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0.용인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카지노 도박 사이트

선사시대 유물부터 보물 제569-21호인 안중근 유묵 등 근대 유물까지 전시되고 있는 제1전시실 전경. 윤원규기자

 

박물관 입구 좌우에 앞다리를 세운 돌호랑이 두 마리가 앉아 있다. 정면을 바라보는 부릅뜬 눈과 쫑긋 세운 귀가 긴장감을 안겨 준다. 조선 제11대 임금 중종의 계비였던 장경왕후 초장지인 옛 ‘희릉’에서 수습한 돌호랑이는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조각상으로 손꼽힌다. 박물관 로비에 단국대 설립자인 범정 장형 선생과 혜당 조희재 여사의 동상, 충주고구려비와 단양신라적성비가 나란히 서 있다. 이 모두가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관장 이종수)의 역사와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현재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은 ‘뉴트로, 16세기 조선사람의 옷차림’ 특별전을 열고 있다. 태종의 서3남 온녕군의 증손 이회와 유인이씨 및 진주강씨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 등 조선 중기 16세기 출토 복식 40여점과 복원품이 전시되고 있다. 16세기 조선 중기 왕실 종친과 사대부가의 의생활을 살필 수 있는 특별전은 7월26일까지 이어진다.

 

이리자 한복 기증실에서는 현대화와 패션화를 이끈 한복 디자이너인 이리자선생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 금석학과 한복의 전당

 

한복을 차려 입고 고궁을 관광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친숙하다. 한복이 세계인들에게 사랑을 받았을까?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은 한복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은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로 전파하는 지휘소이자 반드시 들러봐야 할 성지와 같다. 난사 석주선(蘭斯 石宙善·1911~1996)은 1981년 자신이 평생 수집한 3천365점의 유물을 단국대에 기증한다. 1981년 5월 ‘석주선기념민속박물관’을 개관한다. 1967년 개교 20주년을 기념해 중앙박물관으로 개관한 이래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발굴과 보급에 힘써 왔다. 개관 직후부터 유적조사를 진행해 큰 성과를 거뒀는데 1978년 단양신라적성비(국보 제198호), 1979년 충주고구려비(국보 제205호)를 발견·조사해 크게 주목을 받았다. 몽촌토성이나 양양 진전사지 같은 수많은 유적을 발굴 조사한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어린이 복식과 출토 복식에 대한 자료의 수합 및 연구 활동을 통해 전통복식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다. “1999년 3월 중앙박물관과 석주선기념민속박물관이 석주선기념박물관으로 통합됩니다. 이때부터 석주선기념박물관은 고고와 복식 분야를 망라하는 종합박물관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됐습니다.” 기수연 학예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현재 약 4만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안중근유묵(보물 제569-21호)과 덕온공주 당의(중요민속문화재 제1호) 등 11건, 100점의 유물이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돼 있지요.” 항온항습시설과 자동소화 설비를 갖춘 첨단 수장고가 마련된 최고의 대학 박물관답게 5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분해 유물의 특성에 맞는 전시가 이뤄진다. “최근에는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공개,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시민강좌 개설, 어린이 패션쇼 개최 등을 통해 사회교육과 문화 보급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글코리아와 협력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신라, 백제 등 삼국시대에 제작된 다양한 문양의 수막새. 윤원규기자

 

■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다

 

고고미술관에 들어서면 1967년 개관 이후 지표조사와 발굴조사를 활발하게 벌여 왔다. 단양신라적성비와 충주고구려비 발견을 비롯해 사천 송지리유적, 경주 인왕동고분, 진전사지, 경희궁지, 양평 병산리 등 한국 역사학계를 놀라게 한 생생한 발굴 현장과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제1전시실에서 석기, 토기, 기와전, 불교 유물을 만난다.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중요 유물을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전시하는 기법이 신선하다. “삼국과 통일신라 시대의 토기를 유형별로 전시해 다양한 토기문화를 이해하도록 했지요. 이천 설성산성과 포천 반월산성, 단양신라적성비, 경주 능지탑 출토 유물들은 학술가치가 높습니다.”

