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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샤니다르 Z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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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니다르 Z’.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2018년부터 진행 중인 이라크의 샤니다르 동굴 고고학 조사에서 발굴된 200여개의 머리뼈 파편을 퍼즐처럼 조립한 후 3D 프린팅해 두개골을 만들고 근육과 피부를 입혀 최근에 복원한 7만5천년 전 네안데르탈인 여성의 얼굴에 붙여진 이름이다.

 

샤니다르 Z는 툭 튀어나온 눈두덩이 때문에 지금의 우리 호모사피엔스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리와 큰 차이가 없어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주머니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지금은 멸종된 우리의 사촌(?)이라는 복잡한 감성이 섞여서인지 네안데르탈인과 관련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언제나 해외 토픽의 첫머리를 장식하곤 하는데 이번 샤니다르 Z의 발표는 기존 연구 결과들도 재소환했다.

 

이라크의 샤니다르 동굴은 1950년대부터 조사가 진행된 중요한 고인류학 연구의 현장이다. 샤니다르 동굴의 조사를 통해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화석 중 일부에서 호모사피엔스만 사용했던 것으로 여겨지는 투창기에 공격 당한 흔적이 확인된다. 이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 간의 영역 다툼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주장도 있고 몸을 구부린 채 묻힌 인골의 가슴 언저리에서 여러 종류의 꽃가루가 집중적으로 발견돼 마치 오늘날 장례식에서의 헌화와 같은 상징적인 행위가 이미 네안데르탈 단계에서 나타났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 샤니다르의 꽃가루를 의도적인 행위의 결과라기보다는 바람, 설치류 혹은 꿀벌들이 관여된 자연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번에 복원된 샤니다르 Z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자니 이들이 부상 당한 채 오랫동안 공동체의 보살핌을 받다가 죽은 가족을 생각하며 애통의 눈물과 함께 꽃을 바치는 행위를 했다는 건 당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샤니다르 Z를 복원한 연구진도 인정했지만 고인류의 얼굴 복원에서 창작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머리뼈의 형태로 근육을 추정해 대략적인 외형을 복원해 낼 수는 있다 하더라도 최종 복원에는 점이나 주근깨, 상처, 주름살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하물며 입가에 번지는 옅은 미소, 그윽한 눈매, 그리고 상대방을 감동하게 하는 고매한 인상 같은 것들은 머리뼈의 형태만으로는 도저히 파악할 수 없다. 그래서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3D 프린팅 기술이 정교해진다 하더라도 머리뼈만으로 한 인간의 얼굴에 담겨 있던 내면의 인간미까지 그대로 복원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인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인상에는 인격이 담겨 있다는 뜻이리라. 자기 얼굴에 새겨지는 마지막 인상은 성형외과 의사의 칼 끝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인생길이라는 조각도에 의해서만 새겨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늙어서 멋있는 사람이 되자. 샤니다르 Z를 마주하며 뜬금없이 이런 꿈을 꿨다. 내가 고고학을 좋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