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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경제] 출렁다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되는가

정재철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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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가 큰 꿈을 안고 출발한 지 30년을 넘겼다. 성년의 나이를 지났으니, 이제는 성숙할 때도 됐다고 하겠는데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과연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선거로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이 지역주민들의 민의를 잘 반영하고 또한 창의력을 발휘해 지역 발전에 크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으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행태들을 살펴보면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필자가 본지의 지면을 통해 지적한 바와 같이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전혀 개선되지 못한 점을 비롯해 자치단체장들이 표만을 의식해 선심행정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지역을 발전시켜 재정자립도도 높이고 진정한 자치 기능을 향상할 생각은 저버린 채 주민들의 환심만 사고자 포퓰리즘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돈 씀씀이를 보면 그들의 처지에 국민의 혈세를 저렇게 써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설사 재정자립도가 100%가 된다 해도 저렇게 써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자립도가 10% 내지 20%밖에 안 되는 단체들이 저런 식으로 돈을 써도 되는지 묻고 싶다. 올해의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역대 최악인 43%라고 한다. 이런 처지임에도 지자체들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처사이다. 현재 국가의 재정적자도 계속 늘고 있어 이는 결국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임으로 지자체들마저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전국에 시군구 지자체가 226개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건설된 출렁다리가 238개나 된다고 한다. 시군구 지자체 수보다 12개나 더 많은데 앞으로도 더 늘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출렁다리가 황금알이라도 낳는 거위라도 되기에 전국 방방곡곡에 출렁다리 놓는데 지자체들이 경쟁을 벌인 것인가.

 

필자는 아무리 경제적인 지식을 동원해 곰곰 따져보아도 출렁다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커녕 그냥 돈을 탕진하는 것으로밖에 생각이 안 든다. 출렁다리 하나 만드는 데 작게는 20억원 많게는 158억원이라고 하는 거액의 돈이 든다고 하는데 그들 출렁다리에서 무슨 수익이 나길래 전국에 226개나 되는 출렁다리를 건설했을까. 출렁다리는 교통수단도 아니어서 우리에게 통행의 편익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놀이로 이용할 뿐인데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주려고 전국 방방곡곡에 그 많은 돈을 들여 출렁다리를 세운 것일까. 출렁다리를 만들어 요금을 받는 곳은 극소수라고 하니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출렁다리로 인해 관광객을 끌어드리겠다고 하는데 주위 환경에 따라 출렁다리 매력이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출렁다리는 출렁다리일 뿐이다. 따라서 출렁다리 한두 번 경험하고 나면 그게 그거라고 생각되므로 출렁다리로 인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모방도 분수가 있지 이런 모방은 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생산과 고용 증대를 통해 소득을 창출할 사업이라면 모방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전국에 한두 개만 있다면 희소성에라도 효용가치가 있으련만 가는 곳마다 출렁다리가 있다면 희소가치도 사라지고 결국 머지않아 다 사장될 것이 뻔하다. 아무리 자치단체가 자율적인 재정지출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무분별한 지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하급 자치단체의 능력만으로 출렁다리를 건설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상급 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했을 텐데 통제는커녕 자금 지원을 했다면 상급단체도 재정낭비의 공범 역할을 한 셈이다. 우리나라의 출렁다리 226개는 아마도 기네스북에 올라야 할 정도가 아닌지 쓴웃음을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