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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호 칼럼] ‘五賊’은 살아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ㆍ社史편찬실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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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적잖은 국회의원들이 비난을 받는 건 다 자기네들이 자초한 일이다. 새 정치를 하겠다, 특권을 내려 놓겠다, 세비는 30% 삭감하겠다며 몸을 낮추는 척 하더니 선거가 끝나자마자 안면을 싹 바꿨으니 백번 욕을 먹어도 싸다.

1970년 김지하 시인이 쓴 담시(譚詩) ‘오적(五賊)’ 중 ‘한 놈’으로 나오는 ‘국회의원’과 달라진 게 조금도 없다. ‘오적’ 의 ‘국회의원’편을 한번 다시 보자.

“ 또 한 놈이 나온다. / 국회의원 나온다. /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 털투성이 몸둥이에 혁명공약 휘휘감고 /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쭉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 혁명이닷, 구악은 신악으로 ! 개조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이농(離農)으로! / 건설이닷, 모든집은 와우식으로! 사회정화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을 철두철미 본받아랏! /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들아, 표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 손자(孫子)에도 병불염사(兵不厭邪), 치자즉 도자(治者卽 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 空約)이니 /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

2012년 12월 31일과 2013년 1월 1일 사이 국회 밖 호텔을 오가며 나랏돈 도둑질 한 인사들이 바로 ‘治者卽 盜者요 公約卽 空約’이다. 43년 전과 오늘날 국회의원 행태가 똑같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노릇이다. 국회가 342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을 짜면서 이른바 ‘쪽지예산’을 대거 챙겼다. 쪽지예산은 여야 실세나 예결위 의원들 지역에 집중됐다.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상당수 ‘민생예산’이 뒷전으로 밀렸다. 애초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여야가 복지예산을 크게 늘리기로 한 터여서 지역구 사업 예산은 크게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지역 민원성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정부안보다 무려 3천710억원이 늘었다. 지역의 각종 민원ㆍ문화사업 등의 예산을 합하면 의원들이 챙긴 쪽지예산 규모는 대략 5천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불행히도 현대 정치학에서 ‘정치’란 ‘희소가치들의 권위적 배분’으로 자주 통칭된다. 희소가치의 대표는 재화ㆍ권력ㆍ명예같은 것들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쪽지예산 사태는 일부 정치인들이 눈깜짝할 사이에 상당한 국가예산(재화)를 권위적으로 잡아챈 셈이다.

국회의원 연금 개혁은 18대 국회 때에도 수차례 발의됐으나 무산됐다. 국회의원 연금 페지의 경우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방망이만 두드리면 되는데도 없던 일이 됐다. 예산안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새해 첫날 오전 6시쯤 처리됐다. 여기서 국회의원 연금 128억원을 슬쩍 끼워 넣었다. 하루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도 평생 매월 12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공짜 연금’을 포기할 수 없다는 배짱이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강조했던 연금 개혁은 정치적 생쇼에 불과했다.

수원지방 사투리로 ‘매를 주주한다’는 말은 ‘매를 번다’는 뜻이다. 그동안 주주했던 매가 아팠던지 아니면 ‘소나기는 일단 피해보자’는 계략인지 11일 새누리당ㆍ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의원연금제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가 믿을 것인가. 더 더욱 국민을 공분케 하는 것은 국회의사당에서가 아니라 호텔방에서 쪽지 예산을 처리한 주역 9명이 막대한 국고로 외유를 떠났다. 두 팀으로 나눠 출국한 여행 목적이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예산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서란다.

대부분 후진국인 이들 나라에서 예산 시스템을 배우겠다니 변명도 유치하다. 물론 대다수 다른 국회의원들이 “본 의원은 그렇게 후안무차하지 않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좋다. 외유를 떠난 예결위원들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시켜라. 여비로 쓴 돈을 전액 회수하라. 그런 다음 세비 삭감 등 모든 약속을 관철시켜라. 다른 누가 또 제2의 ‘오적’을 쓸 것 같아서 입맛이 쓰다.

임병호 논설위원ㆍ社史편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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