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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플러스] 계약교섭 부당 파기

김종훈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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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은 사안을 상정해 보자. B회사는 회사 부지에 매출의 증가를 기념하는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하고, A를 포함한 5명의 작가를 선정해 조형물의 시안(試案) 제작을 의뢰하면서 시안이 선정된 작가와 조형물 제작·납품 및 설치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고지했다.

 

다만 그 조형물의 제작비나 제작 시기, 설치장소를 구체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5명의 작가가 각 시안을 제출했는데, B회사는 A가 제출한 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A에게 그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후 B회사는 내부의 여러 사정으로 인해 A와 조형물 제작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3년 후 A에게 조형물 설치를 취소한다고 최종 통보했다.

 

이 사안에서 B회사와 A는 조형물 제작 계약을 체결한 것일까. 계약이 성립다는 것은 그 계약의 주요 내용에 관해 양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됐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사안의 경우 B회사와 A는 조형물의 설치대가, 설치기간, 설치장소 등에 대해 아무것도 합의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A는 B회사에 계약을 이행하라(예컨대 조형물 설치대를 지급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어느 일방이 계약체결을 거절한 경우 상대방은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 대법원(2003년 4월11일 선고 2001다53059 판결 등 참조)은 다음과 같은 일반 법리를 제시한다.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해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해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이 사안에서 B회사는 A가 제출한 시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A에게 그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A는 장차 조형물 설치 계약이 분명히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하게 됐다. 그러나 이후 B회사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계약 체결을 거부했으므로, 이는 A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A는 이를 이유로 B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A는 손해의 배상으로 얼마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신뢰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한다. 여기서 신뢰손해란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음으로 인해 입은 손해를 말하는 것으로, 예컨대,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비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사안의 경우 시안이 선정됐음을 통지받은 A는 장차 계약이 체결될 것을 믿고 조형물 제작을 위해 여러 가지 준비 작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 지출됐다면 그 비용이 바로 A의 신뢰손해다. 한편, 이와 별도로 계약교섭의 파기로 인한 불법행위가 인격적 법익을 침해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다고 인정된다면 A는 그러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에 대해 별도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