 “누군가를 도우려면 크게 도와야한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보란 듯이 건네는 후원금보다는 달려와서 씻기고 입혀주는 정성이 더 감동적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소년소녀가장 아이들의 허름한 집을 찾아다니면서 공짜 과외선생님을 해주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와 마주 앉아 하루 종일 수다를 떨며 하루를 보내다 가는 봉사자도 있다. 영아원을 찾아다니며 아이들 기저귀만 갈아주는 아주머니가 있고 가진 게 이발 기술뿐이라며 노숙자들의 머리 손질을 위해 가위를 드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수고를 보면 눈물이 난다. 억대의 후원금을 내면서 혼자 감동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어서 좋다. 큰돈 건네었으니 그만하면 할일을 다 했다고 믿는 자만이 아니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봉사에도 진심이 스며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운 셈이다.

 

나도 때로는 홍보대사를 하거나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일들이 참으로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질때가 있다. 하지만 그 모두가 역시 내가 맡아야 할 ‘사랑의 수고’라 생각하며 기꺼이 감당한다.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랑. 

내 남은 인생을 그렇게 쓸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귀찮아 도망가지 않고, 번거롭다고 모른척하지 않으면서 지금 이 마음이 변함없이 지속되기를…. 어떻게든 살아내는 삶이 아니라 살고 싶은 인생을 만드는 것.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은 날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나 정애리의 희망이다.

 

정애리 월드비전 친선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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