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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굿바이, 친족상도례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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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상도례’란 낯선 법률용어가 익숙해진 건 비극이다. 친족상도례란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동거가족, 동거친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 발생한 절도와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필요적으로 면제토록 하는 규정이다.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로마법이 근원으로, 가족간 분쟁에 함부로 법을 개입시키지 말고 자체 해결을 도모하라는 뜻이다. 대가족 농경사회를 지향하던 우리나라가 1953년 형법 제정시 이를 받아들인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핵가족화를 거치며 가족간 유대관계가 이전보다 약화된 현 시점에도 여전히 친족상도례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난센스였다. 가족의 재산을 절취 내지 편취했다는 뉴스가 이제 식상할 지경임에도 71년 전 도입된 친족상도례가 여전히 그들의 방패막이가 돼준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소위 셀럽이라 불리는 이들의 살벌한 가정사로 인해 친족상도례가 유명세(?)를 치른 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지난 2022년 방송인 박수홍이 횡령 혐의로 친형 부부를 고소했을 때, 뜬금없이 아버지가 등장해 “자금 관리는 내가 했다”고 나선 건 ‘동거’가족이 아닌 장남을 구하고자 친족상도례를 내세운 꼼수였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골프스타 박세리 역시 아버지의 채무 문제로 큰 곤욕을 치렀음에도 사기나 횡령이 아닌 사문서위조 혐의로 아버지를 고소한 것 역시 친족상도례라는 거대 암초 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시대착오적인 친족상도례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고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에 적극 응답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지적장애 3급인 조카의 재산을 착취한 부부와 치매환자인 노모의 재산을 빼돌린 자식 등 파렴치한 범죄자들이 친족상도례의 혜택(?)으로 처벌을 면하게 되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친족상도례를 두고 “형사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고 있다”, “가족 내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할 염려가 있다”고 하며 그 위헌성을 지적하는 한편 2025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토록 했다. 사실상 친족상도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이제 가족이란 이유로 모든 게 용서되던 시대는 끝났다. 그동안 친족상도례란 장막 뒤에 숨어 있던 숱한 착취형 범죄들에 종말을 고하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굿바이, 친족상도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