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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이란 대통령 사망, 차기 지도자는?

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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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불의의 헬기 사고로 사망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상황 속에 앞으로 전개될 이란의 정치 구도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유력시되던 라이시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강경 보수 이슬람 세력이 장악해온 이란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라이시 대통령은 36년째 이란의 정치, 종교 수장으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제자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1960년 이란 마슈하드 인근에서 독실한 종교적 기반을 갖춘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때 하메네이에게 신학을 배웠다. 이슬람혁명 발발 후 1981년 검사 생활을 시작해 검찰총장에 이어 대법원장에 해당하는 사법부 수장으로 일하는 등 법조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1988년 반체제 인사 수천명의 처형을 명령한 소위원회 일원으로 활동했고 검사 시절 숙청 작업을 주도한 라이시 대통령을 서방과 이스라엘은 ‘테헤란의 도살자’라 불렀다.

 

2017년 대선에서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에게 밀려 낙선한 라이시는 2021년 재도전 끝에 대통령이 됐고 임기 중 중동의 무장세력을 지원하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중동지역 내 이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지휘, 감독해 왔다. 대통령직을 맡은 다음 해인 2022년 9월, 히잡을 느슨하게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이란 내부의 격렬한 시위가 격화됐고 국제사회의 제재와 높은 실업률로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는 이란 내부에서는 수십년 만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이스라엘 본토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의 긴장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급서(急逝)로 대통령 유고 시 50일 내에 선거를 치르게 돼 있는 헌법 규정에 따라 이란은 오는 6월28일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신정 일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은 종교 지도자 ‘라흐바르(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대통령은 행정부 수장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최고지도자로 가는 발판으로 1989년 사망한 루홀라 호메이니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가 된 하메네이도 직전 8년간 대통령을 지냈다.

 

사법부 수장과 대통령까지 지내며 사실상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인정받던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차기 권력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5)다. 종교 도시 콤의 이슬람 신학대학에서 강의 중인 신학자이지만 아버지 하메네이의 후광 속에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세습왕정을 무너뜨리고 수립된 이슬람 신정 체제에서 최고지도자가 권력을 세습한다는 비판 여론이 큰 변수다. 새 대통령 선출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고 라이시 못지않은 하메네이의 최측근인 모함마드 모크베르 수석부통령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그리고 2013, 2021년 두 차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고 서방과 이란 핵합의(JCPOA)를 이끌었던 사에드 잘릴리 전 핵협상 수석대표도 후보로 거론된다. 테헤란시장을 지낸 바게르 칼리바프 현 국회의장의 출마도 예상된다. 또 하산 로하니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임 두 대통령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총 12명 위원으로 구성된 이란 헌법수호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 중 6명(종교법 전문가)을 하메네이가 임명한다. 나머지 6명은 대법원장이 임명하지만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거스르기 어렵다. 결국 차기 대권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의중에 달려 있다. 이란 차기 대통령 선출이 현 중동지역 정치 지형의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할 시점이다.