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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보호 못 받는 시청각 장애인… 조례 ‘유명무실’ [헬렌켈러의 그늘]

지원 조례 제정된지 4년 지났으나 道 실질적 지원 사업·관련 예산 ‘0’
“특성 반영… 장애 유형 인정해야”... 道 “기존 장애인 정책에 포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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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유동수화백

 

경기지역에 가장 많은 데프블라인드들이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을 위한 경기도내 맞춤형 지원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청각중복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 조례’ 제정 이후 4년이 지났으나 기본계획조차 없는 유명무실한 조례가 됐기 때문이다.

 

2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는 지난 2022년 9월 시행한 자체 조사를 통해 도내 데프블라인드 인구를 1천945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데프블라인드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전국에서 제일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도는 2020년 6월 데프블라인드 급증에 따른 지원 필요성에 공감해 ‘경기도 시청각중복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해당 조례는 시청각중복장애인의 특성에 따른 지원과 복지정책 마련 등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하고, 의사소통 전문 인력 지원 등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가 제정된 지 4년이 지나도록 데프블라인드들을 위해 도가 세운 실질적인 지원 사업은 없는 상황이다. 관련 예산 역시 ‘0’원이다. 기본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이들을 위한 지원은 보조 기구인 점자정보단말기 제공뿐이지만 이용률은 1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의사 표현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시청각중복장애인 인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시청각중복장애인 위원회를 설치하고 전수조사를 실시해 정책 등 지원체계를 만들고 ▲권역지원센터 ▲의사소통 방법 교육 ▲촉수화 통역사 지원 전문 기관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촉수화 통역사는 10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데프블라인드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사업 대신 기존에 시행하던 장애인복지 및 지원사업 등과 포괄해서 지원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시청각중복장애인들에 대한 실질적인 사업은 없다. 기존 장애인 정책과 포괄해 지원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원석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 회장은 “경기도에서 지원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조례 제정 이후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의 특성과 의견이 충분히 취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조례도 생겼는데, 기존 장애인 정책의 포괄 적용이 아닌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의 특성을 반영한 장애 유형 인정과 별도의 교육 및 지원 기관 등 맞춤형 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 제언 “보편적 복지 누리게… 의사소통 인력 양성을”

홍유미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장

 

홍유미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장(시청각중복장애인 지원 기관)은 데프블라인드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보편적 복지와 지원을 누리기 위해 먼저 의사소통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유미 센터장은 “시청각중복장애인들은 의사소통의 욕구가 굉장히 강한데, 촉각을 통해 소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존의 시각, 청각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의사소통 활동 지원사를 양성한다고 해도 수화라든지, 점자라든지 배워야 하는데 젊은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것들을 교육시켜 지원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의사소통을 돕는 촉수화 통역사 같은 경우 기준도 없고 전문 양성 기관도 전무한 동시에, 통역사를 양성할 수 있는 근거도 없는 실정”이라며 “시청각중복장애인들 특성상 보통 1명에 2명 정도의 촉수화 통역사가 필요한데, 정부 지원 없이는 비용도 비싸져 의사소통 교육 및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 센터장은 또 정부와 지자체가 기존의 장애인 정책과 포괄하려고 하지 말고 시청각중복장애인을 별도의 장애 유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의 경우도 기존 장애인 정책과 포괄 적용이 안 되니 특별법이 나온 것인데, 시청각중복장애인들 역시 기존 정책에 포괄 적용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홍 센터장은 ‘헬렌켈러법’ 제정을 통한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시청각중복장애인 지원이 30년 정도 앞서 있다. 시청각중복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법과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고, 지자체별로 예산을 지원해 통역 의사소통 전문 지원 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하고 있는 맞춤형 교육, 서비스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이를 본받아 데프블라인드들의 사각지대를 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헬렌켈러법’이라 불리는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진흥과 지원에 관한 법이 폐지된 만큼, 다시 법제화를 위해 나서 시청각중복장애인들에 대한 섬세한 보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