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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남원-광한루가 보이는 방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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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물이나 진리를 생각과 분석으로 깨친 심오한 경지이거나 형이상학적 높은 해석으로 사물의 실상을 비춰 관찰하는 인식을 관조(觀照)라 할 수 있다. 미를 직접적으로 알고 깨닫는 미학 또한 관조다. 나는 관조적으로 사물을 통찰할 참된 지혜를 가지지 못했다. 관조는 대상을 바라보아 깊은 사고의 힘으로 도달하는 심미적 깨달음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자는 거대하지 않고 소박한 단아함이 있다. 남도여행을 마무리하며 꼭 보고 싶었던 곳이 광한루다. 남원은 오래전 가족과도 작가들과도 왔던 곳이지만 바쁜 일정에 추어탕만 먹고 지나쳤다. 태조 때 황희가 유배됐을 때 지은 것이라니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는 전란이 잦아 대부분의 문화재가 불타고 원형대로 보존된 게 드물다. 광한루도 정유재란 때 소실돼 인조 16년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누각에 있는 83점의 편액과 말만 들어도 힘이 느껴지는 김종직, 정철, 정인지, 강희맹 등의 시가 있으니 내공 쌓인 곳이다.

 

무엇보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무대라니 분위기가 다소 로맨틱하다. 연못 가운데 방장정이라는 정자가 우아하게 광한루와 조응하고 있다. 가을바람 소슬히 불면 이 정자에 올라 춘향가를 들으며 사랑의 절정과 해피엔딩의 안도를 고요히 관조하고 싶다. 그러나 난 아무래도 떠나야 한다. 언제나 선택이란 둘 중의 하나, 연인 또는 타인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관조의 옷고름을 매만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