 

제2전시실은 ‘벼루 600선’, ‘천하균평‑도량형’, ‘개개이와‑고려기와 특별전’, ‘연민 이가원선생이 만난 선비들’, ‘단국, 범정에게 길을 묻다’, ‘고려행궁-혜음원’ 같은 특별전을 연 기획전시실이다. 이곳에서 선조들의 예술혼을 오늘날 계승하고 있는 도공장 장송모, 석장 이재순, 목조각장 허길량, 주철장 원광식 선생의 기증 작품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의 판화도 감상할 수 있다.

 

석주선 박사의 유품을 전시한 기념실이 있는 제3전시실은 가장 흥미로운 공간이다. 이곳에서 뜻밖에도 ‘나비 박사’로 유명한 석주명 선생의 유품이 전시됐다. “석주명 선생은 석주선 박사의 친오빠입니다. 석주명 선생의 저서와 논문은 전해지지만 그가 직접 우리나라 희귀종 나비를 채집한 표본은 현재 석주선기념박물관에 소장된 나비 32종의 원형 액자 표본이 유일합니다.”

 

관람객을 놀라게 하는 전시물이 또 있다. 2001년 발굴돼 세간과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던 350년 전 어린 소년의 미라다. 소년이 입고 있던 복식 유물과 완벽하게 보존 처리돼 있는 미라 앞에 서면 한동안 움직이기 어렵다. 제4전시실에는 1500년대부터 1800년대까지의 출토 복식과 복원품을 전시하고 있다. 선조의 고손자인 밀창군 이직의 출토 복식 중 관리 예복인 조복과 밀창군의 조복 입은 초상화를 재현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눈웃음을 짓는 얼굴을 새긴 기와 조각 앞에 선다. 웃는 얼굴은 바라보는 사람도 웃음 짓게 만든다. 웃는 얼굴을 새겨 부처님이 계신 법당의 지붕에 올린 고려의 기와 장인도 평소 이처럼 환하게 웃었을 것 같다. 색동두루마기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 여사가 손자의 돌을 맞아 손수 지은 옷입니다. 오방색 옷감을 이용해 색동으로 만든 소매 때문에 ‘때때옷’ 또는 ‘까치두루마기’라 불렀지요.” 예쁜 이름을 가진 아이 옷에서 옛사람의 미감을 엿본다. 전통 아이 옷에는 부모와 어른들의 염려와 기대를 담아 전하는 ‘사랑’이 가득하다.

 

보물 제569-21호이자 전시실 중앙에 걸려 있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윤원규기자

■ 우리가 만나야 할 아름다운 문화유산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이달의 유물란’을 통해 소장품을 알려 왔다. 2022년 12월 소개한 유물은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의 ‘자적당의’이다. 저고리 위에 덧입는 이 자적색의 당의는 덕온공주가 1837년 16세에 윤의선과 혼례를 하고 첫 동지 명절에 입었던 옷이다. 덕온공주의 자적당의는 1964년 국가민속문화재 1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중요한 유물이다. 조선 23대 임금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서 출생한 덕온공주(1822~1844)는 결혼한 지 7년 되던 1844년 2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덕온공주와 관련된 유물은 총 222점인데 이 가운데 국가민속문화재가 무려 40점이나 된다.

 

전시실 중앙에 안중근 의사의 글씨가 걸려 있다. 1909년 10월 26일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저격 사살한 안중근 의사는 만주 뤼순 감옥에서 일본인에게 써 준 작품인데 그의 조카가 1989년 단국대에 기증한다. 보물 제569-21호로 지정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의 뜻을 새겨본다. ‘欲保東洋 先改政略 時過失機 追悔何及(욕보동양 선개정략 시과실기 추화하급)’은 의사의 동양평화정신과 일본의 침략 정책을 비판하고 경각심을 일깨운다. “동양을 보존하려면 먼저 정략을 바꿔야 한다. 때가 지나고 기회를 놓치면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은 특별전을 통해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인들에게 전하고 있다. 2022년 한국과 카자흐스탄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마음을 다해 지은 사랑, 아이 옷’을 열었고 2023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원에서 ‘어린이 한복-마음을 담아 지은 사랑, 아이 옷 특별전’을 열었다. 우리 겨레의 유구한 역사와 한복의 멋과 아름다움을 배우고 느껴보자.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은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워 줄 멋진 배움터다.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