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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칼럼] ‘김영란법’, 원안대로 제정하라

임병호 논설위원ㆍ사사편찬실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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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직자 부패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부패인식지수(CPI)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외국 중 27위로 바닥권이다. 직급과 업무를 막론하고 ‘떡값’ 명목의 크고 작은 금품수수가 만연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세칭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이른바 권력기관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들에게 일상적인 친분관계를 핑계로 돈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금품을 받은 공직자가 적발돼도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공직자를 상대로 한 청탁과 뇌물 제공은 대개 은밀하게 이뤄진다. 평소 아무런 조건 없이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청탁을 한다. 힘 있는 부처와 공직자를 대상으로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거나 보험을 드는 이른바 ‘스폰서’라는 부패 관행은 지연ㆍ학연ㆍ혈연 같은 상호 유착을 통해 발생한다. 공직자에게 돈을 건네는 사람들은 으레 ‘조건없이’ 주는 돈이니 ‘부담없이’ 쓰라고 말한다. 거래를 차곡차곡 쌓아가다가 어느 날 청탁이라는 발톱을 드러낸다.

조건없으니 부담없이 써라?

과거 미풍양속인 양 좋은 의미로 사용되던 ‘떡값’이라는 말이 오늘날 부정부패의 대명사처럼 변질된 것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구체적 청탁이 있을 당시가 아니라 평소에 떡값 명목으로 상당한 금품을 수수함으로써 특혜 준비를 해놓은 것은 뇌물죄로 볼 수 없다는 논리 자체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입법마저 유명무실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그 의도는 담박 드러난다. 민주적 법치국가의 법은 국가기관을 위한 것도 아니고, 법률 전문가를 위한 것도 아니다. 법은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김영란법은 공직자들의 사익 추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만든 법이다. 앞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대가성 없이 금품을 받는다는 것은 스폰서 관계가 된다는 뜻”이라며 “스폰서를 막지 않으면 우리나라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해 이 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안의 핵심인 ‘직무관련성이 없는 금품수수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법무부 요구에 따라 세 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도입 취지가 크게 크게 훼손됐다. 지난해 8월 권익위가 입법예고한 원안에는 직무 관련성 여부와 상관 없이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금품 5배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었다.

반면 법무부가 고친 최종안은 같은 내용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고, 처벌 대상도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공직자로 한정했다. 법무부는 과잉처벌에 대한 우려를 들고 있지만 교묘하게 뇌물죄의 요건을 피했다 하더라도 죄질이 이와 대동소이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이를 과잉처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에 대한 처벌을 형벌이 아닌 과태료로 대신하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란법의 발목을 잡은 곳이 하필이면 법무부다. 김영란 전 위원장이 “법을 이렇게 고치면 뇌물죄로 처리되는 것을 괜히 (새롭게) 과태로 규정을 만들어 제재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가성 없이 금품을 받는다는 것은 스폰서를 둔다는 것이며, 스폰서를 막지 않으면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김영란법’ 국회가 원안대로 만들어라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입법 과정에서 법무부 반대로 누더기가 된 김영란법을 의원입법을 통해 원안대로 재추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원안 취지를 그대로 살린 이 법안 발의에는 박지원ㆍ한명숙ㆍ원혜영ㆍ민병두ㆍ이상민ㆍ김영주 의원 등 12명이 동참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모처럼 괜찮은 일 한번 하려는데 새누리당이 팔짱을 끼고 구경만하고 있어선 안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ㆍ사사편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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