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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저마다 이유로 불행한 위기 가정

최민규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중부봉사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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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지원의 이면에는 공감의 문제가 숨어 있다. 많은 사람이 빈곤은 잘못된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그럴까. 우리 주위에는 갑작스러운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의외로 많다. 빈곤층의 삶은 경제 문제, 사회 지지 체계의 부재, 심리적 요인 등이 복합 작용하기 때문에 빈곤이라는 늪 속에서는 작은 위기에도 쉽게, 그리고 크게 무너진다. 그렇게 계속되는 위기 속에서 자아를 지키며 삶을 개선하기 위한 굳은 의지를 유지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2014년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이후 시스템이 크게 바뀌었지만 이후로도 2022년 수원 세 모녀, 2024년 태안 일가족, 청주 발달장애인 일가족 사망 사건 등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는 2012년 복지 공백을 메우기 위한 ‘희망풍차 지원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원 인원과 금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민들이 납부한 회비로 위기 가정과 사회적 약자 55만명에게 275억원을 지원했다.

 

취약계층 지원 거점인 적십자 봉사관에 있다 보면 유독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가장 안타까웠던 분은 자활근로를 해야만 수급비를 받을 수 있는 홀몸노인이었다. 조건부 수급자였으나 질환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자 병원은커녕 식사나 화장실조차 해결하지 못했고 고독사를 걱정한 80대 고령의 집주인이 하루에 한번 음식을 가져다주던 상태로 적십자 긴급 지원에 연계됐다. 하지만 지원 결정 후 구급대원이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그만 심정지로 돌아가셔서 장례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집은 휴식처다. 하지만 삶이 녹록지 않은 빈곤층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에 방문한 지적장애인 가정도 그랬다. 75세 아버지와 39세, 37세 지적장애 아들이 사는 빌라 지층은 입구에 서자마자 악취가 났는데 숨을 참아가며 돌아본 집은 어두침침했다. 누렇게 변색된 싱크대, 집 안의 가구며 물품에 잔뜩 핀 곰팡이가 옷가지와 이불에까지 번졌지만 수급비가 전부인 아버지는 몸 누일 곳이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그래도 이번 사례는 박시현 대한적십자사 성남중앙봉사회장이 주기적으로 상태를 살피며 이리저리 알아본 끝에 성남시와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해 도배와 장판 공사를 진행할 수 있게돼 그나마 다행스러운 경우다.

 

반지하의 삶은 정말이지 힘겹다. 나쁜 환경은 사람을 좌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5월 청주시 발달장애 일가족 사망 사건도 일가족이 공적 급여를 지원 받아 단전, 단수 등 체납 위기가 없어 관찰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끝내 생활고와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일가족 사망이라는 비극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하는 가난은 사건 사고일 뿐 거기에 개인에 대한 공감은 없다. 어디에나 있지만 눈여겨 찾아보지 않으면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위기 가정. 긴급 지원은 일시적 해결책일 뿐이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한 위기 가정을 찾아내고 아픔에 공감해 지원한다면 우리 사회의 고통과 아픔도 분명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힘든 이들을 위한 공감과 연대 의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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