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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화장하기에 적절한 나이는?

여정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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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종종 붉은 입술에 하얀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등교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가 처음 화장을 시작한 시기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였음을 떠올려 보면 최근 초등학생들이 립밤, BB크림, 립글로스 같은 화장품을 사용하기 시작한다는 건 화장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화장을 시작하는 나이가 대체로 11~13세, 유럽에서도 12~14세라고 하니 10대들의 화장은 이제 대세라고 할 수 있다.

 

화장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가장 오랜 전통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기원전 4천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화장했고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도구가 아닌 종교적, 영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하얀 피부가 아름다움의 기준이었고 피부를 하얗게 보이기 위해 흰색 분말, 백납 같은 유독성 물질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이었다. 중세 유럽에는 교회의 영향으로 화장이 금기시됐지만 여전히 귀족사회에서 화장은 사회적 계급의 수단이었다.

 

20세기 중반 대중소비사회에 들어서면서부터 영화와 대중매체 등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은 이상적인 미의 기준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대중이 모방하고 싶어하는 외모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당시 10대 소녀들이 화장을 하는 것은 드물었고 대부분 성인 여성에게만 허용됐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서구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특별한 행사나 퍼포먼스, 핼러윈 같은 특정 축제 때 분장 또는 화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는 장난감으로 분류된 어린이용 화장품이 등장했고 어린이들이 놀이의 일환으로 화장을 접하기 시작했다. 주로 립글로스, 네일 폴리시, 페이스 페인트 등이었다. 디즈니 캐릭터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어린이용 화장품이 인기를 끌며 어린이들은 화장품을 접할 기회가 점차 늘어났고 2000년대 후반부터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아이들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하면서 화장법을 배우고 실험하는 일이 흔해졌다. 특히 어린이 유튜버들이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올리면서 어린이들이 화장과 더욱 친숙해졌다.

 

일부 어린이들은 놀이로서가 아닌 패션과 자기 표현의 일환으로 화장을 시도하기도 한다. 뷰티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K-뷰티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10대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 10대의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지난해 약 200억달러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고 10대 역시 화장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된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10대는 이러한 플랫폼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트렌드와 문화를 주도하는 힘이 생겼기 때문에 마케터는 이들을 주목한다. 10대는 앞으로 수십년간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제품을 일찍부터 노출시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

 

소셜미디어는 10대에게 사회적 소속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완벽한 외모나 화장 스타일을 보며 자아존중감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외모에 대한 불만족이나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완벽한 외모를 보여주는 필터나 편집된 이미지가 이러한 비교를 심화시킨다. 소셜미디어는 특정 화장 스타일이나 브랜드에 열광하는 10대가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공간이므로 서로 제품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스타일을 칭찬하거나 조언을 주고받으며 또래들 간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고자 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의 화장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종교적 이유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일상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제품과 기술이 개발되면서 화장은 미적 표현과 자기만족, 사회적 소통의 중요한 도구가 됐다. 화장은 인류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발전해 왔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10대 어린이의 화장에 대한 다양한 논란이 존재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화장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성인적인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다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자신의 외모와 신체적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어른들과 나눌 필요가 있다.

 

여러분의 자녀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하루 종일 소셜미디어를 들여다본다면 화장을 좀 더 일찍 접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