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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완상 칼럼] 乙들을 능멸하는 정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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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정치를 보면 한심할 정도로 후진적이다.

2차 대전 후 미국은 가장 성숙한 선진 정치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화당 대통령 아이크(아이젠아워)는 군산복합체를 민주주의 위협으로 경계했다. 공화당 중진의원 록펠러는 대화와 협상으로 반대당과 손잡고 의회정치를 이끌었다.

그래서 양당간 교차투표가 빈번했다. 당명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투표하는 후진정치에 익숙했던 우리에게는 이런 미국정치가 신선했고 부러웠다. 그런데 지금 미국 정치는 후진하고 있다. 대통령의 법안에 보수당은 악착같이 일사분란하게 반대한다. 왜 그렇게 되었나?

미국 보수정치를 이끄는 정치인들은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교조적으로 신봉한다. 정부영향력 확대를 병적으로 혐오하면서도 시장영향력 강화는 신앙적으로 찬양한다.

그들은 시장의 갑들의 이익을 제약하는 정부규제를 악으로 본다. 갑들이 맘놓고 갑질하도록 규제를 풀 뿐만 아니라 거침없이 부자감세조치를 단행한다. 이런 짓을 보다 거침없이 해내기 위해 보수언론과 결탁하여 국민을 두 부류로 짐짓 갈라놓는다. 하나는 ‘테이커’들(taker), 다른 하나는 ‘메이커’들(maker)이라고 명명했다.

메이커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생산하는 책임있는 시민이다. 반대로 테이커들은 복지정책과 경제민주화조치에 덕을 보려는 게으른 시민들이다. 큰 정부가 자기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오는 곤경을 책임지고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국민이다. 미국이 계속 부강하려면, 메이커들이 시장의 적자(適者)가 되어 작은 정부를 견인해야한다고 믿는다.

이런 이분법적 국민분열책으로 재미를 보다가 2012 대선에서 공화당의 롬니 후보는 참패했다. 그때 오바마 후보와 맞섰던 그는 47%에 이르는 테이커들이야말로 세금도 내지 않는 게으른 국민으로 보고 온갖 정부의 복지정책에 의존한다고 폄훼하면서 자기는 이들을 돌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원들의 모임에서 한 이 이야기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그는 졸지에 47%의 유권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되었고 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부당한 경제 불평등으로 이미 힘겹게 살아가는 다수 국민을 능멸한 언어갑질 탓으로 그는 낙선했다. 그래서 요즘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잠룡들은 매우 조심하는 듯하다. 이 이야기가 미국만의 이야기일까?

얼마 전 새누리당 대표가 복지과잉론을 들고 나왔다. 복지정책과 경제민주화 정책을 선호하는 국민을 마치 도덕적 결함이 있는 것처럼 폄훼했다.

한 마디로 한국적 테이커들이라고 경멸했다. 너무나 힘들기에 국가의 복지정책을 헌법정신에 따라 갈망하는 서민들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지난 대선 때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역설했던 야당 후보자를 지지한 48%의 유권자들을 졸지에 공짜로 먹고 살려는 도덕적 해이자로 낙인찍은 셈이다. 그들이 얼마나 피나게 몸부림치며 살아보려고 애쓰는지를 평생 넉넉한 환경에서 포시랍게 살아온 김 대표는 태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없는 백성을 향해 그렇게 도덕적 갑질을 할 필요까지 있는지 알 수 없다. 그가 진실로 이 땅의 최고 정치지도자가 되려 한다면, 오늘의 을들과 미생들의 아픔, 세월호 희생자들 가족의 아픔을 그렇게 비열하게 빈정대서는 안 된다.

게다가 최근 우리를 더욱 절망케 하는 것은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 발언이다. 아예 처음부터 이 국수는 서민과 중산층에겐 형편없이 맛이 없는 국수였다. 이것 때문에 전세값 폭등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분노가 불어터지게 되었다.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로 격앙하게 된 설 민심을 대통령이 이토록 모른다는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특히 대통령의 유체이탈식 발언을 또다시 들으며, 그의 무능, 무책임, 그리고 무치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앞으로 3년이 정말 걱정스럽다.

그런데 정말 공포스러운 것은 대통령의 이 같은 상투적 행태를 잘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척하며 그의 훈시를 받아 적으면서 ‘한국적 테이커’들을 지속적으로 능멸하는 집권당 지도부의 행태다. 김무성 대표의 과잉복지론과 도덕적 해이론을 들으면서 롬니스럽다고 여기기엔 우리의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정말 ‘내시’스럽기 때문이다.

롬니의 47% 경멸 발언이 김 대표의 48% 폄훼 발언과 겹쳐 떠오른다. 이제는 누군가가 나서서 오늘의 48%, 아니 99%는 결코 게으른 테이커들이 아니라고 외쳐야 한다. 정말 혐오스러운 테이커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세습자본으로 공짜로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게으른 갑질자들 아니겠는가!

한완상 前 교육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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