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삶, 오디세이] 우리 시대의 언어 풍경

윤경원 세종사이버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교육원장

카지노 도박 사이트

‘노 잉글리시, 노 햄버거’. 영어를 하지 않으면 햄버거를 팔지 않겠다는 뜻으로 영어권 국가의 이민자와 방문객들에 대한 대표적인 차별 사례로 지속적으로 인용되는 문구다.

 

이렇게 언어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과 맞물려 있다. 그만큼 ‘언어’라는 단어를 접할 때 연상되는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당장에는 말, 소리, 문자 같은 것들이 있을 테고 누군가는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모어나 학습하기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는 외국어 등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한 언어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 이러한 특정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대중의 보편적 인식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대중, 즉 한국의 언중에게 언어란 뜻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자 관습적 체계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반대로, 언어 활동으로 표현된 여러 결과물을 통해 언중의 다양한 사고방식을 밝혀낼 수도 있을까.

 

사회언어학에서는 언어가 사회적 요인에 따라 변모하는 양상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방문객이나 이주민이 급증해 다중 언어·문화(multi-language & culture) 사회로 진입 중이거나 이미 진입한 국가를 중심으로 사회언어학 연구의 한 방법인 ‘언어 경관(linguistic landscape)’ 분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언어 경관이란 언어의 풍경으로 자연 경관이 식물과 동물 및 각종 구조물 등으로 구성된다면 언어 경관은 문자, 그림 등 시각적으로 읽혀지는 모든 기호로 구성된다. 거기에는 공원, 지하철, 극장 등에 게시되는 각종 안내문, 특정 장소의 기능(화장실, 기도실 등)이나 금지 사항(금연, 정숙 등)을 표시하는 픽토그램, 도로에 세워지는 교통신호나 표지판, 상업적 기능을 하는 광고판 및 간판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또한 언어 경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 경관을 분석해 보면 어떤 지역이나 특정 영역에서의 시간 흐름에 따른 언어 사용 양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그것이 모어 중심의 극단적인 단일 언어 사용 양상을 보인다면 그 사회나 공동체에는 아직 다문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외국인 방문객과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공론화되지 않은 곳으로 볼 수 있다.

 

그 반대로 모어나 영어 외에 특정 언어 사용이 도드라진다면 그 지역은 해당 언어권의 이주민들이 사회문화적 연대를 이루고 거주하는 타운(town)으로 이미 자리 잡았거나 그렇게 변모 중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한국이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다문화사회로 변모 중이란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 앞서 비슷한 길을 걸었던 여러 국가의 사례를 기억할 때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 있기도 하다. 그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다문화 및 국제화 시대에 과연 우리 주변의 언어 경관은 어떠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이들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몰고 가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주민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입국하는 세계 각국의 방문객들에 대한 바른 인식과 배려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디 한국에서만큼은 ‘노 코리안, 노 김밥’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