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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 ‘협궤열차’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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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애틋함이나 그리움은 저세상에 가는 날까지 가슴에 묻어 둬야 한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거들랑 자기 혼자만의 풍경 속으로 가라. 진실로 그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선 그 풍경 속의 가장 쓸쓸한 곳에 가 있을 필요가 있다.”

 

윤후명 작가의 장편소설 ‘협궤열차’ 도입부다. 제목이 특이해 펼쳤다가 단숨에 읽었다. 그 조그만 열차를 타고 둘러 봤던 서해안 풍광도 잊을 수 없다. 열차와 함께 달리던 맨드라미 행렬과 남미에서 시집 온 칸나 꽃이 처연하게 핀 모습 등이 그랬다. 흔치 않은 선경(仙境)이어서다.

 

얼개는 열차가 정차하는 곳에 거주하는 ‘나’를 주인공으로 이뤄진다. 군자역과 달월역 등 옛 수인선 역들을 비롯해 소래철교 부근 바닷가 풍경, 협궤열차를 타는 어민들의 모습, 시흥 군자봉 성황제 등을 배경으로 삶과 사랑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여덟 가지 사랑 이야기도 담았다. 오랜 세월을 협궤열차에 실려 보낸 역장의 죽음을 뼈대로 여인 ‘류’에 대한 열정과 상실의 기억들, 그리고 사라진 아내를 찾아 나선 어느 사내의 이야기 등이 협궤열차처럼 이어졌다.

 

수원과 인천을 잇던 수인선 얘기다. 지금은 아파트단지 등에 가려진 철로로 열차가 운행됐다. 국제규격으로는 철로 폭이 1천435㎜이나 수인선은 762㎜여서 협궤선으로 불렸다. 1937년 8월 개통됐다.

 

총길이는 52㎞였다. 소래, 남동, 군자 등지의 소금과 경기도 내륙에서 생산되는 쌀을 수탈할 목적으로 건설됐다. 1946년 5월 국유화됐고 이후 쌀 수송이 사라지고 1970년대 이후 염전지대 물량도 줄었다. 1995년 12월 영업이 종료됐다가 2020년 9월 수인분당선으로 부활했다.

 

꺾일 줄 모르는 폭염에 갈수록 척박해지지만 마음 한 편에 좁은 철로 하나는 품고 살아가는 건 어떨까. 좁다고 마음까지 좁은 건 아닐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